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사진=연합뉴스> 
▲ 김어준의 뉴스공장<사진=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또 한 명의 비공식 후보처럼 비쳐진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김어준이었다. 혹자들은 ‘박영선 대 오세훈’이 아닌 ‘김어준 대 오세훈’의 대결이라 할 정도로 김어준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박영선이 열세를 면치 못하던 판세에 변화가 없자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참전(參戰)했고,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렇지 않아도 김어준은 민주당 편을 드는 편파방송을 한다는 비판과 함께 야당 후보들의 퇴출 공약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민주당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방송은 보란듯이 계속되었다.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계속한다. 한술 더 떠서 개표방송 진행까지 김어준에게 맡긴 TBS와 김어준이 보인 모습이었다.

선거 기간동안 김어준은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영방송을 통해 오세훈과 박형준에 대한 각종 검증 공세에 나섰다. 특히 선거를 이틀 앞둔 5일에는 오세훈의 생태탕 집 방문 의혹과 박형준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저격하는 익명의 출연자 7명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두 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익명의 출연자들의 주장에 대한 검증 과정이나 오세훈 측의 반론조차 없이 일방적인 주장들 쏟아내는 방송을 했다. 오세훈이 2005년 6월 내곡동 땅을 측량한 뒤 점심을 먹으러 온 모습을 목격했다는 익명의 생태탕 식당 주인 일가의 인터뷰 내용도 김어준의 방송에서 나온 것이었다. 생태탕 집에 갔던 사람이 오세훈이 맞는 지도 불확실했고, 서울시장도 아니었던 16년 전에 설혹 측량 현장에 갔고 생태탕 집을 갔던들 도대체 무슨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치 엄청난 의혹 사건이라도 생겨난 것처럼 요란을 피웠다.

그런가 하면 오세훈은 출연을 거부하는 사이 박영선은 세 차례나 출연하는 기회를 가졌다. 보통 선거 기간에는 여야 가운데 어느 한쪽이 출연하지 않으면 방송사는 형평성 차원에서 모든 후보의 출연을 함께 취소하지만, 김어준의 방송은 박영선의 출연만은 고수하는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그런 수혜를 입은 박영선은 "TBS가 편향됐다면 청취자가 이 방송을 외면할 것"이라고 야당의 김어준 방송 비판을 반박하며 그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압권은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뉴스공장’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역대 최고 청취율 방송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십니까? 이 공포를 이기는 힘은 우리의 투표입니다. 오직 박영선! 박영선입니다.” 김어준이 없는  아침이 두려워 박영선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그의 호소는 아마도 오세훈의 득표율을 높이는데 적지않게 공헌했을 것 같다.

선거는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했지만 TBS와 김어준 방송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어준은 선거 다음날인 8일 아침 방송에서 “막방이길 바라는 분들이 많을 텐데 그게 어렵다”고 말했다.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시의회 전체 109석 중 민주당이 101석을 점유하고 있어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한 조례를 손댈 수 없으니 TBS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이나 축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오 시장은 TBS에 대한 인사권도 없고 편성에도 관여할 수 없다. 김어준을 물러나게 하거나 편파방송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나 싶다.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이, 시민들이 거부하는 민심이 확인되었는데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니 말이다. 법과 제도의 빈틈을 이용하여 공영방송을 사실상 점거하는 광경이 될 위험이 커졌다.

그래도 상식이 살아있는 나라인데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공연한 갈등을 유발하지 말고 김어준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이다. 그리고 TBS는 여당의 스피커 같은 편파방송을 중단해야 할 일이다. 서울시의회의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도 남의 일처럼 방관할 일이 아니다. 끝내 김어준이 버티더라도 민주당이 선거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  서울시의회의 민주당 의원들로 하여금 관련 조례를 고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민주당이 마음 먹으면 TBS와 김어준 문제도 소모적인 갈등 없이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사실 김어준도, 민주당도, 끝내 민심을 거부하고 버틴다고 해서 민주당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4.7 선거 결과는 이제 김어준의 음모론 시대도 막을 내렸음을 보여주었다. 김어준은 민주당이 이기도록 마지막까지 별의 별 애를 다 썼지만, 그럴 수록 불공정한 반칙 행위에 성난 민심은 더욱 심판의 의지를 불태웠던 것이다. 민주당도 더 이상 김어준이라는 스피커에 의존해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사실을 이번에 경험들 했을 것이다. 사실은 단순한 계산법이다. 서울 시민 혹은 국민들 가운데 김어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앞으로 전개될 대선 정국에서도 김어준이 편파 방송으로 맹활약한들 결집하는 팬덤들보다 등 돌리는 시민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김어준들과 한 패거리로 인식되고 있으니 그 피해는 민주당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김어준에게 기대어 선거를 치르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봐야 했던 시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참담했던가를 민주당은 알지 못했다. 그러니 김어준 방송이 계속되도록 하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도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 지켜보는 사람들로서는 사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다. 다만 그래도 상식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김어준의 퇴진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도 이제는 김어준과 한묶음이 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인지, 불리한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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