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기 박사(고구려대학 사회복지학 겸임교수)
▲ 장용기 박사(고구려대학 사회복지학 겸임교수)

 “전남 신안군이 경남 김해시와 자매결연 1주년을 맞은 10월 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를 ‘김해시의 섬’으로 선포했다.


 이날 하의도 선포식과 상징 조형물 제막식에는 박우량 신안군수, 허성곤 김해시장, 시ㆍ군의회 의원 등이 참석했다.


 주로 철재로 만들어진 상징 조형물은 김ㆍ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사진전의 스케치 장면을 본떠 두 대통령이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담았다.


 기둥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이 담긴 ‘행동하는 양심’이란 문구와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따뜻한 글귀와 어록을 새겨 두 대통령의 뜻을 기렸다.


 이와 함께 김해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진영읍 김해대로 구간을 ‘신안천사대로’로, 노 대통령 생가 인근 봉하로 구간을 ‘하의로’로 명예도로명 부여를 추진 중이다.


 특히, 신안군은 하의도에 이어, 가거도를 경기 평택시의 섬으로 도초도를 경기 하남시의 섬으로 선포하기로 했다.


 또 인천 옹진군과 경산시, 서울 강남구, 마포구, 고양시, 광양시, 경북 울릉군 등 전국 11개 시군과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문화교류와 섬 문제 공동대응, 향우회와의 지속적인 교류 행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전국에 있는 모든 섬 없는 자치단체에 신안군의 섬들을 그 자치단체의 섬으로 이렇게 지정식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섬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 섬을 명예행정구역으로 선포하는 신안군의 시도가 섬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윗 글은 영호남을 비롯한 지방과 중앙 언론이 취급한 기사의 주요 내용들이다.


 필자는 신안의 조그만 섬 하의도에서 거행된 이들 기사를 500년 전의 16세기 조선중기 인물 토정 이지함 선생이 하늘에서  볼 수 있다면 가장 기뻐할 뉴스로 생각한다.


 토정 선생께서 “21세기 대한민국 발전에 섬의 강점을 나와는 달리 역발상 관점에서 접근하는 후예가 있네유. 나는 육지에서 섬을 봤는 데 이 자는 섬에서 육지를 보고 있구만유. 어쨌든 섬의 날 국가 기념일도 세계 처음으로 만들어지고 후배들이 섬의 중요성을 이제서야 아는 게 참으로 기특한 생각이고 빈갑구만유...”라고 말하실 것 같다.


  난데없는 충청도 보령출신의 역술가인 토정 이지함 선생이냐고?


 한국인의 오랜 베스트셀러인 토정비결 저자이자 드라마나 소설에서 기인으로 잘 알려진 토정 이지함 선생은 1592년 임진왜란 발생 15년 전, 경기 포천과 충청 아산현감에 부임받아 요즘으로 보면 경찰서장과 세무서장, 향토 군부대장을 겸직한 한 고을의 어엿한 시장군수를 지내신 분이다.


-"섬에서 육지를 선도하는 역발상"-

 
 토정 이지함 선생은 1573년 포천현감 시절 선조 임금에게 손수 올린 상소문을 통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인데, 조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농사만으로는 백성들의 가난을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토정선생은 당시 조선왕조가 바다와 섬을 금기시하고 천시해 온 해금과 공도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소유주가 없는 황해도 풍천부 초도라는 섬을 소금생산기지로, 전라도 만경현 양초도를 어업생산기지로 삼아 우선 포천현민의 가난부터 시범 구제사업을 해 보겠다며 포천현에 임시로 빌려줄 것을 건의했다.


 16세기 조선도 지금처럼 행정구역 단위로 경제개발권 경계가 나뉘어져 특정 고을이 자신의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이른바 월경지 개발은 왕의 조정없이는 허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토정은 이 섬이 개인 소유권도 없이 방치된 국공유지이기 때문에 개발권을 임시 위탁 조정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뭐 이런 정신 나간 엉터리 현감이 있어? 섬이 무슨 밥을 먹여 준다고? 또 일개 현감이 백성을 먹여 살린다고? 전국 방방곡곡을 헛것으로 다녔구만 쯧쯧..” 필자가 당시 상소문을 본 조정의 중앙관리들의 표정을 상상해 본 대목이다.


 물론 토정의 건의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지함 현감의 상소문이 선조 임금에게 직접 전달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고 조정에서는 왜 하지마라는 실록의 기록도 없다. 토정은 조정의 묵묵부답에 그 길로 포천 현감직을 바로 사직한다.


