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초청 강연 '바이든 시대, 북핵과 남북관계'
"우리나라, G7 초대되고 미국에 44조원 투자하는 큰 나라로 성장했다"
"미국에 북핵문제는 해결 되든 안 되든 꽃놀이패"
"북,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않는 한, 협상에 절대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
"김정은-김여정 공동통치‧위임통치로 갈 가능성"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3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상생과통일포럼‧폴리뉴스 21주년 창간기념식 2부 초청강연에서 “우리야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죽고 사는 문제지만, 미국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꽃놀이패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폴리뉴스 류형민 기자>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3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상생과통일포럼‧폴리뉴스 21주년 창간기념식 2부 초청강연에서 “우리야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죽고 사는 문제지만, 미국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꽃놀이패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폴리뉴스 류형민 기자>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지금 정부가 선거(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2.28 합의 등 한반도의 봄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보수 정당이 집권하는 경우에는 이명박‧박근혜 시대로 돌아가지 않겠나. 다음 정부에선 문재인 정부 후반부터 마찬가지지만 대미 접촉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이 미국에 '줏대 있게' 할 말은 하자. 우리는 미국에 44조원을 투자할 만큼 큰 나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3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상생과통일포럼‧폴리뉴스 21주년 창간기념식 2부 <바이든 시대 북핵과 남북관계> 주제로 한 초청강연 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부의장은 지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우리가 44조원을 투자한 만큼 미국이 우리를 어쩌하지 못한다”며 “중국에 들어갈 것을 미국에 돌려 중국의 힘이 커지는 것을 막는 효과를 기대했겠지만, 어쨌든 미국은 우리와 긴밀하게 경제적으로 맺어져 있어 그걸 토대로 미국에게 할 말은 해도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부의장은 “미국을 상전처럼 모시고 ‘목구멍이 포도청’ 이런 시절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됐듯 미국에 44조원을 투자해 미국이 가뭄에 단비 기다리듯 바라던 것을 우리가 풀어줬다”고 했다. 이어 “그 연장선상에 이뤄진 G7회의에도 정식 초청됐다”며 “이렇게 우리나라가 컸지만 관리들은 아직도 약소국 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 부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는 도랑 속에 든 소처럼 중국 쪽 풀도 뜯어먹고 미국 쪽 풀도 뜯어먹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했던 말을 언급하며 ‘줏대 있는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우리야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죽고 사는 문제지만, 미국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꽃놀이패 같은 문제”라며 “핵문제가 해결되면 동북아에서 복잡한 국제정치문제 해결돼 나머지 힘을 갖고 중국을 압박해 들어갈 수 있지만, 만약 해결 안 돼도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할 수밖에 없게 돼 그러면 미국 군산복합체 입장에서 한국 무기시장은 유지되고 계속 커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그런 군산복합체와 줄이 닿아있는 싱크탱크는 북한 핵을 인정하고 관리하자고 할 테지만 그것을 우리가 다 받아들이면 안 된다”라면서 “우리가 할 말은 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들이 늘어나야 한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미국 바이든 정부에 대해 “새 정부가 들어서고 북핵문제가 상당히 빨리 해결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렇지가 않다”며 “미국은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 노선을 자기네들 입장에서 생각하지 우리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미국은 70년대나 80년대, 이후 2000년대,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그게 그거”라고 했다. 

이어 정 부의장은 “지난 4월 미국서 대북정책 기조 발표가 있었고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얘기가 나와 곧 북핵 협상이 시작되고 남북대화도 재개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들을 많이 갖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어떤 면에서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우리 입장에서 내걸었던 희망적 관측이었다”며 “미국은 잊어버리고 싶어서 잊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 중에 ‘도보다리 회담’에서 아버지 때 입장을 ‘자기 언어’로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정 부의장은 “김정은이 미국이 종전하고 지금 북한에 대한 불가침만 지켜진다면 핵은 내려놓을 준비가 돼있지만, 체제 보장책 없이 내려놨다가 미국이 언제 맞아죽을지 모른다”라며 “미국이 약속을 어기면 저항하지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 되므로 강대국과 협상할 때는 단계별 접근, 동시 행동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세현 부의장은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 절대 나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북한으로서는 한미연합훈련을 굉장히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쪽 군대끼리 연습하는 건 아무 겁 안 나지만 미국과 같이 훈련하는 데선 위협이 된다”며 “곤란하니 제발 하지 말아달라 얘기를 한두 번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은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공작의 단초로, 심각한 적대 정책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의장은 또 “바이든 정부는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해왔는데 최근 바이든이 그 독자적 제재를 1년 더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요구라는 북한 요구가 하나도 수용이 안 됐기 때문에 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저는 봤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있어야”라는 발언을 하자,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흥미로운 신호”라는 반응을 보였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회담에 대한 북한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2일 “꿈보다 해몽, 잘못 가진 기대”라며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냈다.

정 부의장은 이 같은 ‘김여정 담화’가 나온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자기들(북한)은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작년 수해 때문에 농사를 마쳤고 곡식도 떨어졌다며 간절하게 호소했다”며 “이후 대북식량지원 등의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미국이 관심 안 보이고 일본도, 우리도 식량 지원 얘기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서 심각하게 얘기를 했는데 ‘흥미롭다’고 하면 기분이 나쁠 수 있다”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의 가장 큰 상징적 조치인 한미연합훈련 등에 별로 진도가 안 나가는 걸 보고, 미국이 ‘대화’라는 단어만 갖고 북쪽이 먼저 움직여주길 바라는 건 ‘착각’이라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부의장은 김여정 부부장에 대해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실질적인 최종 정책 조정자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김여정 김정은의 공동통치 내지 위임정치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정보기관에서 많이 나온 바 있다"며 "그것이 조금도 이상할 일이 아니며 발표만 안 할 뿐 김여정으로 내정돼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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