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용진 SNS ‘멸공’ 해시태그 후 조국-윤석열 반응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인증샷’ 동참…당내에선 “5~60년대 구호”
민주당 “특정 세력 배제‧고립시킨 제주4‧3, 여순사건…역사퇴행”
정용진 “개인생각을 여야가 정치적으로 활용…더 안 하겠다”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에 ‘멸공’ 해시태그를 올린 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정 부회장이 지난 3일 신세계그룹 뉴스룸을 통해 발표한 신년사 모습. <사진=신세계그룹>
▲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에 ‘멸공’ 해시태그를 올린 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정 부회장이 지난 3일 신세계그룹 뉴스룸을 통해 발표한 신년사 모습. <사진=신세계그룹>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에 ‘멸공’ 해시태그를 올린 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철 지난 색깔론’이라며 비판하고 있고, 신세계 주가가 폭락하면서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숙취 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그 다음날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을 올린 뒤, 또 ‘멸공’을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중국 외교부의 무례한 태도에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 링크도 함께 올렸다.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을 올리면서 "나의 멸공은 중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들 괜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가세했다. 8일 윤 후보가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를 방문해 여수 멸치와 약콩을 구입한 사진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앞 글자만 따면 ‘달·파·멸·콩’으로, ‘달파’는 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층인 ‘문파’, ‘멸콩’은 발음이 비슷한 멸공을 뜻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다.

이에 정 부회장은 “다음엔 멸치와 콩으로 맛나는 요리를 구상해 봐야겠다”고 화답했다. 

윤 후보는 10일 인천 연수구에서 열린 인천시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장보기 사진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다. 아침에 콩국 같은 것을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콩도 늘 사는 품목 중 하나”라면서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를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잘 지켜지는지 안 지켜지는지가 이 나라가 자유와 민주에 기반한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멸공 인증샷’ 릴레이…“냉전 용어 환기” 우려도 나와

8일 윤석열 후보가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를 방문해 여수 멸치와 약콩을 구입한 사진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진=윤석열 후보 인스타그램>
▲ 8일 윤석열 후보가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를 방문해 여수 멸치와 약콩을 구입한 사진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진=윤석열 후보 인스타그램>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멸치와 콩을 구매하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 ‘멸공’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올리면서 인증샷 행렬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는 선대본부 차원의 공식 운동은 아니며, 당 내에서도 비판적이거나 조심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나경원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밖에 없을 텐데. 멸공! 자유!”라는 글과 함께, 멸치와 약콩을 구매하는 사진을 올렸다.

다음날에는 윤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인스타그램에 “오랜만에 소식을 전한다”며 멸치볶음과 콩조림을 반찬으로 아침 식사하는 모습을 남겼다.

김진태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달걀+파+멸치+콩을 구입했군요. 문파멸공”이라며 다 함께 캠페인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정갑윤 전 부의장도 9일 페이스북에 배우자와 함께 이마트 울산 삼산점에서 장을 보는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와이프는 늘 현명합니다. 주말 장보기 따라나섰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멸공 #온양 정 씨 화이팅 #윤석열 #이마트 #정갑윤 #원팀 #숨은 콩 찾기 #마트 방역 패스 반대 해시태그를 달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직능본부장 역시 페이스북에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멸공!"이라는 글을 올렸다. 배경 화면에는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바탕이 깔렸다. 김연주 상근부대변인도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주말엔 달파멸콩"이라고 적었다.

이처럼 ‘멸공 인증샷’ 행렬이 이어지자 이준석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 본인도 원래 멸치와 콩을 자주 먹는다고 반응할 정도로 가볍게, 위트 있게 대응했다”면서 “후보 주변에서 챌린지로 이어가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시태그(#)로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걸 익살스럽게 풀어낸 것을 주변에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도 이날 TBS 인터뷰에서 "사실 썩 동의하기는 그렇다"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표했다. '후보가 모르고 했다고 해도 문제가 아닌가'를 묻는 앵커 질문에 "왜 자꾸 저한테 따지느냐"며 말을 아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도 같은 날 CBS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되지만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멸공'이라는 70년대 냉전의 용어를 환기시키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저 부회장을 응원한다"며 "그가 멸공을 하던 친공을 하던 관심이 없지만,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의 기업 풍토에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는 그의 용기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라고 올렸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9일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라며 "이쯤에서 멈춰 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 어느 때인가. 멸공은 1950~60년대 한국전쟁 후 구호일 뿐,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공존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한편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확산하고 있는 ‘멸공 인증 릴레이’에 대해 “선대본부 차원에서 방침으로 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조국‧민주당 거센 반발…“일베놀이” “구시대적 색깔론”

국민의힘이 릴레이를 하며 파급이 커지자 민주당에서는 ‘색깔론’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처음 ‘멸공’ 키워드를 SNS에 띄운 이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이를 윤석열 후보와 엮으면서 윤 후보가 릴레이에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시대 퇴행적이라며 정 부회장과 야권을 향한 비판 입장을 내놨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라고 정 부회장을 비판했다. 정 부회장은 이 트위터를 캡처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리스펙'이라며 받아쳤다.

