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법사위장 국힘에 넘기기로 한 여야 합의 민주당 번복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3차례 만남에도 원점
권성동 "이재명 고소고발 취하 요구, 이재명 방탄국회" - 박홍근 “사과하라...진정성 있는 협상 임하라"
전문가 “‘검수완박’ 강행 이어 文정부·이재명 수사 방어수단”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두고 민주당이 과거 여야 간 합의를 번복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법사위원장 문제로, 지난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에서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으나 민주당에서는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합의를 파기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원장 자리를 붙들고자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검찰공화국’이 가동되는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했던 민주당이 지난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의원 관련된 '권력형 비리 수사'가 착수되는 상황에 직면하자 이에 제동을 걸 수단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3차례 만남에도 진전 없어
與 “자꾸 조건 달아” 野 “마지노선 이달 말까지”

여야는 지난 8일과 20일 회동을 가진 데 이어 2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비공개로 만났다. 25분간 대화를 나눴으나 진척사항은 없었고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먼저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직후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을 우리에게 주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빼야 된다고 하고 법사위를 가져가니까 다른 상임위는 자기들이 먼저 정해서 가져가겠다고 하고 사개특위도 하겠다는 등 자꾸 온갖 조건을 달더라"며 "그것은 정상적으로 원 구성을 하겠다는 성의나 의지가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계속 조건을 달면서 이것들이 다 선행돼야만 원 구성을 하겠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하면 지금 우리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진상조사TF’를 통해 대통령기록물을 확인을 하는 것이 진상 확인에 중요하니까 여야가 합의해 대통령기록물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랬더니 (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그것을 새로운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조건을 우리가 더 다는 것처럼 하면서 우리 태도가 협상을 위해서 한발 물러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됐다면서 나갔다"고 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겠다고 생각하고 회동을 마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당장 국회를 정상화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집권여당이 더 느끼게 돼 있다. 당장 윤석열 정부가 하겠다고 하는 법인세 감세나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려면 국회가 정상화돼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그러면 그 시기까지 기다리면서 원 구성 협상을 계속할 수도 있다. 이런 선택지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가 잘 판단해서 결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심정적인 마지노선은 이달 말이다. 이달 말까지는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든지 아니면 무슨 수를 내든지 해야 한다"며 덧붙였다.

여야는 지난해 7월23일 당시 윤호중 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후반기 국회 원구성에 합의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은 의석수를 반영해 11대7로 한다 ▲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르지만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 ▲ 법사위 기능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 단축 등 내용이 담겼다.

이에 국민의힘은 합의문대로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게 넘겨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전직 원내대표간 합의여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합의문대로 국민의힘에 넘겨주기 위한 재논의 조건을 달고 있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권한 축소 등 기능 제한 ▲국민의힘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참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취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의원 고소고발 취하 요구' 문제가 돌출되면서 여야간 대화는 꼬여가고 있다. 

권성동 “민주당 법사위장 독식은 ‘이재명 방탄국회’ 위한 것... 이재명 고소고발 취하 요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독식하려는 것은 ‘이재명 방탄국회’를 위한 것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른바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견제장치'라는 주장이다.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독식은 이재명 방탄국회를 완성하기 위함"이라며 "민주당은 이제라도 ‘명심’이 아닌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에도 입법 독주 과오는 반성하지 않고 검수완박 악법 날치기, 재보궐 낙하산 공천으로 재명 수호에만 여념이 없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법사위 권한 축소를 전제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돌려주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이미 축소된 법사위 권한을 더 축소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견제와 균형 기능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차라리 법사위를 없애자는 말이 솔직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의장, 법사위, 상임위를 장악하고 물 마시듯 날치기 반복했다"며 "이런 민주당이 행정부 견제를 운운하며 국회법을 개정한다면 어느 누가 믿겠나. 협치, 견제의 반대말이 있다면 그건 민주당일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22일에도 법사위원장 갈등이 '이재명 살리기' 문제라고 다시 꺼내들었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공부모임인 ‘혁신24 새로운 미래’ 창립세미나 축사에서 “(민주당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원 구성과 아무 관계가 없는 조건을 요구하면서 갈등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며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고소·고발을 취하해달라고 했는데, 전부 이재명 의원과 관련된 것이다. 이재명을 살리자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구성 협상을 하는데 그냥 법사위 주고 나머지 11대7로 나누면 되는데 민주당이 계속 원구성과 관계없는 조건을 붙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악법 국면에서 안건조정위원회, 법사위, 본회의 에서 (법안의) 불법 통과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등을 (민주당이) 취하해달라고 한다"며 "자기들이 떳떳하면 왜 취하해달라고 하겠나”고 비판했다.

