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교란, 예전이라면 통신 불량한 수준이지만 현재는 기만‧거짓 정보로 혼선 야기”
“통신‧기상‧환경 분야서 국내 위성 활동…문제 발생 시 경제산업에 막대한 영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우주와 관련된 모든 부분이 생활과 직결돼 있어, 관련 안보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국방연구원>
▲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우주와 관련된 모든 부분이 생활과 직결돼 있어, 관련 안보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국방연구원>

 

[대담 폴리뉴스 전규열 정치경제국장, 박응서 부장 정리 강필수 기자] “국방에서 우주에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모든 일상생활에서 우주와 관련된 사항이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정경두 전 국방장관이 밝힌 우주안보의 중요성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 5일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우주안보 환경과 함께 우주 감시 등 국내 국방 분야에서의 관련 역량 확충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정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시한 우주군 창설과 함께 미국과 동맹 7개국의 공동 우주개발 계획을 담은 ‘아르테미스 협정’을 보도한 지난해 기사를 소개했다.

먼저 정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6월 있었던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의 우주군 창설 지시를 소개하면서 트럼프가 “중국과 러시아,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앞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 미국을 지키기 위해서 우주에 미국인이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미국은 우주에서 지배력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이후 미국은 지난 2019년 12월 정식으로 우주군을 창설했다. 우주 지배력 확장을 위한 미국의 노력은 우주군 편성 이후로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국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첫 민간 유인 우주왕복선 ‘크루 드래곤(Crew Dragon)’의 발사 행사에 참여했다. 당시 백악관은 “이번 발사는 미국이 우주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 일환”이라고 밝혔다.

미 우주군에 따르면 군의 임무는 ‘우주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합동군에 우주 역량을 제공하기 위해 우주군을 조직, 훈련 및 장비하는 것’이다. 또한 미 우주군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적대적인 공격으로부터 미국 우주 자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기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주 지배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전규열 정치경제국장(좌측)이 지난 5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우측)을 만나 국방에서 우주의 중요성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다. <사진=한국국방연구원>
▲ 전규열 정치경제국장(좌측)이 지난 5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우측)을 만나 국방에서 우주의 중요성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다. <사진=한국국방연구원>

아르테미스 협정과 관련해 정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공동 우주개발 및 달 탐사 협력 등을 골자로 하는 협정이 미국을 중심으로 맺어진 점, 민간 우주개발과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했으나 중국 견제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제기된 점을 지목했다.

급변하는 해외의 우주 안보 환경을 소개한 정 전 장관은 “국방 분야에서 우주 분야에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미 모든 일상생활에서 우주와 관련된 사항이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고 우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상과 우주 분야의 연관성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기상만 해도 위성수신체계로 전 세계 기상 정보를 받는다. TV에서도 뉴스 말미에 기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방송도 라디오 중계가 아닌 위성 통신 중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방송을 한다.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등도 마찬가지다. 우주와 관련되는 모든 부분이 우리의 생활에서 일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에 밀접한 우주 분야에서 이상이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해 초래될 불편과 영향에 대해 “대표적으로 통신 교란이 있다. 과거라면 통신이 약간 불량해지는 수준이겠지만 현재는 기만과 거짓 정보를 집어넣어 혼선을 줄 수 있다”며 “어민들이 날씨가 좋으면 조업할 때 항해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해무가 끼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항법 체계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때 거짓 정보를 받게 되면 다른 나라의 국경을 침범한다든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런 위협에 우리가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민간생활 영역을 소개했으나, 중국이 중국 상공을 지나가는 미국 위성체에 레이저를 비췄다. 만약 고출력이었다면 위성에 손상을 주며, 요격 활동이 됐을 수 있다. 이는 군사 활동이고 미래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실제 위성을 쏘아 올려 폐기되는 위성을 직접 미사일로 요격하는 실험도 이뤄졌다. 우주공간에서 언제든지 위협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중국 측의 우주 활동을 소개했다.