10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주한라대에서 열린 제주 선대위 출범식에서 "특정 세력을 배제하고 고립시켜서 처절하게 학살했던 아픔을 겪었던 것이 제주4·3이고 광주 5·18, 여순사건"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평화적 통일을 위해 사명을 다할 것을 헌법이 명시하고 있다. 거꾸로 역사를 되돌리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 유통업체 대표의 철없는 멸공 놀이를 말려도 시원찮을 판인데 따라 하는 것은 자질이 의심된다"면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체제에서 중도의 길을 걷나 했더니,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대놓고 일베놀이를 즐기면서 극우보수의 품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비꼬았다.

이어 "자중지란 끝에 겨우 돌아온 윤석열표 선대위 대전략이 고작 국민 편가르기, 구시대적 색깔론이란 말이냐"며 "꼭두각시 노릇 하는 윤석열 후보나, 청년 세대를 장기판 졸 보듯 하는 이준석 대표나, 두 분의 모습에 국민들은 피로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론 머스크 말 글 한마디로 코인 시장이 들썩이고 트럼프 트윗 한 줄로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모습 보면서 부러웠을까"라며 "정 부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 보여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김용민 의원은 선대위 회의에서 "윤석열은 여수 멸치를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멸공이라고 했는데 멸공은 공산주의자를 완전히 다 없어지게 한다는 뜻으로 반공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윤 후보가 여수 멸치를 든 것은 '개사과'와 같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최고위원도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멸공 운운하며 멸치와 콩을 들고 시대 퇴행적 놀이를 하는 한심한 모습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윤 후보는 멸치와 콩으로 멸공을 부르짖다 끝내 공멸할 수 있음을 자각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 호남 “여순사건 진상규명 힘써야 할 때 부적절한 행동”

한편 윤 후보가 ‘여수 멸치’를 구입한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 ‘여순 사건(여수‧순천 10‧19 사건)’이 소환되면서 호남 지역에서 규탄 입장이 나왔다.

여순10·19사건 범국민연대회의 최경필 사무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수와 순천을 세 번이나 다녀가고 여순 특별법 통과에도 협조하면서 국민의힘이 여순사건에 대해 진정성 있는 면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순사건 유족들도 이 대표와 자주 만나면서 국민의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져왔는데 윤 후보가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그동안 했던 행동이 가식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여수멸치 논란을 바라보는 유족의 입장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김태성 사무처장은 "지난해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제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힘써야 할 때에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여수멸치를 들고 사진을 찍은 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해명과 공개사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의겸, 정용진에 “군 면제 받았다” vs “기업가에게 멸공은 현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정 부회장에 대해 ‘군 면제’ 등 의혹을 제기했고 정 부회장은 이에 반박하며 글을 올리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10일 TBS 라디오에서 기자 시절 삼성가 병역 면제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소개하며 "이병철 창업주의 손자 세대인 CJ의 이재현, 삼성의 이재용, 이마트의 정용진 다 면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의 당시 신체검사 정보를 제시하며 "면제를 받기 위해서 체중을 불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멸공은 단순히 반공, 승공 개념을 넘어 뿌리째 뽑는 것, 박멸하겠다는 것"이라며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건데 남들 귀한 자식들 다 군대 보내면서 본인은 안 갔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이날 오후 김 의원의 발언을 반박하며 일각의 ‘정치권 진출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진로 고민 없다. 정치 운운 마시라”라며 “나는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대한민국 헌법도 전문에 ‘우리와 우리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 근데 쟤들이 미사일 날리고 핵무기로 겁주는데 안전이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하면서 얘네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간다. 당해봤나?”라고 반문했다. 또 “어떤 분야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보험 할증이 있는데, 이유가 전쟁 위험과 지진 위험 때문이다. 들어봤나?”라며 거듭 물었다.

정 부회장은 “군대 안 갔다 오고 6·25 안 겪었으면 주둥이 놀리지 말라는데 그럼 ‘요리사 자격증 없으면 닥치고 드세요’ 이런 뜻인가”라며 “군대 다녀오면 남의 키, 몸무게 함부로 막 공개해도 되나? 그것도 사실과 다르게”라고 적었다.

이어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며 “왜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당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나한테 뭐라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업가는 사업을 하고, 정치인은 정치를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 신세계 주가 하락 ‘오너리스크’ 지적…‘멸공’ 절필 선언

정 부회장이 촉발시킨 '멸공'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그룹 주가가 장중 7% 하락하는 등 '오너 리스크'가 본격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정 부회장은 ‘멸공’ 관련 글 게시를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는 전 거래일보다 6.80% 하락한 23만3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36억원, 6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의 하루 순매도 금액은 작년 6월 18일(282억원) 이후 약 7개월만에 최대였다.

그룹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5.34%), 신세계 I&C(-3.16%) 등도 동반 하락했다.

정 부회장은 작년 연말부터 '공산당이 싫다'는 내용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으며, 최근 잇따른 '멸공' 발언은 정치권으로까지 논란이 번졌다. 그는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공산당 관련 언급이 신세계그룹 중국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마트는 2017년 중국 사업에서 철수했으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사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고 신세계면세점 역시 중국인 구매 비중이 크다.

한편 10일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논란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 감이 있었으면 (발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상적인 개인 생각을 여야가 정치적으로 활용해버리니까 답답했다. 이제 알게 되었으니 더 안 하겠다”고 언론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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