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직계' 주자 없어 지지층 각 캠프로 흩어진 상황...각 후보 '친문 경쟁' 가열
친문 지지층, 본선 경쟁력 살펴보며 관망 추세...여권 경선판도 시시각각 변해
이재명, 중도 의식한 행보 '잠시 멈춤'...'친문' 끌어안기 본격화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40%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친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 지지율보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후보들은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보다는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대통령들이 임기 말 낮은 지지율로 '레임덕'에 절뚝거릴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리얼미터 7월 2주 차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5.5%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한길리서치의 10~12일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48.6%로 한 달 전 조사(34.9%)보다 상승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9~10일 조사도 45.8%로 일주일 전의 43.1%보다 올랐다.
이렇게 높은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친노·친문 지지층은 '친문 직계' 주자가 없어 이재명·이낙연·정세균 등 각 캠프로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친문이 구심점 없이 각자 판단에 나서면서 문심(文心)의 향방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권 주자들이 '문재인 마케팅'을 통해 친문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차재원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0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 친문 지지층이 표심을 완전히 정하지 않고 있다. 본선에서 실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관망하는 추세인 것 같다"며 "본 경선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보여줘 친문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이낙연 전 지사 지지율이 올라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예측했다.
◆ 文 대통령의 유례없는 지지율 상승...여당 대선 후보들의 '친문 적통' 경쟁 가속화
이렇다 보니 최근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선 후보로서 강점을 '문재인 정부 계승자'에 두고 있다. 둘 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은 문 대통령을 계승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당내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비문'인 점을 부각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각각 호남 기반인 전남 영광과 전북 진안이 고향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DJ) 시절부터의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둘 다 다선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당대표를 지낸 주류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경북 안동 출생이고 당력도 비교적 낮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차기 대권 주자로서 문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변 조언에 "문재인 정부에서 절반 이상 2인자(국무총리)를 했는데 내가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은 '사기'"라며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그 짓(차별화)은 못한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 앞에서 분명히 말한다. 나는 문 대통령을 배신할 수 없다"며 힘줘 말했다.
차 교수는 "그동안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본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있었다"며 "다만 이번에 지지율이 오르자, 친문 표심이 (원래의) 이낙연 대표 쪽으로 옮겨가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지난 5일 친노 핵심인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에 합의한 뒤 "노무현 정신과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13일 캠프 출범 기자간담회에서도 "다른 분도 훌륭하지만 순도가 가장 높은 민주당원은 (자신과 단일화한) 이광재와 정세균"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유일 적임자를 자청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민주당의 맏며느리, 중심추"라며 강성 친문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두관 의원도 예비 경선에서 '친문 김두관'으로 5행시를 지으며 '친문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박용진 의원은 친문 적통 논쟁에 대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때아닌 혈통 논쟁이라니 부끄럽다"며 "또 다른 편 가르기, 계파 논쟁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이재명, 본선 의식 '산토끼' 중도 행보는 잠시 '멈춤'...치고 올라오는 이낙연 전 대표에 '집토끼' 전략으로 선회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친문 구애'에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줄곧 여권 내 1위를 달려온 이 지사는 본선을 위해 중도 행보를 이어왔지만, 당내 경선에서 이낙연 전 지사가 치고 올라오면서 우선 '친문 표심 잡기'로 행보를 틀었다는 분석이다.
차 교수는 "이 지사가 여권 내 줄곧 1위를 달리면서 당내 경선은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동안 본선을 의식한 중도 행보에 치중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대등하게 치고 올라오자 소위 '산토끼'보다는 '집토끼'를 먼저 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바꾼 것 같다"며 이 지사의 최근 행보를 설명했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 4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그분이 나름의 뚜렷한 원칙을 가지고 국가의 입법·사법·행정 온갖 영역의 일 중에서 형사사법, 그중에서도 과거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일을 원칙에 따라 잘하셨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 때문에 우리 국민께서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최근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의 조국 수사에 대해 '마녀사냥', '선택적 정의'라고 혹평한 것과는 대조적인 발언이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 MBC 라디오에서 "(검찰이) 과도하게 선택적 정의를 행사했다. 더욱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마녀사냥을 했기에 조 전 장관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14일 유튜브 박시영TV에서 "저도 (검찰에) 똑같이 당했기에 동병상련"이라며 "사실은 (조 전 장관과) 자주 연락한다"며 조 전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이날 박시영 TV에서 문준용(문재인 대통령 아들) 씨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양반이다. 나와 생각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며 2018년 문 씨 특혜 취업 의혹을 언급했을 때와 대조적 태도를 보였다.
또 친노·친문 대모(代母)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법무부 감찰 결과를 기점으로 검찰개혁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영화보다 더 치밀하고 저열한 검찰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검찰개혁을 지지부진하게 두지 않겠다. 전광석화처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이 지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필요한지 공감이 안 간다"며 '속도조절론'을 내비쳤다가 이낙연 대표 측에 "검찰개혁 의지가 있나"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차 교수는 "누구나 본선 후보가 되면 (중도 확장을 위해) 다시 오른쪽으로 입장을 위치시킬 것이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로 갈등이 커질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지지층에 잘 설득할 수 있을지가 여당 후보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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