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이사, 김우석 소장이 9월 9일, [김능구·김우석의 정치를 알려주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이사, 김우석 소장이 9월 9일, [김능구·김우석의 정치를 알려주마]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김능구 이번 주제는 한 고비는 넘어선듯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는, 의료파업에 대해서 짚어보도록 하겠다. 지난 9월 4일 정부와 의사협회간 협상이 타결되어, 18일간 계속된 의료파업이 끝나고 현재 다들 현장 복귀 중이다.

조금 나이가 있는 분들은 2000년도 의약분업과 관련한 의료파업을 기억할 거다. 그때도 여름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는데, 그 결론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뻔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그 당시 결과들이 이번 의료파업의 기본적인 동기가 되지 않았나, ‘파업은 통한다’는 것이 그때 학습된 것이 아닌가 이런 이야기도 있다. 먼저 이번 의료파업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부터 살펴보자.

김우석 의료파업이 DJ정권 때 한 번 있었고, 박근혜 정권 때 한 번 있었다. 이번이 민주화된 이후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의약분업이 주제였는데 그것은 정부가 승리해서 제도가 일반화되어 있다. 두 번째는 원격의료였는데, 이때는 의사들이 승리 하면서 원격의료는 들어가 버린다. 그런데 코로나 국면에서 원격의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논의되면서 정부의 네 가지 정책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한번은 정부가 한번은 의사단체가 이겼는데, 세 번째는 코로나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승자가 누구일지는 알 수 없다. 결국은 국민들이 승자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잔불이 남아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능구 2000년 의약분업 파업이 정부의 승리였다고 했는데,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의약분업 자체는 사실상 세계적인 흐름이었고, 의사들이 실질적으로 의약분업 자체를 반대해서 투쟁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파업의 결과, 의대 정원 문제가 그때도 역시 중요했는데 ‘의사가 늘어나면 과잉진료가 우려된다’는 명분하에, 3,253명이었던 의대 정원을 줄이기로 합의를 보았다. 2006년도부터 3,058명으로 줄어들고, 그것이 지금까지 오고 있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안은 줄어든 3,058명을 400명씩 3,458명으로 10년간 유지해서 약 4,000명 정도 증원한다는 거다.

그래서 2000년 의약분업도 의사들 입장에서는 패배의 역사가 아니고 성공의 역사라고 한다. 이번 선거는 낙선했지만 보수정당에서 4선을 한 신상진 의원이 그 당시비상대책위원장이었는데, 파업이 끝나고 나서 의사협회 회장이 된다. 두 번 연임하고 그 후광으로 공천을 받아 국회로 진출한다. 그 분에게 제가 직접 들었는데, 자기들은 승리의 역사로 기억한다는 거다. 정부가 의약분업은 관철시켰지만, 의사들 입장에서는 자기들 요구를 관철시켰던 거다.

김우석 사실 의약분업의 명분이 과잉 의료였다. 의사들이 모여 보건복지부에는 왜 약사들만 있느냐는 논의를 할 만큼, 의사협회가 처음에는 밀리다가 마지막에 딜을 한 거다. 의약분업을 하는 대신 의사들이 요구하는 정원 문제를 받아들이라고 한 건데, 결과적으로 보면 둘 다 이긴 거다. 그런데 그때부터 시작된 불신의 골이 지금까지 20년 째 계속 이어져 왔고, 이런 상황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김능구 보건복지부의 4대 정책,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등이 제대로 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의협에서 비판하고 있는데, 실제로 오랜 기간에 걸쳐 수많은 논의를 해왔던 사항들이다.

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2000년 의약분업 때부터도 의대 정원 문제는 굉장히 민감했다. 현재 사법구조개혁 차원에서 로스쿨로 바뀌어 변호사들이 한 해 1,000명씩 배출되는데, 그 과정에 증원을 막기 위한 법조계의 반발이 얼마나 컸나. 사법개혁을 위해 YS때부터 시작해서 진행된 것인데, 마찬가지로 이번 의료파업도 ‘자기들 밥그릇 지키기냐’라는 비판이 있는 거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자기들 누릴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논리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공감한다, ‘환자들 생명을 담보로 해서 의사들이 자기 밥그릇 챙긴다’는 이 부분에 대해 의료파업에 나섰던 사람들은 아마 굉장히 억울해하고 갑갑해 할 거다.