레이저 기반 우주물체 감시·추적 기술 개념도. <사진=국방과학연구소>
▲ 레이저 기반 우주물체 감시·추적 기술 개념도.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뉴스위크, 이타르타스 통신 등 외신은 지난 2018년 4월 러시아와 중국이 대기권을 벗어난 우주공간에서 미 군사위성을 포함한 표적을 파괴할 수 있는 A-135 요격미사일 개량형(PRS-1M) 발사시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군사 문제 전문가인 리처드 피셔 국제평가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군은 현재 적어도 두 종류의 지상 발사, 이동식, 고체연료사용, 직접발사 위성 요격미사일 체계를 실전 배치했으며, 이보다 훨씬 큰 3세대 지상 발사 위성 요격미사일도 두 종류나 추가로 실전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셔 연구원은 앞서 2016년 위성 요격미사일 ‘둥넝3’(DN-3)을 소개하며 “둥넝3으로 지상에서 1만 8640마일(약 3만km) 떨어진 우주 공간에 있는 위성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으며, 이런 요격 거리는 지상에서 통상 186∼620마일(약 300~1000km) 높이를 도는 미국 정찰위성을 충분히 무력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통칭 ASAT(Anti Satellite Weapons)로 불리는 위성 요격은 냉전 시기부터 시작하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미국은 1985년 F-15 전투기를 이용해 위성 요격에 성공했다. 당시 F-15 전투기는 지상 24km까지 올라가 수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지구 상공 555km에 있던 솔윈드 태양 관측 위성을 파괴했다. 구소련 또한 MiG-31 전투기를 활용하는 유사한 무기체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전 장관은 “우리나라의 위성이 위협행위를 받았을 때 우리는 누가 공격했는지조차 모르고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통신과 기상, 환경 분야에서 국내 위성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 위성들이 공격당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고 우주 안보 위협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 그는 “우주는 세계에서 특정 국가가 소유하지 못하고 평화적으로 활용토록 조약이 만들어져 있다”면서도 “어떤 국가가 (군사 분야에서) 소유를 주장하고 나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분석이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공군참모총장 재임 당시 2016년 6월 28일 제19회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에서 축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공군본부>
▲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공군참모총장 재임 당시 2016년 6월 28일 제19회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에서 축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공군본부>

정 전 장관은 기존의 영토, 영해, 영공 등은 고정된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임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사회가 국제화와 세계화되며 내 영역, KADIZ 등 영공에 대한 확실한 영역 구분이 존재한다. 영해도 마찬가지다"면서 "하지만 미확정 영역에 대해서는 후손을 위해 미리 노력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남극으로 그곳에 우리나라가 세종기지를 세워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의 영향력이 닿는 영공과 달리 남극 대륙은 국가의 ‘소유’가 불가능하다. 이 같은 비유를 통해 우주공간이 대한민국의 영향력을 주장하고 확보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또한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우주 지배력 확대를 주장하며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경쟁관계 속에서 우주군의 창설 등을 추진한 것에 비춰 미래에는 많은 국가가 우주 지배력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무주공산과 같은 우주에서의 영향력 확대 시도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며, 위성 궤도의 차지와 같은 우주공간의 선점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를 통해 정 전 장관은 우주에 대해서 정부 차원에서 권리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인가. 나는 우주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권리를 확대하고 넓혀갈 공간은 우주밖에 없다고 본다”며 “그런데 우주는 뺏기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눈을 뜨지 못하는지 걱정이다. 지금도 늦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공군참모총장 재직 시기에 “과거 선배 총장들과 항공우주분야 과학자 및 기술자 분들도 미래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입을 모았다"며 "과거 19세기에 해양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좌지우지했던 흐름이 앞으로 우주에서 일어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경상남도 진주시 출신인 정경두 전 국방장관은 1960년생으로 공군사관학교를 30기로 졸업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간부학교 지휘막료과정(CSC) 및 A.W.C 과정 수료, 한남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공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 전력소요처장, 공군사관학교 생도대장, 제1전투비행단장, 계룡대근무지원단장, 공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 남부전투사령관, 공군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공군참모총장,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거쳐 제46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는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연구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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