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함에 따라 다시 한번 대장동 사업 의혹에 대한 관심이 고개를 들었다. 고인은 2015년 대장동 사업 당시 개발사업1팀의 팀장직을 수행하며 대장동 사업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꼽혀왔다. 특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배임 의혹의 핵심인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 경위의 진상을 알고 있는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먼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도 대장동 사업 설계와 수익 배분 등에 관여한 핵심 관계자로, ‘윗선’ 수사로 가는데 있어서 핵심 연결고리 같은 인물이었다. 의혹의 진상을 말할 수 있는 핵심 인물 두 사람이 입을 닫은채 연이어 세상을 떠났으니, 그렇지 않아도 소극적인 검찰 수사는 진척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이미 구속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검찰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들어오기 직전에 이재명 후보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자살약을 먹고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지고서야 문을 열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 당시 대장동 사업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두 사람씩이나 이유 모를 죽음을 선택하고, 한 사람은 자살약까지 먹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더 이상 무고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대장동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일이 필요하다. 아무리 대선 정국이라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두고두고 논란거리로 남게 될 것이다.
김문기 처장의 죽음 소식이 알려지고 대장동 특검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자, 이재명 후보는 자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검을 빨리 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만'은 안 된다"며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관련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이 후보의 말과는 따로 돌아가고 있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측에서는 진즉부터 부산저축은행 수사 등 윤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30일 열린 두 차례의 법사위에서 대장동 특검법 상정은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김문기 처장의 죽음이 있은 뒤인 23일에도 야당 측이 특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법사위 소집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의 불참으로 회의는 파행되었다. 명확한 이유 없이 특검법이 논의도 처리도 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을 말로만 하고 행동으로는 거부하고 있다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선거라고들 한다. 그런 우려가 커지는듯,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혼전 양상으로 접어든 가운데, 두 후보의 지지율이 함께 하락하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과 비전의 경쟁은 사라지고 후보 가족들을 겨냥한 과도한 네거티브가 계속되며 선거의 본령이 훼손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언론과 진영의 관심이 온통 가족들과 말실수 같은 일들에 집중되는 사이, 정작 간과해서는 안될 중대한 문제들은 파묻히고 있다. 관련되었던 사람들을 계속 죽게 만들고 있는 대장동 사업 관련 의혹, 각계 인사들에 대한 공수처의 과도한 통신 조회 같은 문제들이 그것이다. 그것은 선거와 상관없이 국가의 정의나 민주주의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명확히 결말을 보고 가야할 사안들임에 분명하다. 가족들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고, 말 실수에 대한 지적도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에만 매달리면서 정작 우리 사회를 지키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눈감으며 덮어버린다면 그것은 이성이 주도하는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라고 하기 어렵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결국 정의로운 것을 강하게 만들 수 없었던 우리는 강한 것을 정의로운 것으로 만들어왔다.” 우리 시대의 정의가 강한 자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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