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2021년 한국 경제는 3%대 초반에 달하는 성장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되며, 과연 이러한 경제성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전염병 대유행인 팬데믹으로 2020년 한국 경제는 –1.1%라는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급속하게 확산되었던 2020년 상반기에 경제성장의 두 축인 소비와 수출이 모두 급감했던 영향이 컸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보인 것은 2차 오일쇼크로 –1.6%를 기록한 1980년과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5.1%로 성장률이 급락한 1998년 이후 세 번째이다. 이번 역성장이 이전보다는 하락 폭이 작아도 설비투자를 제외한 소비, 건설투자, 수출, 수입 등 대부분 주요 지표가 연간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체감경기는 이전만큼 나쁘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글로벌 경제의 특징은 소위 기술이나 고용, 교역 등 경제 펀더멘털의 직접적인 변화보다는 코로나19의 확산 정도, 락다운 강도, 그리고 정부와 중앙은행 등 정책당국 대응에 의해서 주도되었다는 점이다. 2020년 하반기에 글로벌 경제 및 한국 경제가 개선된 것은 이러한 코로나19 관련 요인들, 특히 락다운의 해제 및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 등이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2021년에도 이러한 요인들이 경제에서 회복 경로를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과 조기 접종은 향후 경기에 긍정적이다. 조기 접종과 접종 확대는 그동안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서비스 업황 개선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별로 백신 조기 확보량의 차이가 이슈가 되고 있으나, 그 차이가 당초 예상했던 경제성장 경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는 판단이다. 이는 백신을 조기에 확보한 국가에서도 경제활동의 정상화에 필요한 집단면역은 2020년 후반에나 가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다만 백신 접종이 지연됨에 따른 인적 손실과 보건 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치료제 및 백신의 조속한 공급은 시급한 과제다.

정책대응 또한 중요한 변수다. 미국은 대선 이후 코로나19에 대한 4차 대응책으로 최근 9000억 달러(약 990조 원)의 부양책을 결정했으며, 유럽도 ‘차세대 EU’라는 7500억 유로(약 1020조 원)의 경기회복기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재확산 강도에 따라 이러한 추가적인 재정투입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주요국 중앙은행은 다양한 유동성 공급정책을 지속하며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공조를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은 제로 수준의 정책금리와 더불어 경기에 우호적인 금융여건을 위한 양적완화로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는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적어도 2022년까지는 지속할 전망이다.

2021년 글로벌 경제에서 또 다른 특징은 경기 회복과 달러 약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대표적인 원자재인 원유 가격은 텍사스 중질유 (WTI) 기준으로 2021년에 배럴당 50.9달러(약 5만 5990원)를 예상한다. 이는 2020년의 연평균 39.7달러(약 4만 3670원)보다 28.2%가 높은 수준이다. 철강 및 곡물 등 원자재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어서 공급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발생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공급측 물가불안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일 경우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금융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 여건에서 2021년 한국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 민간소비 개선으로 전년대비 3.1%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 전년의 –1.1% 역성장에서 회복하면서 2021년 2분기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제규모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2021년 중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제로 회복하는 나라는 주요국 중 한국과 중국, 미국 정도다.

2021년 수출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여파로 다소 주춤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주요 교역국의 경기개선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2020년 –5.7%라는 역성장에서 8.1%에 달하는 큰 폭의 상증 전환이 예상된다. 반도체와 컴퓨터, 디스플레이 등 ICT 부문 호조로 설비투자는 전년에 이어 6% 내외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는 수출용 수입과 자본재 수입을 늘려 수입 증가율 또한 전년의 –7.5%에서 2021년에는 7.4%로 증가로 전환할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경기 회복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년의 0.5%에서 1.0%로 상승 폭을 키우나,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2%에서 크게 하회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회복으로 제조업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 백신 보급에서 집단면역이 지연되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확진자 이슈로 서비스업 경기가 시차를 두고 하반기 이후에 개선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취업자수 증가는 20만 명 내외를 예상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제조업 업황 개선에도 일자리 증가가 과거와 같이 크지 않은 것은 구조적인 인구 고령화와 서비스 업황 개선이 지연 때문이다. 고용여건의 개선 부진에도 불구하고 완화적인 글로벌 금융여건에 따른 위험선호 증가가 주식 등 자산가격에는 긍정적일 전망이어서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한국의 재정정책도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최근 국회는 20조 원 내외의 한국판 뉴딜 자금을 포함하는 558조원의 2021년 예산안을 의결하였다. 코로나 피해 지원 및 백신 확보 등의 재원을 위해 정부의 예산안대비 2.2조원이 증액된 것이다. 특히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및 그린 인프라 구축과 산업지원, 고용 등 안전망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160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접종 지연 등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향후 경기에 대한 하방리스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편성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여러 차례의 추경으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지출은 사상 처음 인위적으로 경제를 멈추게 한데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위기에서 빠르게 탈출하고, 뉴딜 지원으로 새로운 경제로 빠르게 이행함으로써 경제성장을 가속화하는 것이 향후 추가적인 재정건전성 악화를 방지하는 길이다. 2021년 한국경제는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의 점진적인 회복에 맞추어 2%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3%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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