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인수위 업무보고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3대공약 전면 반대 "수사지휘권, 검찰 민주적 통제"
인수위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독립 편성은 민주당의 오랜 검찰개혁 법안"
윤석열 “검찰에 독립적 권한 줘야 중립에 더 기여”
안철수 “현 정부 장관의 새 정부 정책 비판, 적절치 못해”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는 24일 박범계 법무장관의 검찰개혁안 정면 반대에 무례하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취소했다. 이날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예산독립은 민주당의 일관된 주장이었다'며 정권의 인수인계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 ⓒ연합tv 캡쳐)
▲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는 24일 박범계 법무장관의 검찰개혁안 정면 반대에 무례하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취소했다. 이날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예산독립은 민주당의 일관된 주장이었다"며 정권의 인수인계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 ⓒ연합tv 캡쳐)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개혁 공약에 대해 법무부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자 인수위는 24일 예정된 업무보고를 전면 거부했다.

이날 인수위는 "퇴임할 장관이 반대? 분노를 금할길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법무부 업무보고는 취소하고 대검 보고만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초 윤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현 법무장관에게 있는 검찰의 예산편성권을 검찰총장에 독자적 예산편성권 부여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 등을 핵심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박 법무장관이 인수위 보고 전날인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세 가지 모두에 공개적으로 정면 반대를 표하자, 당선인의 공약을 새 정부 국정 운영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고자 만들어진 인수위로서는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윤 당선인은 인수위 ‘프레스다방’이라 불리는 기자실을 방문해 검찰에 독립적 권한을 줘야 중립성이 지켜질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또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현 정부의 장관이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국민을 위해 정권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공식 문제제기를 했다.

인수위 격앙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의 반대, 이해할 수 없다”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독립은 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 이해찬도 공동발의, 전해철도 주장

원일희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법무장관의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예산편성권 독립은 민주당이 오래도록 일관되게 주장한 검찰개혁법안'이라고 강조하며 여기에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전해철 행자부장관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 ⓒ연합tv캡쳐)
▲ 원일희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법무장관의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예산편성권 독립은 민주당이 오래도록 일관되게 주장한 검찰개혁법안"이라고 강조하며 여기에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전해철 행자부장관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 ⓒ연합tv캡쳐)

24일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용호 간사는 “오늘 오전 예정돼 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지휘권 폐지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윤 당선인의 철학과 의지가 담긴 것”이라면서 “검찰의 예산 편성권 부여 공약 또한 검찰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직접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려는 윤 당선인의 의지 표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예산편성권 때문에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봐야하는 구조"라며 "검찰의 예산권을 독자적으로 편성해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해 검찰을 국회가 직접 통제하자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 바로 검찰의 예산편성권 독립"이라고 강조하고 "헌재 경찰청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을 향해 "윤 당선인의 진의를 왜곡했다"며 "우리는 이 사태의 엄중함을 국민께 설명드리고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수위는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예산편성권 독립 등은 과거 민주당이 법안으로 상정했던 것'이라면서 강한 유감을 표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사지휘권 폐지, 대검찰청의 예산 독립권 확보는 과거 민주당이 오랫동안 일관되게 요구하고 주장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원 대변인은 "천정배 전 장관이 1996년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을 삭제하자고 주장했다"며 "당시 국회 법사위 속기록과 언론보도를 확인해보시면, 검찰청법 개정안에 16명의 공동발의자가 있었고,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민변 출신으로 현 행정안전부 장관인 전해철 장관이 법사위 시절 검찰예산 독립을 주장했고, 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은 2013년 9월 국회 예결위 간사 당시 법무부 예산으로 검찰을 통제한다면서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2011년 참여연대의 입법 청원 역시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는 바로 이 조항을 없애자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원 대변인은 "근원적으로 지난 5년 동안 벌어졌던 권력형 비리 수사가 재개돼 권력형 부정부패의 실상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셀프 은폐 시도로 내비칠 수 있다"고 맹비난하며 "거악(巨惡)의 척결은 검찰의 고유 임무이자 기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범계 장관과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대선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업무보고마저 차질을 빚게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원활한 인수인계를 방해하려는 사보타지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면서 "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원회는 검찰권이 정상화되고 중단된 권력형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정비를 목표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이것이 인수위 입장"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으나,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것은 제정 56년만인 2005년 참여정부 시기였다.

참여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6·25는 통일 전쟁'이라고 발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고 사직했다.

이후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단 한번도 발동되지 않았으나, 지난 2020년 취임한 추미애 장관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 임기 1년 동안 2차례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박범계 장관은 1차례 발동했다. 법무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은 역대 총4회 발동되었고 그중 3회가 문재인 정부에서 발동되었다. 

한편, 유상범 인수위원은 "업무 보고 연기는 전적으로 인수위원들이 협의해 결정된 것이다. 윤 당선인 의중과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으며 "일정을 조정해 다음 주 화요일(29일) 전에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는 24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유예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는 24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유예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현 정부, 검찰개혁 5년간 해놓고 안 됐다는 자평인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에 독립적 권한을 주는 것이 더 중립에 기여”한다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인수위 기자실에서 “이 정부에서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검찰개혁을 5년 동안 해놓고 안됐다는 자평인가”라며 “저는 (검찰에) 독립적 권한을 주는 게 더 중립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장관 수사지휘라는 게 실제로 해보면 별 필요가 없다. 왜냐면 자율적으로 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 문제”라며 “아주 보안 사항이 아니면 웬만한 건 법무부 장관이 알아야 될 사안이라고 해서 법무부에다가 다 리포트(보고)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뭐든지 공정과 상식에 따라 일하는데 의견이 서로 다를 경우가 있겠나. 맞춰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이날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선 “원래 통상은 (법무부와 대검이) 같이 왔는데, 입장이 다르면 법무부가 대검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들 입장 위주로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마 유상범 의원이 그런 걸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따로 받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인 유 의원은 검찰 출신이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업무보고를) 안 받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대검 것을 들어보고 법무부도 얘기 들어보고 따로따로 들어야 각자 입장을 알 수 있다는 그런 취지일 것”이라고 했다.

박범계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책임행정”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인수위 업무보고 하루 전날인 23일 기자들과의 약식 긴급 기자간담회를 위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개혁 핵심 공약 3가지에 대해 모두 정면 반대했다.  <사진=연합뉴스>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인수위 업무보고 하루 전날인 23일 기자들과의 약식 긴급 기자간담회를 위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개혁 핵심 공약 3가지에 대해 모두 정면 반대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업무 보고가 취소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는 기자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 변수가 있는 것 같다"며 "그쪽(인수위)에 알아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미 인수위 업무보고 하루 전날(23일) 박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대해 전면 반대 입장을 밝혀 인수위와 갈등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책임행정 원리에 입각해 있다.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 독자적 예산편성권을 주는 윤 당선인 공약과 관련해 "특수활동비 등 비용 집행의 투명성과 감독의 문제, 또 예산편성권을 가진 법무부 검찰국의 직제를 조정하는 문제가 얽혀 있다"며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직접 수사 확대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검찰이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게 검찰을 위해 좋을 길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검찰을 당당한 준사법기관으로 국민 속에 안착시키기 위해 직접 수사 축소를 위한 직제개편 등을 이끌어 온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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