김우석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 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행위의 기본이고 본질인데, 그것을 악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문제다. 자본주의가 이기주의 속에서 보이지 않는 시장이 사회를 움직인다고 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건데, 그게 너무 과하면 안 되겠지만, 밥그릇 싸움이기 때문에 ‘정원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는 안 맞는 것 같다.

김능구 논쟁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산업혁명부터 시작해서 나름대로 변모하며 자본주의가 발전해나가는데, 어떻게 말하면 이념체제로는 사회주의를 이겼다. 그런데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야수적 자본주의의 본성이 수정·보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코로나19를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공유된 것 같고, 그중에서도 의료, 교육, 주거 이런 부분에서의 공공성 강화는 대세적 흐름이다. 특히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밥그릇 싸움이 자본주의의 본성이라 그런 부분들은 당연하다’ 이런 이야기는 맞지 않다는 거다.

김우석 제 말씀은, 모든 사람들이 밥그릇을 위해서 사회활동을 하는데, 그것이 공격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거다. 민노총도 그렇고 모든 집단들에게 본질적으로 밥그릇 싸움의 속성이 있다. 그것이 선진국에서는 로비라고 하는 활동으로 양성화되어있는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명분론이 강해서, 마치 의사가 허준 같지 않으면 의사가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다. 본질적으로 밥그릇 싸움은 다 깔려 있는 건데, 문제는 이것이 의료인의 공공성이라는 사회에서의 컨센서스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거다. 처음에 이 논의가 있었을 때 ‘의사는 공공재’라고 복지부의 고위직이 말했다. 그래서 공공재라고 하면 의사를 국가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왜 고액등록금을 내게 놔뒀다가 결과적으로 쓰임에 있어서는 공공재라고 하느냐 하는 것이 논쟁거리가 됐었다.

핵심적인 문제는 정원인데,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OECD국가 중에서 우리가 인구 대비 의사수가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좋은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했냐면, 우리 사회의 도시 집중이다. 언제나 집 앞에 나가면 의사들이 널려있는데 의료접근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첫째고, 둘째로 벽지라는 부분은 의사정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벽지에 의사를 더 많이 뽑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사람들이 벽지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한다는 거다. 인센티브가 됐던 다른 방향의 무엇이 됐던 그런 논의를 먼저 하지 않고 의사만 늘리겠다고 이야기하니까, 의사 입장에서는 진짜 본질적인 것을 회피하고 정원에만 자꾸 손을 대려고 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거다.

김능구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려는 게 아니고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 의대 신설 등을 같이 진행하는 거다. 제가 생각하기에 금방 이야기하신 내용의 핵심은, 의료 원가의 보존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높여달라는 게 아니라 의료수가가 제대로 측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방 의사 부족이라든지 비인기과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실제 우리 생명에 굉장히 중요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이런 영역이 비인기과인데, 수가가 워낙 마중물에서 벗어난다는 게 현실이다.

저는 전체적으로 볼 때 의료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공의료라고 생각한다. 공공의료라는 게 우리나라는 좀 낯설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보았지만 가장 천박한 자본주의가 미국인데, 우리는 모든 것에서 미국을 따라가다 보니 그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교육문제만 봐도 김누리 교수가 JTBC의 ‘차이나는 클래스’ 방송 프로그램, 그리고 우리 폴리뉴스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독일의 경우 대학을 자기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고 등록금도 국가에서 전부 부담을 하고 생활비까지도 준다는 사실에 대해, 이게 무슨 꿈나라 이야긴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알고 보면 유럽도 부익부빈익빈과 같은 자본주의 병폐가 심각했었는데, 유럽의 사회혁명을 이끌었던 68혁명이 이뤄지고 그 혁명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스텝 바이 스텝으로 사회개혁을 해온 결과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다.

우리한테 공공의료는, 어르신네들이 보건소 가서 한번 씩 예방접종 좀 싸게 맞는다는 개념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로 유럽 등 선진국은 거의 90%가 공공의료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2018년 기준으로 의료기관 수는 5.7%, 병상 수로는 10%다. 우리에게는 그 개념 자체가 낯설고 겪어보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자본주의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 거다. 그래서 이것은 단순히 의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들이 주창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의료체계 개선 문제들도 따라가겠지만, 저는 이제 근본적인 국가정책으로서 공공의료라는 깃발을 바로 세우고, 전체 의료인과 시민단체,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우리 사회에서 이것을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가 하는 논의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나 본다.

