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친분 자랑하는 트럼프
폼페이오, 북한과의 ‘물밑 접촉’ 언급...인도적 지원 나서나?
바이든 당선 시 ‘전략적 인내’ 계승 관측
*편집자주: 미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폴리뉴스>는 코로나19, 인종차별 이슈, 대북 관계 등 선거의 중심이 되는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향후 북한과의 비핵화 프로세스는 크게 달라진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북한에 명확히 다른 태도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는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킨 것을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라고 보며 냉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과 11월 3일 미 대선 사이 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 또는 트럼프가 10월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시도할 가능성 등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김정은과 잘 지낸다”
트럼프는 기존의 전통적인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 과감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면서 북미대화의 셈법을 바꾸기도 했다.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ABC방송 주최로 열린 타운홀 행사에 참석,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김정은과 잘 지낸다”면서 “버락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었다면 북한과 전쟁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 북한과 핵전쟁을 치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로부터 ‘고맙다’, ‘사랑한다’는 전화를 받는다. 이는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밥 우드워드가 지난 15일 출간한 <격노>에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가 자세히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와 18차례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쓴 이 책에는 두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 27통 중 공개되지 않은 25통의 내용이 포함됐다.
첫 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은 15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으며, 우드워드는 이들에 대해 트럼프가 언급한 ‘러브레터’ 이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2019년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 이후 그해 6월 보낸 친서에서 “103일 전 하노이에서 나눈 매 순간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영광의 순간”이라면서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은 북미 관계의 진전을 이끄는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도 지난해 6월 서신에서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면서 “당신과 나만이 함께 일하면서 우리 두 나라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고 70년 가까운 적대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적었다.
다만 김정은이 지난해 8월 5일 보낸 친서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 냉각이 엿보였다. 김정은은 이 편지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과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우드워드는 이에 대해 “톤은 정중했지만 메시지는 두 정상의 관계가 영원히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친구나 연인에게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고 평했다.
폼페이오 “북한과 노력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에 유화적 메시지
트럼프가 이처럼 김 위원장과의 여전한 친분을 강조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준비하고 있다고 암시하면서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오른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같은날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의 화상대담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동맹은 물론 북한과도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무장관으로서 북한 등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었느냐는 취지의 진행자 질문에 “우리는 추가 진전을 이룰 수 있고, 김정은이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면서 “나는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공개적으로는 고요했지만 진행 중인 많은 노력이 여전히 있다”면서 “그 지역 내 우리 동맹인 일본·한국과 진행 중인 노력이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심지어 북한과의 노력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미국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최근 홍수와 태풍 피해, 코로나19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폼페이오는 최근 인터뷰에서 북한과 관련 “경제적 어려움이 있고, 코로나19 위험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돕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14일 북한 홍수·태풍 피해에 대해 “우리가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후속조치를 한다면 해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미 적십자 또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대표단,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 언론인들이 북한을 방문할 때 번번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1년에 한 번만 정부의 확인을 받으면 되는 복수방문 특별 확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에 잇따라 유화적 제스쳐를 꺼내는 이유는 미 대선 전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등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관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미 대선 일정상 우편투표가 10월에 시작되는 만큼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진행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북한이 선거판을 흔들 만큼 큰 이슈가 아니라 트럼프가 급박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으며, 북한 역시 대선이 끝날 때까지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우세한 관측이다.
다만 북미회담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결단이 주가 되는 ‘톱다운’ 형식으로 열려왔으며, 트럼프의 즉흥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다.
바이든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 안 만난다”
바이든은 트럼프에 비해 북한에 냉담한 입장이다. 그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북전략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전략적 인내’를 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다.
바이든은 과거 인터뷰에서 한국·일본 등 동맹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도록 촉구하는 형태의 비핵화 전략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지난 1월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도 “트럼프처럼 아무 전제조건도 없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11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자신을 “미친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부은 것을 함께 언급했다.
민주당은 대선 정강에서 “동맹국들과 조율된 외교 캠페인을 통해 북한의 호전성을 억제하며 장기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은 트럼프가 7월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한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트럼프가 ‘톱다운’ 형식을 선호한다면, 바이든은 실무진에서부터 시작하는 ‘바텀업’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누가 이기든 북한과 도발할 것”
“김정은, 트럼프 재선 성공하기 원할 것”
17일 오전 열린 제21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미 싱크탱크 전략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건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분명한 비핵화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 “누가 이기든 북한이 먼저 도발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압박을 가하려 할 것이고, 과거에도 그런 패턴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미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중동 이슈로 인해 대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까지 할 필요성은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이슈란 미국의 중재로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한 것을 의미한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같은 세션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은 분명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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