박홍근,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 제안
“이재명 고소고발 취하? 사과하라.... 與, 법적 권한 없는 전 원내대표 합의만 지켜달라 해”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반발하며 여야 협상 자체가 중단되어 버렸다. 

박 원내대표는 원구성과 관련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22일 오전에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자”며 “집권 여당이 국회 개혁과 여야 관계 회복이라는 기본원칙 앞에 과연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했고 이는 이재명 상임고문 살리기'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이날 중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국회 원구성은 더욱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권 원내대표에게 오늘 중 만나 원 구성 협상을 하자는 제안을 했었지만, 비대위 회의 후에는 기자들을 만나 "기사를 살펴보니 권 원내대표가 얼토당토않은 발언을 했더라. 민주당이 대선과정에서의 상호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했다는 것이고, 이는 이 고문을 살리기 위한 정략적 요구라는 게 권 원내대표의 발언"이라며 "협상 상대에게 할 얘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내수석부대표에게도 확인해보니 여야 협상 과정에서 이재명의 '이'자도 안 나왔다고 하더라"라며 "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여당은 없는 사실을 갖고서 공격하는 것"이라면서 "사실을 왜곡한 것을 바로잡고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중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발끈했다.

박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원구성 난항과 관련 지난 '검수완박' 문제를 꺼내들며 당시 국민의힘에서 여야 합의를 깬 문제를 지적하면서 '여야 합의를 지키라'로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번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일부 분리안은 국회의장이 중재하고 각 당 의원총회에서, 특히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먼저 추인 받아 여야 원내대표와 의장이 직접 서명하여 발표한, 그리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조차 당초 존중한다고 했던 우리 국회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합의였다"면서 "그런데도 우리 국민과 민주당, 국회의장한테 한마디 사과도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것도 모자라서 사실 왜곡에 적반하장식으로 책임을 떠넘겼던 국민의힘이야말로 신뢰회복의 고르디우스 매듭을 풀 유일한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장혜영 "민주당, 국회의장 맡을 거면 법사위원장 넘겨야“

한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2일 “거대 야당 민주당은 하반기 국회의장을 맡으실 거라면 법사위원장은 전반기 합의를 존중해서 여당에 넘겨주시는 게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를 깼기 때문에 무효라고 말하는 것은 좀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하반기 원구성을 더 이상 미루지 마시라”며 “요즘 말로 세비가 살살 녹고 있다. 양당이 공히 성추문으로 윤리위를 여시느라고 원구성을 못하시는 건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을 두고는 “6석 정의당도 민생현안을 위해서라면 선거제도 개혁으로 뒤통수치고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민주당, 위성정당 출신 의원님들과도 주저 없이 협업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첫째도 민생이고 둘째도 민생”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전문가 “與, ‘권력형 비리’ 수사 못하게 하려는 듯” “법사위 기능 조정이 중요”

22일 <폴리뉴스>와 취재에서 전문가와 당 관계자들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 대치를 이루는 것에 대해 민주당이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과 당초 합의했던 법사위 기능 조정에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고 법사위원장 자리를 기필코 차지하려는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 하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으며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권력형 비리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강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예를 들어 사모펀드 비리 수사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비롯해 윤 정부에서 다시 수사를 해서 여당 인사들이 기소되는 상황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정치보복 운운하면서 모든 방어수단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차재원 가톨릭대 겸임교수는 “민주당이 야당이 됐기 때문에 상원역할을 하는 법사위를 빼앗기기 싫은 것이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 교수는 본질적으로 법사위 기능 조정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본질적으로는 지금 법제사법위원회가 법 제정과 검찰‧법원을 관할하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21대 국회 됐을 때 민주당이 ‘법제’를 떼어내 법사위가 사법위원회만 해야 한다고 했다. 법사위 자체가 상원 기능을 하는 게 말이 안 돼서 정상화하고, 그렇게 되면 일반 상임위와 똑같아지기 때문에 굳이 법사위원장을 서로 맡으려고 싸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법사위원장은 저희가 꼭 가져야 한다는 게 아니라 법사위를 개선해야 된다는 건 예전부터 합의한 내용이다. 그 부분을 지키면 될 텐데 아예 이행할 생각은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들도 진정성 있는 협의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저희 쪽에서 무조건 다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 않나”라며 “협상이라는 게 공통점을 만들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할 텐데, 그쪽에서 협상 자체를 안 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래서 대치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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