김우석 우리나라에 공공병원이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료시스템을 통해 대부분 공공화되어있다. 의료보험 시스템에서 이익을 내는 민간 병원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반 의사들도 철저하게 의료보험에 다 구속돼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공공성이라고 하는 것은 전제가 되어있다. 영국 같은 경우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의사들이 다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서 질이 굉장히 떨어진다. 특파원 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병원에 갈 수가 없고, 결국 이 코로나 사태에는 엑소더스 하듯이 다 국내로 들어왔다. 그러면 유럽과 대한민국 중 어디가 공공성이 있는 건가. 그런 면에서 제가 보기에는 우리의 지금 시스템이 굉장히 공공성이 있는 거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것이고, 또 하나 우리는 미국 스타일이 아니다. 미국은 돈 없으면 병원도 못 가는데, 우리는 전체적으로 낮은 수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고퀄리티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다.

김능구 금방 말한 의료수가 문제에 대해 의사들은 불만이 엄청나다. 이번 파업에 개원의들은 10%만 참여했다고 하는데, 제 주변의 개원의 한사람이 미국 가서 시험을 다시 보고 의사 활동을 한다. 이유를 물으니, 과장된 이야기 일 수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하루에 100명 진료를 봐야 운영이 된다는 거다. 우리 병원들 가보면 거의 1분도 안 돼서 진료가 끝나는데, 의료수가가 낮아 그 정도 해야된다는 거다. 이 분 같은 경우 본인의 체질상 환자들과 이런저런 문진도 하다 보면 항상 5분 이상 걸려서 그 수를 맞출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수가 문제로 인해 비급여 진료 비중도 점차 높아진다. 감기에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 동네병원 같은 경우 다 알면서도 항생제 처방을 늘 한다. 하루아침에 벌어진 문제도 아니고 이런 현실을 정부 당국도 잘 알고 있다.

현재 합의안에 있는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를 두고 서로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의협 회장 같은 경우는 기본정책, 내놓은 정책의 철회라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여당의 보건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 같은 경우에는, 제출된 안을 가지고 함께 논의해서 보완·수정하는 것이지 ‘처음으로 완전히 돌아간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김성주 의원 발언에 또 의사협회는 발끈해서 ‘만약에 그렇다면 우리는 단체 행동을 재검토하겠다’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아까 말한 대로 20년 이상 누적되어 온 문제인데, 서로 관점을 완전히 다르게 두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접하는 실제 소비자인 국민들은 이렇게 보면 이쪽 말이 맞는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저쪽 말이 맞는 것 같은 상황이다. 어쨌든 국민여론의 대세는 의사들에게 상당한 비판의 눈초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우석 여론조사 보면 그렇게 나온다. 그런데 정부에서 잘 봐야 하는 게, 모든 파업에 국민들은 우호적이지 않다. 게다가 공공성이 강한 영역의 파업은 기본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게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코로나 전쟁 와중에 이러면 ‘9대1’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뭔가 설득력이 있으니까 의사들에게 30~40% 지지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파업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신뢰가 없다는 것이다. 소통이 안 됐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이든지 무신불립이라고, 신뢰가 없이 설 수가 없다. 신뢰를 구축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든 작업인데, 20년 동안 방치하고 있다가 갑자기 ‘의사협회 밥그릇 싸움하는 나쁜 놈들이야’라고 국민의 적을 만들어 놓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하면, 대체할 것이 없다. 문과에는 법조인들이, 이과에서는 의사들이 파워 엘리트들이고, 이 파워 엘리트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변호사, 법조인 같은 경우에는 민변도 있고 나라정책연구회도 있고 나름대로 대체 세력이 있지만, 의사협회 같은 경우에는 대체가 안 된다. 이번에도 대체를 하려고 한의사협회 지원하는 정책이 나왔는데 오히려 그런 것들이 빌미가 된다. 결국 대체할 수 없는 그룹이라고 하면 명분을 줘서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서로 윈윈할 생각을 해야지, 지금처럼 합의문 작성이 끝나자마자 여당 간사라는 사람이, 생각은 그렇게 할 수 있어도, 공개적으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당국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김능구 의료파업 협상 타결에 있어서 사실 여당내부나 시민단체에서 상당히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다. 김성주 의원은 해당 상임위의 여당 간사니까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던 것인데, 협상 타결문을 가만히 보면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 뭐냐 하면 논의 진행 중에는 어떤 정책을 새롭게 추진하지 못하도록 해 놨다. 협상 논의라는 것은 한쪽이 안 끝나면 계속 논의 진행 중이다. 그러면 이것은 당분간 어려운 것이고, 당분간을 넘어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라는 거다. 새 지도부로 협상타결을 주도한 한정애 정책위의장에게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거고, 심지어 이낙연 당 대표에게도 과연 이것을 봉합하는 것이 능사였느냐,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의료 개혁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의사뿐 아니라 의료진 전부와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서라도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그 일부분을 김성주 의원이 보건복지위 간사로서 입장 표명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말씀하신대로 정부와 의사들만으로 풀릴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 같다. 제가 볼 때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야정 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 증세가 필연적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지금 여야정 누구도 말하고 있지 않다. 말하기 어려운 거다. 그런데 유럽이나 어디든,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3만 불에서 고비를 넘기고 그 이상 올라간 곳은 모두 사회적 대타협을 봤다. 노동 쪽에서 양보하고,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양보하는 그런 과정을 다 거쳤다. 우리나라에도 노사정 간에, 현재는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말로는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실제적으로는 제대로 되기 어려운 거였다.

