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연기 거부'로 시작된 '이심송심'...최대 금기어 '대깨문' 발언으로 불 지펴
송영길, 다음 주 이낙연 전 대표와 만찬 일정 밝히며 서둘러 '이심송심' 진화에 나서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사이에 '명낙대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른바 '이심송심'(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 우연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심송심' 논란은 지난 6월 예비경선 시작 전 송영길 대표가 경선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당내 경선 주자들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재명 후보 측은 원칙대로 경선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낙연·정세균 후보 측은 코로나19로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며 서로 팽팽하게 맞붙었다.
격론 끝에 송영길 대표가 예비경선을 연기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 결과적으로는 이재명 지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나왔다.
이후 지난달 5일 송 대표가 '대깨문'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단순 의심에 그친 '이심송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 '이심송심'이 '친문vs비문' 논란으로 확대
송 대표는 지난 7월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소위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누구는 안 된다' '차라리 야당을 뽑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친문의 금기어인 '대깨문' 발언을 당 대표가 직접 언급해, 친문 진영에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친문 핵심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가 당 최대 리스크 요인이 됐다"며 "당대표가 원팀을 얘기하면서 이미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셈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이 나온지 이틀 후에 "(이심송심)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표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에 합류한 '친문' 김종민 의원도 같은 날 "당 대표는 비주류가 아니다. 지적한 다음에 다시 당이 단합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이른바 친문이라든가 우리 지지층을 부르는 용어가 있는데 '대깨문'이 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지난달 20일 함께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 지사에게 경도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해명했다.
송 대표는 이날 "당 대표의 삼성 방문 일정을 이 지사가 따라온 것"이라며 "지역을 가면 기업체 한 곳을 방문을 해왔고, 그런 일환으로 (삼성전자에)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송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계속 강조하지만 가장 엄정하고 공정한 자세로 대선 경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심송심'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공정한 경선을 치르기 위해 6명의 후보를 계속 개별로 만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박용진 후보와 함께 3기 신도시 선분양 현장을 방문했고, 어제는 김두관 후보와 소상공인 대책 간담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특히 송 대표는 다음 주 월요일에 이낙연 후보와 만찬 계획을 공개하며 "정세균·추미애·이재명 후보와도 따로 만나 애로사항을 들을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 예비 경선에서 '이심송심' 논란 더 커져...송 대표, 이 지사에 손들어 주는 우연 반복
하지만 '이심송심' 논란은 당내 경선이 격화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의 음주운전 '재범' 논란이 불거지자, 이낙연·정세균·김두관 후보 모두 100만원 이하 전과 기록도 제출에 동의하면서 당내 '클린검증단' 설치를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김두관 후보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에는 음주운전 초범의 경우 70만원이 일반적이고 재범이 150만원이라고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모두) 100만원 이하 모든 범죄기록을 공개하자"면서 검증단 설치를 요구했다.
정세균·이낙연 후보 측도 '클린 검증단 설치'에 동의하며 당 지도부에 설치를 건의하며 이재명 지사를 압박했다. 이 지사는 "이미 검증을 위한 자료는 당에 모두 제출했다"며 검증단 설치 요구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결국 송영길 대표는 지난 5일 이재명 후보를 제외한 다수의 대선후보가 요구한 '검증단' 설치에 난색을 보였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이미 경선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검증단이) 각 후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논의하기가 매우 쉽지 않다"면서 "별도의 검증단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증단을 요구했던 후보들은 지도부의 망설임이 사실상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유리한 경선 판도를 만들고 있다고 항의했다.
특히 정세균 후보는 오늘(6일) '검증단 설치'를 반대하는 송 대표에게 "'이심송심'을 스스로 입증하는 일"이라며 ""송 대표가 후보들의 결정을 거부하는 일은 명백한 불공정 경선 획책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TV토론에서 후보들이 클린검증단 구성에 동의했다"며 "당이 후보들의 결정을 거부할 그 어떤 명분도 없다. 송 대표와 당 지도부는 검증단 설치를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납득할만한 사유 없이 계속 검증단 설치를 훼방하고 거부한다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당과 송 대표에게 있다"며 "경선 개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그런 오해나 의심(이심송심)을 받지 않는 것이 향후를 위해서 좋을 것 같다"라며 "지도부한테 꼭 말씀을 드리고 싶다. 캠프 차원의 공방으로만 보는 것, 그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내 경선 후보들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전 경기도민 100% 재난지원금'에 대해 '매표행위', '불공정 경선'이라며 크게 반대한 상황에서, 송 대표는 지난 3일 "지방정부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정 합의를 거친 전 국민 88% 재난지원금을 이 지사가 경기도민에게만 100% 지급하는 상황은 문재인 정부와 다른 길을 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심송심' 논란이 '친문vs비문'으로까지 확대 해석될 위험이 있음에도, 송 대표가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 이재명 측 "이심송심? 전혀 근거 없어", 이낙연 측 "솔직히 서운하다" 반응 엇갈려
이러한 '이심송심' 논란에 대해 이재명 지사 측과 이낙연 전 대표 측의 반응은 확연히 엇갈렸다.
이재명 지사 측은 '이심송심'이 없는데 말이 나와 억울하다는 입장인 반면,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송 대표에게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재명 측 관계자는 오늘(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심송심'이라는 말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며 "송심은 공정한 경선관리이고, 이심은 정책토론에 집중할 뿐이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송 대표의 공정 경선 때문에 우리가 피해 보는 측면도 크다"며 "현직 도지사라 선거 문자 발송도 못 하는데, 이건 당 지도부가 풀어줄 수 있는데도 그렇게 안 해준다. 또 송 대표가 정책 경선을 강조해 우리는 오히려 흑색선전도 자중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100%도 우리가 먼저 검토한 것이 아니라, 경기도 내 지역에서 요구가 들어와 검토한 것이다"라면서 "실제 받지 못하는 12% 경기도민의 볼멘소리가 크다. 일단 검토만 하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낙연 측 관계자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심송심'에 대해 솔직히 서운한 게 사실이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도 본선에 나갈 수 있어 원팀이 필요하다. 그래서 송 대표에게 서운함을 내비치거나 오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이심송심'에 대한 (우리 측) 반발이 거세 보이는 이유는 각 의원이 개별적으로 생각을 강하게 표현해서 그런 것 같다"면서 "하지만 크게 보려 하고 있고, 결국 같이 가야 할 원팀으로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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