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프라이빗·멀티·하이브리드 등 은행별 클라우드 전략 제각각

금융권에 클라우드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금융권에 클라우드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금융권 내 클라우드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외부 업체의 클라우드를 도입하거나 자체 클라우드를 개발하기도 하고, 작게는 모바일 서비스에서 크게는 핵심 업무인 거래 서비스까지 클라우드 도입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금융당국의 규제정책 완화,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 등에 따른 디지털 전환 흐름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자사 앱 ‘올원뱅크’에서 ‘공과금 OCR 납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정보 입력 없이 촬영만으로 지로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한 서비스로, 외부 업체가 제공하는 클라우드에 기반하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29일 ‘올원뱅크’에 은행권 최초로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전문 클라우드 업체가 제공하는 IT인프라 자원을 사용하고, 그만큼의 이용료를 내는 방식이다. 별도의 자체 시스템 구축 없이 외부 전문 업체의 시스템 등을 활용하므로 클라우드 도입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농협은행이 선택한 건 네이버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금융 클라우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금융보안원의 안정성 평가를 100% 충족한 금융 전용 클라우드”라며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유연한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예·적금 특판 이벤트 등 대량의 트래픽이 예상되는 서비스를 네이버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설계, 서버 부하를 방지하고 보안성을 높였다. 향후 ‘위치기반인증서비스’, ‘OCR명함관리서비스’ 등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술검토 단계로 가능하면 2개 서비스 모두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업체의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방식인 퍼블릭 클라우드 대신 직접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인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도입한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대표적이다. 두 은행은 각 그룹사가 구축한 ‘그룹 공동 클라우드’를 활용 중이다. 클라우드 구축과 운영은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IT전문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 하나금융티아이가 각각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우리은행의 모회사인 우리금융은 지난 2월 그룹 공동 클라우드 구축을 끝냈다. 자회사 개별 시스템을 통합해 IT자원(서버와 네트워크 등)을 필요한 만큼 할당하고, 사용 후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즉 여유 자원을 그룹사가 재사용할 수 있게 한 공유형 IT자원 관리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한 셈이다.

홍승준 우리금융 ICT기획부 차장은 “그룹 내부에 클라우드처럼 서비스할 수 있도록 자체로 구축한 것”이라며 “외부업체의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정보보안 이슈에 대응하기 어렵고, 비용 같은 경우도 검토해 보니 외부 클라우드가 무조건 저렴하진 않았다”며 프라이빗 클라우드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해당 클라우드를 올해 신규 프로젝트부터 적용, 그룹 IT시너지를 높이고 IT운영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홍 차장은 “향후 업무 시스템들을 구분해서 구축할 예정인데, 아직 명확하게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상반기 중엔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의 모회사인 하나금융은 지난 2018년 5월 금융권 최초로 그룹 공용 프라이빗 클라우드(하나클라우디아) 도입을 알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클라우드 플랫폼에 보관 및 운용되는 각종 IT리소스와 정보를 필요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뷰팅’ 서비스”라며 “그룹 공동 시스템은 물론 은행, 금투, 카드 등 8개 그룹 관계사 70여 개 업무 시스템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해당 클라우드 도입 성과로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IT 리소스에 대한 빠른 접근이 가능하고 하드웨어 사전투자 및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이 절감된 점, ▲원하는 리소스를 IT 개발자에게 제공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해 민첩성이 크게 향상된 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현재 제공 중인 공동시스템의 계열사 내 업무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 증대를 위해 지속적인 업데이트 및 개발 등 업그레이드를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NHN,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등 타사보다 다양한 업체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업무에 도입했다. 목적 별 특화된 클라우드를 특정 업무에 각각 활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 전략이다. 통상 금융사가 외부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시스템 구축 비용 절감 등 운영 효율성이 상승하지만, 특정 업체의 기술과 서비스에 종속되거나 보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라붙는다. 때문에 복수 업체의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멀티 클라우드’, 외부 클라우드와 자체 서버를 함께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대안으로 꼽기도 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2018년부터 대화형 은행 앱 ‘리브똑똑(Liiv TalkTalk)’에 AWS 클라우드를, 취업 지원 서비스 ‘KB굿잡’에 MS 클라우드(애저)를 각각 활용해왔다. 또한 국민은행의 통신 서비스 ‘리브엠(Liiv M)’은 NHN 클라우드(TOAST)에 기반 해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례로 리브똑똑의 경우 메신저 서비스는 AWS 클라우드에서 제공하고, 고객의 금융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뱅킹 서비스는 은행 자체 서버에서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조”라며 “미국정보표준 FIPS 140-2 인증을 획득한 ’TAP’이라는 첨단 보안솔루션이 적용되어 있어서 해킹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기반으로 매년 대내외 업무시스템에 퍼블릭 클라우도 적용률을 높여가는 중이다. 아울러 2024년까지 그룹 공동 클라우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2025년 이후엔 코어뱅킹 포함 전 영역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역시 국민은행과 비슷한 방식의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은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모바일뱅킹과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다양한 디지털 업무에 적용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한 외부데이터 관리, AI서비스 연계 등 다양한 클라우드 활용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목표로 예측 불가능한 데이터 수집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외부데이터 관리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2금융권에선 롯데카드의 클라우도 도입 속도가 눈에 띈다. 지난 2018년 7월 웹서비스와 모바일 앱 서비스 등 ‘채널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했고, 지난해엔 고객과 심사, 신용, 회계, 청구, 입금 등 금융사의 핵심 업무가 수행되는 ‘계정계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도 마쳤다. ‘계정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긴 건 금융권 최초다. 단 퍼블릭 클라우드가 아닌 프라이빗 클라우드 도입 사례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클라우드 전환 이후 2년 간 트래픽이 약 5배 증가했으나 자원 최적화를 통해 단 한 번의 증설 없이 운영해 약 40%의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며 “특히 작년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당시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적시에 지원, 수십만 명의 고객이 몰렸을 때도 접속 대기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정계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고객들에게 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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