그래서 의료개혁 문제도 사회적 협의 기구가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의사, 간호사, 기업, 노조까지도 포함되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서, 정말로 의료란 것은 공공성을 띄지 않으면 안 되고 그래서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 현재 10%도 채 안 되는 것을 20%, 30%, 50%로 가는 마스터플랜을 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담당하는 조직과 함께 협의하고 논의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끔 해나가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이번에도 절차의 문제에서는 정부가 욕을 좀 먹어도 타당하다고 본다. 논의는 계속해왔지만 정책을 내놓기 전에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거다. 제 생각에는 코로나 19를 통해서 ‘공공의료가 필요하다’,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라는 명분을 갖고 밀어붙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방향성과 내용은 맞는데 이번에도 역시 최저임금제와 마찬가지로 절차적인 타당성,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문제가 있었다고 보인다.

김우석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하면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는데, 저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노사정 위원회 말씀하셨는데, 사실 노사정 위원회도 항상 모두가 합의하는 그런 결과는 없다. 노(勞) 쪽에서는 끝까지 반대하고 사(使) 쪽은 사 쪽 대로 반대하고, 그런데 일단 인정하고 가는 거다. 그 판을 깨지 않는 한, 양쪽에서 인정하는 것으로 전제를 하고 그 정책을 밀고 가는 건데, 결과적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불만은 다 있다. 의료 개혁을 해야겠다고 하는 측과 파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사 측의 양 극단이 있는데, 적어도 국회하고 의사협회 정도에서 합의를 하는 것들은 서로 인정을 하면서 가야 이 극단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거다. 합의하는 주체들은 앞으로 전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저는 주호영 대표가 이야기했던 여야의정이 됐든 다른 형식이 됐든, 모든 갈등들을 용광로같이 넣어서 해답을 만드는 게 국회인데, 당사자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적극적으로 그 부분을 다독이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지금 코로나 정국에서 정치권이 이 부분의 해법을 내야지 갈등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능구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 문제가 있다. 정부가 두 차례 연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14%밖에 신청을 안 했다. 그 다음 배려는 없다고 정부에서 강경하게 나오고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하고 나왔다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문제다. 한 해에 3,000명 정도의 새로운 의사들이 확충되는데 이 사람들이 각 병원의 인턴으로 가고 보건소 보건의로 가고 군의관으로 가고 하는데, 기본적인 의료 시스템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의대 교수진들이 오히려 고시거부 지지선언처럼 격려하는 성명을 냈는데, 그것은 문제가 있다. 금방 이야기한 대로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서 궁극적인 해결 목표를 세우고 과정을 만들어가야 되는 것인데, 국가고시를 통해 당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의대생들이 그 과정을 거부했다는 것은, 교수님들이 제자들을 설득해야 될 문제라는 생각이다. 국가고시를 거부한 친구들은 내년에 다시 시험을 치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큰 불이익이 없다. 불이익은 온전히 국민들한테 다 돌아가는 거다. 그래서 이 문제에 있어서는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의대 교수님이나 의협, 또 바로 위 선배인 전공의들이 제자와 후배들을 설득하고, 정부도 국민적 차원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이런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우석 말씀하신 대로 불이익은 대부분 국민들한테 가는데, 국민들을 대신하는 게 정부다. 개인적으로 현업으로 돌아와라 국가고시를 봐라 이런 작업들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정부에서 지금 하는 것은 그야말로 나 몰라라, 사람들이 옹졸한 복수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에서 못 푼 것을 국회에서 풀었다. 그런데 국회는 큰불을 잡는 거고 잔불 정리는 정부에서 하는 거다. 코로나 국면에 수능도 미루는 상황인데, 합의 정신에 기초해서 대승적으로 시험을 한두 번 더 봐도 좋지 않나. 말씀하신 대로 인턴은 1년이고 대체가 안 된다. 국가 의료시스템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가는데 인턴은 온갖 궂은일은 다하는 일종의 ‘크루’같은 개념이다, 이분들이 복귀를 안 하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의료시스템에 굉장히 큰 공백이 생기는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승적으로 뭔가 해법을 제시하고 설득도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 고 말씀드린다.

