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 원전 부지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 노출 조사 결과 보도
여 "정부 철저히 조사해야" vs  야 "침소봉대해 국민 호도"
일부 지역민·환경단체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촉구"

월성원전. <사진=연합뉴스>
▲ 월성원전. <사진=연합뉴스>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지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누출됐다는 보도를 놓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탈원전'이 기조인 더불어민주당이 원전 폐쇄를 위해 위험성을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누출 공방으로 인한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들과 원전 인근 일부 주민들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2019년 월성원전 내 삼중수소 검출…삼중수소는?

포항MBC는 지난 7일 뉴스데스크 지역방송에서 "월성 원전 부지가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한수원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지난해 월성 원전 부지 10여곳의 지하수 검사 결과, 모든 곳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원전 구조상 방사성 물질은 안전을 위해 완전히 밀폐, 격리돼 지정된 설비를 제외하고는 검출되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조사 결과 많게는 71만 3000 베크렐, 관리기준의 18배에 이르는 상당량의 삼중수소가 곳곳에서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전 3호기 터빈 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로 맨홀의 고인 물에서 검출됐다는 것인데, 검출 지점이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는 정해진 배출 경로가 아니라는 점이어서 논란을 지폈다.

한수원이 지난해 6월 수립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이하 한수원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9년 4월 월성 원전 3호기 터빈 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로 맨홀 고인 물에서 리터당 71만 3000베크렐의 삼중수소를 검출하는 등 일부 관측정에서 고농도 삼중수소를 검출한 바 있다. 

이에 한수원은 검출물을 모두 회수해 처리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보도에서는 한수원이 내부 보고서를 통해 월성 원전 부지가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 누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도한 것이다. 

삼중수소는 환경으로 배출될 경우 토양이나 하천에 침적돼 식수나 음식 섭취를 통해 인체 내 들어가게 되는데, 기준치 이상 피폭 시 유전자 변이 등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오염수에 대량 함유된 방사성 물질과도 같다. 

이후 포항MBC는 월성 원전의 주요설비인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관리 기준보다 13배나 많이 검출됐지만, 한수원이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균열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월성 4호기에서는 인공 방사능 물질인 '감마 핵종'까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與 "기준치 18배 달하는 삼중수소 검출 된 것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어"
野 "유출된 삼중수소,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 줄 정도에 미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누출 사건을 정부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침소봉대해 국민을 호도하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광우병 시즌2'"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월성원전 3호기 터빈건물 배수로 맨홀의 고인 물에서 기준치의 18배에 달하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며 "1년 넘게 월성원전을 감사해놓고 사상 초유의 방사성 물질 유출을 확인하지 못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일부에서는 조기 폐쇄 결정을 정쟁화하며 그런 불량 원전의 가동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쟁이었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월성 원전 부지 지하수가 삼중수소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한수원은 삼중수소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감안할 때 유출의 원인부터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수원은 외부로 유출이 없었고, 삼중수소 농도가 주민 건강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라면서도 "삼중수소는 생체 세포와 결합해 유전자 이상 유발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로, 삼중수소 배출 경로와 무관한 지하수 등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유출된 삼중수소가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위원회 위원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과학적 사실이 아닌 일부의 주장을 침소봉대하여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원전 국정농단 행위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월성 원전 수사 물타기와 조직적 가짜뉴스 퍼뜨리기를 중단하라"며 "공당의 대표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감사원까지 흔들려는 태도가 정녕 책임 있는 모습인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월성 원전 인근 주민·환경단체 "문제 핵심은 지하로 장기간 누출된 것"
한수원 "무책임한 내용…원자력안전위도 유출 없었다고 결론 내"

일부 월성 원전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야당과 한수원의 반박에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기존 정해진 배출 경로가 아닌 지하로 장기간 누출됐는데, 그렇게 오염된 지하수가 원전 외부  환경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한 누출 원인과 규모, 영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한수원 측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무책임한 내용'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견도 삼중수소 유출이 없었다는 결론이라는 점 밝혀둔다"라며 "팩트와 과학적 증거 기반의 논란이 아니라, 극소수의 운동가가 주장한 무책임한 내용이 다시 비교 기준을 흐리는 식으로 확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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