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는 지수 3천을 돌파하며 연일 고공행진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임기 중 최저치를 맴돌고 있습니다. 4월 재보선이 코앞인데, 여론은 국정 지지보다는 국정심판 쪽으로 크게 기울었습니다. 이제 1년여 남은 문재인 정부, 어떻게 마무리 할지를 국민들께 분명히 밝혀야 할 시점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지난 11일 신년사에 이어 연두 기자회견을 예고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 대통령께 편지를 올리고자 합니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고 국가적 위기도 벗어날 수 있다는 충정으로 한 말씀 올립니다.

먼저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5년 차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 노 대통령은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면서 새해를 시작했습니다. 권력 구조를 바꿔서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취지였습니다. 10월에는 전격적으로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냈습니다.

참여정부 내내 제기한 수많은 어젠다는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의 극복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의 불씨를 만들고, 실질적인 지방자치 시대의 토대를 구축했으며, 비례대표제와 선거공영제 도입, 정치자금법 개정 등 미래 정치의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모든 것이 ‘노무현 탓이다’라는 말처럼 지지율이 바닥을 쳤지만, 집권 마지막까지 강한 소신과 추진력으로 현안에 적극 대응해 퇴임 시점의 국정 지지율은 3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YS는 물론 DJ, MB보다 높은 수치인데,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보수정당의 많은 중진도 ‘노무현 정부의 선거법 개혁이나 지방자치, 지역균형발전은 인정한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강고한 의지를 갖고 마지막까지 시대적 소명에 헌신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보궐선거라 인수위 없이 출범했습니다. 그로 인해 취임사에는 선언적인 골격만 있었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그 유명한 한 문장만으로도, 매일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감동했고 희망에 찼습니다. 그런데 5년 차에 이른 지금까지도 뼈대만 있는 느낌입니다. 현재 하락하는 지지율은 촛불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국정의 디테일, 국민들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우선 정부·여당이 연속된 승리에 도취했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6.13 지방선거 승리와 4.15 총선의 압승으로 대통령 권력에 지방 권력, 의회 권력까지 장악했지만, 오히려 이후 국정 지지도는 하락하고 정당 지지율도 30% 선에 머무는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문제 삼기 전에, 지지층과 스스로의 성과만을 바라보는 자기만족이 국민과의 불통과 고립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과 그들 간의 카르텔은 군사독재 체제와 산업화를 통해 형성되고, 신자유주의의 승자독식 체제로 인해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변화에 저항하는 그들을 과소평가하기보다 냉정하고 더 치밀한 대응이 필요했습니다. 그 저항이 처음으로 현실화한 이른바 조국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후 보수 세력을 등에 업은 검찰과 사법, 언론의 강고한 진용은 변화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권력을 상식과 공정의 위치로 되돌려 놓는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아무리 심한 반발이 있어도, ‘평등, 공정, 정의’를 선언이 아닌 제도로 완성해 되돌릴 수 없는 사회체계로 안착시켜야 합니다.

또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는 코로나19의 극복이라는 대명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감염병 극복은 물론 문명의 전환과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새로운 질서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촛불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의 5년 차, 코로나19 국가 위기의 극복과 함께 촛불이 부여한 소명을 완수하는 한 해가 돼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대통령의 소신과 강한 추진력을 보셔주시길 기대하며,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코로나19의 극복에 작은 소홀함도 없어야 합니다.

3차 대유행의 위기가 전 국민의 협조 속에 정점을 지났다고 합니다. K-방역이 세계의 모범이 돼 왔듯이, 이제 효과적인 백신 접종을 통해 안전하게 집단면역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머지않아 세계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할 것입니다. 감염병 극복의 경험과 그 과정에 축적된 국민적 역량은 우리가 코로나19 이후 세계로 웅비할 수 있는 확실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둘째, 과감한 재정지원 확대로 경제 회복을 견인해야 합니다.

전체 취업자 수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노동 현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사회의 취약계층부터 집어삼키고 공동체를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양극화가 이미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면 그 무엇보다 국가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제 재정건전성이라는 도그마에서도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경제력과 재정에 대한 신뢰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재정 역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 취약계층의 재건과 경제 펀더멘탈 강화에 집중될 수 있도록 장기적 시각의 포용적 회복 시나리오를 만들어 실행해야 합니다.

셋째, 통합형 총리를 축으로 한 폭넓은 개각이 필요합니다.

대통령 임기를 함께 마무리할 내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계절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책의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추진할 주체가 돼야 합니다.

백신 접종의 시작으로 코로나19 대응이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는 때가 적기로 보입니다. 정책과 관리 역량에 중점을 둔 통합형 총리 선임이 필수적이라 보입니다. 또한 경제부총리의 교체로 재정을 통한 포용의 경제정책 실행 의지를 명확히 하고 위기 극복과 경제 재건에 전념하는 내각을 구축해야 합니다.

넷째, 국회와 협조해 이른 시간 내 제도적 개혁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정국은 4월 재보선과 함께 급속하게 차기 대선 정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야당과도 국정의 동반자로서 실질적인 협치를 해나가야 합니다. 야당도 지난 총선의 참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검찰개혁의 마무리라 할 수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와 함께 사법부 개혁의 단초도 필요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독려할 제도도 마련해야 합니다.

다섯째, 바이든 정부의 북미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멈춰있지만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준비 단계부터 북미 간 대화 방향을 설득하고 중재해야 합니다.

2019년 3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배경에는 미국의 ‘포괄적 해결론’과 북한의 ‘단계적 해결론’ 간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북미가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 이후 단계적으로 비핵화 문제를 풀어가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추진’ 방식으로 바이든 정부의 정책 방향을 유도해야 합니다.

지난번 협상카드였던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과 ‘스냅백(Snapback)’ 개념을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남북 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는 작업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신년사에 언급한 방역 협력 외에 개성공단 재가동 등 보다 과감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남북관계를 주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대통령 스스로 국민을 믿고 가는 자신감을 되살려 주시길 기대합니다.

국정 지지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집권 이후 역전된 일이 없습니다. 가장 어려울 수 있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과도 한 만큼, 더욱 자신감 있게 터놓고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위기의 극복과 촛불 정신의 제도화라는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합니다.

한강이 얼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얼음은 녹을 것이고 시간은 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촛불이 밝혀 준 시대정신이 문 대통령의 성공적 마무리와 함께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에 면면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월 14일

폴리뉴스 대표 김능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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