김능구 우리나라가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문제들이 많아서 국토균형 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에 있어서도 지역 의사들의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예를 들면 2020년 6월 종로구는 1,000명당 16.29명의 의사가 있는데 강원도 고성 같은 경우에는 1,000명당 0.45명이다. 250개 시군구 자치단체에서 1,000명당 1명도 안 되는 곳이 45곳이나 된다고 한다. 지역 의사 부족 문제는 의사들도 잘 알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 계획처럼 공공 의대를 설립한들 정원이 49명밖에 안되고, 늘어난 300명을 지역에서 10년간 복무하라 해도, 인턴 레지던트 지나면 3~5년 정도 있는데 모두 다시 수도권으로 서울로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그런 정책으로서는 지역의 의료서비스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저도 그 부분은 일리가 있다고 본다. 일본 같은 경우 14개 지방정부가 모여서 지방 공공의료 대학을 만들어서 지역에서 선발된 의료인원이 9년간 돌아가는 시스템을 계속 가지고 간다고 한다. 정원 49명의 폐교된 학교를 되살려서 하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증원 문제인데, 전 국민이 의료진에게 “덕분에”캠페인과 “힘내세요”응원을 했었고, 코로나19를 통해서 기본적으로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걸 다 체감했다. 그래서 독일 같은 경우엔 의대 정원을 50% 늘리겠다는 흐름으로 가고 있는데, 지금 와서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고 파업으로까지 가고 하니까 국민들이 의아스러운 거다. 의사들 자기들만의 문제도 있다. 파워엘리트라는 측면에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원가보전이 안 되는 의료 수가라든지 그들만의 문제가 있어 지역도 안가고 비인기과도 안 가고 그런 것인데, 이러한 문제도 함께 풀어나가야 된다.

김우석 정원 문제는 당연히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원이 부족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우리나라에는 공보의(공중보건의사)라는 제도가 있다. 공보의로 지역에 계속 있다가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다. 사실 이탈리아나 영국 같은 경우 우리나라보다 의사가 훨씬 많지만, 의료 서비스는 우리나라만한 곳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의사의 수 문제보다,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해봐야 한다. 강원도나 이런 데 보면 산부인과 없고, 정형외과도 없다. 어떻게 인센티브를 많이 줘서 능력 있는 사람이 지역에 내려가서 돈도 벌고 자기 성취도 이루고 할 수 있느냐, 이런 부분들로 그런 상황을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해결이 안 되면 그때 의사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으니 인원을 좀 더 늘려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이 공감할 거고, 의사들도 거부할 수 없다. 순서대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능구 저는 근본적으로 의료, 의사는 공공재라는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의료는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10%도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을 유럽처럼 당장에 90% 수준으로 높일 수 없다. 하지만 매년 10%, 어떤 경우에는 5%씩 올린다면 10년으로 따지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가야한다고 본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이사

정치커뮤니케이션 그룹 이윈컴 대표이사이며, 상생과 통일 포럼 상임위원장, 동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이고,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대구 · 61년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서강대 언론대학원 언론학 석사

30년간 각종 선거에서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 13년간 TV·신문 등 각종 토론회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김우석 미래전략연구소장

한나라당 총재실 공보보좌역, 전략기획팀장, 여의도 연구소 기획위원,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 위원, 미래통합당 제21대총선 중앙선대위 대변인을 역임

충남 보령 · 67년생,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 서강대 언론대학원 언론학 석사,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7년간 TV·신문 등 각종 토론회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