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지기반(TK-60대이상-보수층)과 중간지대 모두 지지세 약화
중도지형 확장의 제3지대 행보 포기하고 국민의힘 지지층 안기 선택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결국 국민의힘에 입당키로 한 것은 당 밖에서 버틸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정치활동을 시작했지만 기대한대로 중간지대에서의 정치적 공간을 창출하지 못한 가운데 야권 지지기반에서도 지지가 약화돼 국민의힘 입당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됐다.

윤 전 총장 행보는 제3지대에서 세력을 형성해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누르면서 야권 대선경쟁의 주도권을 행사하려 했다. 즉 자신이 국민의힘에 끌려들어가기보다는 국민의힘을 접수하는 강자의 모습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뜻이 강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이러한 뜻은 불과 한 달 만에 좌초했다. 중도지형에서의 정치공간 확장에 실패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힘 등 야권 핵심기반에서도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표가 발산됐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을 기반을 지키고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 속에서 국민의힘 조기 입당을 감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7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할 때만해도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무당층 이 두 개의 축이 윤 전 총장을 끌어올렸지만 정치행보 시작 이후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메시지와 행보가 혼선을 보이면서 이 두 축이 동시에 이완됐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불확실한 제3지대 버티기를 포기하고 국민의힘 입당으로 야권 진영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 실시한 <리얼미터>의 3월 22~26일 조사(오마이뉴스 의뢰)를 보면 윤 전 총장 34.4%로 1위를 독주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4%,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11.9%를 기록했다(전국 유권자 2,54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 참조).

이 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지지율 합계보다 높았고 지지층 구성도 폭 넓게 포진했다. 대구/경북(45.8%)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전국 모든 권역에서 30%대 지지율을 기록했고 호남(13.1%)에서도 두 자릿수 지지율을 나타냈다.

연령대별로도 60대(50.3%) 등 고연령층 뿐 아니라 18~20대(25.4%), 30대(26.5%), 40대(27.9%) 등 야권 취약 연령층에서도 이재명 지사와 비슷한 지지를 획득했다. 이처럼 세대와 지역을 넘어 강한 지지세를 형성한 배경에는 야권 지지층 뿐 아니라 중도층과 일부 여권 지지층에서의 지지가 더해진데 있었다.

윤 전 총장은 지지정당별로 국민의힘 지지층(63.9%)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국민의당(48.0%), 무당층(24.8%), 정의당(18.3%) 지지층 등에서도 지지세를 형성했다. 이념성향별로 보수층(52.5%)에서 강한 지지를 받으면서도 중도층(38.9%)과 진보층(12.9%)이 윤 전 총장 지지세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직업군으로 보면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화이트칼라(26.2%)에서 이재명 지사(28.1%)와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였고 블루칼라에서도 26.2%의 지지를 얻어 이 지사 26.4%와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정치에 뛰어진 지 한 달이 되는 시점인 지난 26~27일 리얼미터 조사(오마이뉴스 의뢰)를 보면 윤 전 총장 지지층의 구성에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27.5%, 이 지사 25.5%, 이 전 대표 16.0%다(전국 유권자 2,058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 참조).

지역별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서울(26.9%), 경기/인천(23.8%) 등에서 4개월 전보다 지지세가 약화됐고 대구/경북(36.4%)에서도 10%P 가까이 떨어졌다. 야권의 핵심기반인 TK에서의 지지세 약화는 향후 대선 경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령대별로 18~20대(22.7%)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30대(18.3%), 40대(18.0%)에서 4개월 전 대비 지지율 하락 폭이 8~10%P였고 야권 핵심기반인 60대(43.1%)에서도 4개월 전(50.3%) 대비 지지세가 약화됐다. 여당 기반의 30·40연령층과 야당 기반의 고연령층 양쪽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3월 63.9%→7월 58.0%), 뿐 아니라 무당층(24.8%→15.7%)에서도 지지율이 빠졌다. 이념성향별로 보수층(52.5%→42.8%)에서 하락폭이 컸고 중도층(38.9%→31.4%)과 진보층(12.9%→9.7%)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지세가 약화됐다.

진보·중도층에서의 지지율 하락보다 보수·국민의힘에서의 지지율 하락이 더 위험한 신호

윤 전 총장은 최장집 교수 등 진보진영 인사들과의 만남, 광주 5.18 묘역 참배, 부산 민주공원 방문 등을 통해 진보진영과의 소통공간을 늘이며 중도지대 강화를 모색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고 오히려 논란만 낳았다. 이것이 중도지대 축이 이완된 원인이며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었다.

이 가운데 장모와 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의 이탈도 동시에 진행됐다. 중간층에서의 지지율 하락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윤 전 총장에게는 더 위험한 신호였다. 윤 전 총장으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중도지형 확장’의 제3지대 행보를 포기하고 국민의힘 지지층을 확실히 안기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보수진영의 중심인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 전 총장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과 당내 경선을 벌여야 한다. 윤 전 총장은 경선 기간 중 국민의힘 지지층 중심의 지지기반을 온전히 지켜내며 이들과의 경쟁 관문을 돌파해낼지 여부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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