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35.6명·충북 증평 0.1명…350배 차이
간협, ‘통계집’ 발간 …OECD 간호 관련 자료 함께 수록

시군구별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하위 5개 지역. (단위: 명) <사진=대한간호협회>
▲ 시군구별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하위 5개 지역. (단위: 명) <사진=대한간호협회>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충청북도 증평군에 따르면, 이곳에는 병원 1곳, 요양병원 1곳, 의원급 39곳 등 모두 41곳의 의료기관이 있다. 하지만 간호사는 병원에 1명, 요양병원 2명이 있고 의원급에는 1명밖에 없다. 군 관계자는 "동네의원 대부분이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는 각종 의료기관에서 의사 또는 간호사의 지시 하에 환자의 간호 및 진료에 관련된 업무를 보조한다. 전문 간호사와는 다르다.

강원도 인제군에도 병원 1곳, 의원급 15곳 등 모두 16곳의 의료기관이 있지만 간호사는 병원에 1명과 의원급에 2명이 전부다. 이로 인해 농어촌지역 주민의 경우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호협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간호통계연보’를 발간했다. 내용을 보면 간호사들의 임금 격차와 열악한 근로환경 등으로 인해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가 전국 시군구별로 많게는 350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광역시 서구의 경우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가 35.6명이었으나 충청북도 증평군은 0.1명에 불과했다.

시도별로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광주광역시가 인구 1000명당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충청남도가 2.7명으로 가장 적었다. 이 밖에 충청북도(2.9명), 경기도(3.0명), 경상북도(3.6명), 울산광역시(4.0명)는 전국 평균인 4.2명을 밑돌았다.

간호대학의 졸업생 수 대비 현장 투입률 또한 저조했다. 지난 2019년의 경우 충청남도는 15개 간호대학에서 1264명의 졸업생이, 충청북도에서는 13개 간호대학에서 1012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인구 10만명 당 간호대학 졸업생 수도 충남은 52.3명, 충북은 57.3명으로 전국 평균인 42.9명보다 많다. 

하지만, 충청남도의 경우 졸업생의 80%, 충청북도는 75%가 외지로 떠나 취업했다. 지역 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간호사는 손을 꼽을 정도였다. 간호대학 80%는 지방에 위치해 졸업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에 남는 간호사가 적어 간호대학 신증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군구별로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를 보면 1명이 채 안 되는 지역이 9곳이나 됐다. 충청북도 증평군은 0.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경기도 과천시(0.3명), 강원도 인제군(0.6명), 경기도 하남시·충청남도 계룡시(0.7명), 부산광역시 강서구(0.8명), 강원도 횡성군·고성군·충청남도 예산군(0.9명)도 1명이 안됐다.

반면 부산광역시 서구는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가 35.6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특별시 종로구(24.7명), 대구광역시 중구(24.4명), 광주광역시 동구(22.8명)도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가 20명을 넘어 전국 평균인 4.2명을 크게 웃돌았다.

지역 간 간호사 격차가 큰 것은 대도시에 대형병원이 있는데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임금격차도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지역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간호사보다 임금이 싼 간호조무사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간호협회는 "이번 통계집을 통해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지역별 격차와 함께 국제 수준과 비교했을 때의 확연한 차이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의료기관들이 법적 인력 준수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를 늘릴 수 있는 법적 의무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등을 통해 숙련된 간호사가 떠나지 않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숙련된 간호사가 많을수록 국민건강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OECD 평균(8.9명) 절반 수준도 안 되는 3.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순직한 간호사가 전세계 기준 최소 3000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국제간호사협의회(ICN)는 코로나19 사태로 간호사가 최소 3000명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ICN은 "이는 60개국에서 집계한 통계로 실제로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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