 5년 뒤 1578년 아산현감 시절 백성들에게 큰 폐해를 끼치는 군대와 세금의 연좌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상소문에 대해서는 선조 임금이 “토정 현감의 말대로 하라”는 기록이 있어 포천현감의 섬 개발 상소를 선조가 직접 봤다면? 아니면 이지함 선생이 황해도 풍천이나 전라도 만경현감 특히 섬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신안을 관할했던 나주목사를 지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역사에서 하지 말라는 아쉬운 가설도 해 본다.


 16세기 섬과 바다를  백성의 가난 구제와 부국강병의 토대로 삼으려 했던 토정 이지함 선생.


 21세기 문재인대통령이 정부 출범초기 바다와 섬을 이순신 장군이 강조했던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다시 만들다) 정신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2019년 세계 최초의 섬의 날 기념일 제정, 그리고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은 신안군의 버스공영제 도입, 여객선 공영제 시범사업, 전국의 육지부 지자체와 자매 섬을 삼는 등 선도적인 섬 행정을 보면서 흐뭇해 할 듯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안군의 주민공유이익을 전제로 한 해상풍력사업을 그린뉴딜 정책의 선도 사업으로 꼽으며 지지한 바 있다. 물론 해상풍력이 바다 환경과 주거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따져야 할 문제이고 여전히 찬반논란도 있는 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법과 조례와 규칙 등등 이거저거 따지며 돼냐 안 돼냐 책상에서 따지며 허송세월 보내는 게 맞느냐이다.


 인권과 형법 등 시민으로서 지켜야하는 기본적인 법은 당연히 촘촘하게 짜고 존중해야 하지만 시민과 지역의 생존권을 다루는 정책에 대해서는 법을 넘나들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법과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들은 규제가 촘촘하고 많을수록 좋아한다. 규제가 많다고 자신들의 급료가 깎일 일 없는데다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본인의 재산 중식 등 주머니 사정과 별 관련이 없고 오히려 신경 쓸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토정 이지함의 16세기 조선시대로 다시 돌아가 당시 조정의 조선인에 대한 해금과 공도 등 이른바 규제법과 규제 정책이 맞았는가?


 물론 토정선생이 해금과 공도정책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한 건 아니지만 조선의 백성들이 섬에 들어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시 섬에 들어가선 안 되고 오히려 섬을 비워야 한다는 공도라는 현행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개혁에 반대하는 언론이 있었다면 조선의 일선 현직관리가 정면으로 경국대전 법을 위반하는 발언을 했다며 당장 해임하라는 탄핵성 보도가 빗발쳤을 터이다. 토정선생은 백성의 고통해소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변화와 개혁을 외면하는 조정과 함께 할 수 없다며 탄핵 없이도 스스로 사임했지만...,


-재조산하(再造山河)는 S프로젝트 재 추진-


 백원우 민주연구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5월 전남을 방문한 강연에서 전남 서남권의 발전 잠재력을 거론하며 2004년 중단된 S프로젝트가 아쉽다고 밝혔다.


 백 대행은 섬의 날이 제정돼 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고속철도와 도로망. 공항 등 수도권과 국제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목포를 축으로 신안 진도 완도 등 다도해 중심의 S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프로젝트하면 2004년 검찰조사 도중 한강에서 투신해 숨진 당시 박태영전남지사의 후보시절 핵심 공약이었다.


 고 박지사가 김대중정부 산업자원부 장관시절부터 공들여 온 싱가폴의 화교물류 자본의 중심기능을 공항과 바다 섬이 있는 신안목포무안에 유치하려한 구상이다


 화교자본의 특성은 중국본토는 기피하면서도 중국과 가깝고 국제 접근성이 좋은 해역에 물류의 중심기능을 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세 번째 길이의 총연장 10여 km의 천사대교도 완공된 만큼 육해공의 접근성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나다.


 다도해 거점의 S프로젝트는 미국과 중국ㆍ일본ㆍ유럽 등이 함께 공유하며 대한민국과 세계인들이 먀음껏 일하는 평화의 국제 교역문화 중심을 만들자는 것이다.


 자 이제 답은 명확해진다. S프로젝트는 문재인 정부의 ‘제조산하’에 걸맞는 대한민국 지방살리기 거점 프로젝트인 만큼 차기 대통령선거의 후보 공약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남의 미래가 걸린 이 프로젝트는 신안 목포 무안만의 힘으로는 힘에 겹다. 전라남도 등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먼저 신안·목포 두 자치단체도 시군 통합에 앞서 S프로젝트를 대선 공약에 넣을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모색해주기를 희망한다.


 토정 이지함 선생이 앞이 보이지 않았던 16세기 조선의 민생 가난탈피와 부국강병을 위해 못다 이룬 꿈을 21세기 신안 목포에서부터 시작해 보자는 시대적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홍정열 기자 hongpe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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