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보다 높아진 주담대 금리
고신용자 대출제한 '역차별' 논란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 여파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 여파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지난해 내집 마련에 성공한 직장인 A씨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집을 장만하기 위해 빌렸던 주택담보대출금의 이자 때문이다.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면서 A씨는 월급의 상당 부분을 이자로 내야 한다. 고신용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추가 대출도 어려워 A씨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 2019년 6월 금리 2%대로 중도금 대출을 받은 B씨는 최근 중도금 상환 및 잔금 대출을 하려니 이율이 4%나 됐다. B씨는 지금이 그때보다 기준금리가 낮은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고 국민청원에 호소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규제 여파로 대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1금융권 대출금리가 2금융권을 웃돌고 확실한 담보 물건이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용대출보다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이 신용도 등에 따라 자체 설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깎자 발생한 일이다. 신용도와 대출금리가 반대로 가는 시장 왜곡 현상이 심해지면서 신용도를 잘 관리해온 고신용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45%~4.84%로, 3.31%~4.63%인 신용대출 금리를 추월했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를 어기지 않으려고 대출 규모가 큰 주담대 문턱을 높인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보다 1%p가량 상승했다.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은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의 10월 코픽스 공시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29%로 전월 대비 0.13%p가 상승했다. 코픽스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만큼 코픽스가 오르자 대출금리도 따라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5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지난 8월 인상된 이후 0.75%로 동결된 기준금리를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올릴 것으로 예상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총량 규제에 따른 대출 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고신용자 대출금리는 올리고 저신용자 금리는 내리면서 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 지적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지난 11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의 금리를 최대 3.27%p 낮춘 반면 고신용자의 대출 금리는 인상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 5월부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상품 금리를 최대 1.2%p 인하했다. 또한 지난 10월 8일 중단했던 직장인 사잇돌대출의 신규 대출을 중·저신용고객에 한해 재개했다. 고신용자 신용대출은 연말까지 취급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고신용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많은 금액을 적은 금리로 대출받기 위해 성실히 신용점수를 관리해 온 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4.6%가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고신용자 신규 대출 불가 방침에 대해 ‘부정적(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이다.

이처럼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유치에 힘을 쏟는 이유는 금융당국과의 약속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목표치(각각 21.5%, 20.8%)를 맞춰야 한다. 올해 2분기 말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15.5%를 기록했다. 2개월 이내에 비중을 7%p 높여야 금융당국에 제출한 목표치를 맞출 수 있다. 

해당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신사업 진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린다는 취지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난 건 맞지만, 고신용자의 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는 건 시장의 논리가 왜곡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량 관리의 부작용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을 통해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모든 경제 분야에서 총량 관리를 하게 되면 가격지수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의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풀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관치 금융으로 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대출금리가 오르는 만큼 예금금리도 높아진다면 차주 불만이 지금처럼 크진 않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은행권 금리 산정 기준에 문제가 없는지 고강도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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