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복귀 선언했지만...2차 TV토론 ‘난망’
바이든과 지지율 두 자리수로 벌어져
트럼프 캠프, ‘코로나19 완치’ 선거전략으로 역이용 전망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흘 만인 5일(현지시간) 퇴원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그는 참모들의 만류에도 퇴원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월 3일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라이벌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데 대한 조급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 직전 트윗을 통해 선거운동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38분께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헬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이동했다.
그는 오후 6시 54분께 백악관에 도착했으며, 2층 발코니에 올라가 마스크를 벗은 뒤 헬기 쪽을 향해 두 차례 거수경례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료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가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거나 초과했다고 밝혔다. 지난 72시간 이상 열이 없어 해열제를 복용하지 않았으며, 산소포화도 수준도 정상이라는 것이 의료진 설명이다.
다만 주치의 숀 콘리는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흘 이상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으며, 선거유세 재개에 대해서도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남아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은 이날 오전까지도 퇴원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승리 가능성 고작 11%...조급함 작용한 듯
경합주에서도 바이든에 밀려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퇴원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9일 첫 TV토론에서 혹평을 받으면서 바이든 후보와의 여론조사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코로나19 확진까지 겹치면서 선거 유세 일정을 줄줄이 취소해야 했다.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태도를 이어오던 와중 확진을 받으면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에도 퇴원을 추진했지만 참모진과 의료진의 만류에 이루지 못했다. 대신 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병원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깜짝 외출’을 강행하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병원에 있는 것이 따분하다고 말했으며, 입원으로 인해 자신이 약해 보일까봐 걱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 당일인 5일 오전 6시 19분부터 ‘투표하라!’는 내용을 담은 트윗 15건을 연달아 올렸다.
퇴원 직전인 오후 5시경에는 “코로나19를 무서워하지말라.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두지 말라”고 적었다. 또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정말 훌륭한 약과 지식을 개발했다”면서 “나는 20년 전보다 상태가 더 좋아졌다”고 과시했다.
이어 “선거 캠페인에 곧 복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불어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을 보여준다”고 게시했다.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힌 사이 경쟁자 바이든 후보가 지지율 격차를 두자리수로 벌린 가운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트윗’은 그의 초조함을 강하게 보여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센터와 협업해 만든 자체 모델 예측치를 통해 5일 기준 11월 미국 대선 선거인단 투표에서 바이든 후보가 이길 확률이 89%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확률은 11%에 그쳤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와병이 대선 패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되더라도 바이든 후보와 격차를 좁힐 시간이 없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4일 발표된 미 NBC·WSJ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39%의 지지를 얻으면서 바이든 후보(53%)에게 14%p나 밀렸다. 해당 조사는 1차 TV토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 유권자 800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같은 날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41%를 얻으면서 바이든 후보(51%)에게 10%p차로 밀렸다. 이 조사는 10월 2~3일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 대다수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입소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스콘신주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50%를 얻으면서 44%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을 6%p 차이로 제쳤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바이든 50%-트럼프 45%, 미시간주에서 바이든 49%-트럼프 44%를 기록하며 5%p 격차를 보였다. 애리조나주에서는 바이든이 47%를 얻으면서 46%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섰다. 플로리다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두 후보가 각각 47%를 얻으면서 동률을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주별로 유권자 1000명 혹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플로리다·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주는 지난달 11~16일, 애리조나주 지난달 11~17일,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조사가 실시됐다. 신용구간은 미시간주 4%p, 나머지는 5%p다.
전문가들, 트럼프 3일만 퇴원 우려
재선캠프, ‘트럼프는 살아남은 영웅’ 전략 움직임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 증상이 나타난 이후 10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당장 오는 15일 예정된 2차 TV토론이 개최될지도 미지수다.
대선캠프의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닉 루나 대통령 보좌관, 케일리 맥커내니 대변인 등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있는 것도 대형 악재다.
74세의 고령에 비만까지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만에 퇴원했다는 것도 의료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코로나19는 감염 후 7~10일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로버트 웍터 샌프란시스코 의대 학장은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이 필요할 정도로 아픈 사람이라면, 백악관 의료진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3일 만에 퇴원하는게 괜찮은 상황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약물은 중증환자에게 주로 쓰인다.
로버트 학장은 “누구든 코로나19에 걸린 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치료를 받고도 사흘 만에 퇴원하려면 담당 의사의 지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트럼프 재선캠프는 코로나19를 이겨낸 대통령을 선거운동에 역이용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재선캠프의 에린 페린 공보국장은 이날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경험했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보다 낫다고 추켜세웠다.
페린 공보국장은 “그는 총사령관으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업자로서의 경험도 있다. 그는 현재 개인으로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운 경험도 가지고 있다. 조 바이든은 그런 직접 경험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백악관에 헬기를 타고 복귀하는 장면을 장엄하게 그린 영상을 트위터에 게재했으며, 헬기에 거수 경례를 하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 퇴원 직전에는 자신을 ‘중국 바이러스에서 살아남은 무적의 영웅’으로 묘사한 뉴욕 포스트의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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