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삼열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문화원 외래교수
풍수지리학 박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과 용산시민공원 조감도 (인수위 제공)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과 용산시민공원 조감도 (인수위 제공)

요즈음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두고 논란이 첨예한 가운데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의 풍수발언으로 풍수지리가 모든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00년의 역사를 가진 풍수지리학문이 하나의 무속으로 평가절하 되고 있어 풍수학인의 한 사람으로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다.

풍수지리는 원래 동양과학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주역의 원리로 하늘과 땅의 기운인 천기와 지기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기운이란 것이 원래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으며 오직 직감으로만 느껴볼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선뜻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공간에는 기로 가득 채워져 있고 이러한 기운 속에는 양의 기운인 천기와 음의 기운인 지기가 공존하고 있어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들이 이 기운들을 에너지원으로 섭취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와 같이 지구상에도 이러한 음양의 기운들이 적당히 잘 조화된 장소가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풍수적 명당이다.

명당(明堂)이란 한문글자를 보더라도 밝을 명(明)과 집 당(堂)으로 ‘밝은 집’이란 뜻이지만 어떤 공간속에서 불빛이 밝다고 하여 무조건 명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명당이란 [낮(日)+밤(月)] 혹은 [해(日)와 달(月)] 즉, 음과 양의 기운이 잘 조화된 장소(집)를 말한다. 좋은 땅에 심어진 나무가 무성하게 잘 자라 좋은 열매를 맺듯이 인간 역시 좋은 땅에 집을 지어 생활을 하게 되면 그곳의 좋은 기운으로 건강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근거로 하여 먼저 청와대의 기운을 살펴보자. 기운이란 자연의 생김새에 따라 그 농도의 후박(厚薄)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변 산들의 모양새나 물길 그리고 지질의 형태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청와대 뒤편의 북악산과 앞쪽으로는 청계천이 흘러 양택지의 기본조건인 배산임수(背山臨水)와 전저후고(前低後高)의 조건은 갖추었지만 북현무에 해당하는 북악산과 앞쪽의 남산 그리고 관악산은 돌이 많은 석산으로 흙이 풍부한 육산에 비해 지기가 아주 미약하다.

그리고 오행으로 볼 때도 돌은 화(火)의 기운으로 화산에 속해 풍수에서는 혈장(택지)주변의 화산을 살기(殺氣)를 뿜어낸다하여 매우 흉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북악산 바로 밑은 바위의 강한 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생활하는 건물보다는 기도로 센 기운을 받아낼 수 있는 사찰이나 종교시설이 들어서기에 알맞은 장소다.

과거 태조 이성계의 조선조 개국 당시에도 경복궁 전후의 이러한 화산들과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도전은 남향으로, 풍수대가인 무학대사는 동향으로 지어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경복궁영건일기’에 의하면 지금의 청와대 영역에는 과거 깊은 계곡이 있었던 자리로 하루 2500명의 인부가 한 달간 매립작업을 했다는 기록이 있어 이러한 매립지에는 지기가 약해 사람이 살 곳이 못된다.

이러한 청와대의 풍수입지에 대해 흉지라고 처음 언급한 이는 서울대 지리학과 최창조 교수였고 그는 1992년 한 일간지에 청와대 터가 죽은 자들의 땅이라고까지 주장하였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경복궁의 후원은 조선조에서 한(恨)많은 후궁들의 처소와 무수리들의 임시 무덤자리이면서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으로 사용되었기에 그 흉한 기운이 있어 현재의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 부르기도 하고, 일제가 1939년에 청와대 터에 조선 총독이 머무는 관저를 지었는데 그로부터 6년 뒤 패망한 것도 흉지이기 때문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시절 청와대를 신축하던 중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祉)’라고 쓰인 표석을 발견하여 이 땅이 풍수적 명당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와 더불어 청와대 터가 명당이다 흉당이다란 갑론을박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곳이 흉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곳에서 생활한 대통령은 하나같이 하야, 시해, 구속, 탄핵, 투신 등 말로가 좋지 않다. 풍수가에서도 주변산세와 여러 가지 여건들을 보아 청와대 터를 대부분 흉지로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용산의 국방부 신청사는 어떠한가? 이곳의 산세는 북한산에서 인왕산을 거쳐 남산 그리고 둔지산으로 이어지는 그 끝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풍수고서에서도 용(산자락)이 끝나는 용진처(龍盡處)에 지기가 가장 왕성한 곳이라 하였으니 용산은 서울에서 땅의 기운이 제일 왕성한 곳이다. 이러한 곳에 위치한 국방부 신청사는 양택지의 기본조건인 배산임수와 전저후고형을 갖추었지만 임수(臨水)는 좋으나 배산(背山)이 조금 낮은 것이 흠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렇지만 풍수에서 배산의 주요기능은 바람막이 역할이고, 이곳은 평지라 골바람과 달리 순풍이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풍수고서 『인자수지』에서도 평지에서 부는 바람은 지면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풍수에서는 산줄기 못지않게 주변 물줄기도 매우 중요시한다. 모든 풍수고서들마다 물은 혈장을 환포하면서 천천히 흘러나가야 안쪽의 생기를 가두어 줄 수 있어 최고의 수세조건으로 친다.

예를 들어 안동의 하회마을에 가보면 낙동강줄기가 마을 전체를 감싸고 흐르고 있어 안쪽의 기운을 잘 갈무리 해주기에 누가보아도 풍수적 길지로 평가한다. 이 곳 용산을 감싸고 흐르는 한강 줄기는 용산 전면(前面)을 오목하게 감싸주면서 흘러 김포 앞바다로 빠져나가는데 그 흐르는 물속에는 노들섬, 밤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많아 유속을 늦추어주므로 용산지역에 더 많은 생기를 공급해 준다.

그리고 남산의 뒤편으로 흐르는 청계천은 용산의 공배수(拱背水)가 되어 용산지역의 생기를 잘 갈무리 해주니 이 또한 아주 유리한 수세조건이다. 풍수에서는 물을 곧 재물로 보고 해석하기에 대통령 집무실이 이러한 곳에 정착한다면 국가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풍요로운 새 시대를 기대해볼만하나 국가안보나 이전에 따른 비용문제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시행되어 질 것으로 보여 진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문화원 외래교수

  풍수지리학 박사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