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투약 혼선은 국민 건강에 도움 안 돼
공공의료 부족 속 약사들 역할론에 화상투약기 찬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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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최성모 기자] 약국가의 오랜 골칫덩이였던 화상투약기가 마침내 시장에 선보이게 됐다.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위원장 이종호)가 화상투약기(약 자판기) 시범사업을 최근 승인하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는 제22차 회의를 개최하고 총 8개의 안건을 논의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시범사업의 세부 조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규제샌드박스란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 서비스 등을 출시할 때 정부가 일정한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이에 약국가는 화상투약기가 대면 투약 원칙에 어긋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약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보급, 코로나19 진단 시약 판매 등 정부의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약사들의 헌신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약국가가 화상투약기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화상투약기가 대면투약 원칙을 훼손함으로써, 국민의 약물 오남용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화상투약기는 약국에만 설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화상투약기가 본격적으로 활용된다면, 일반상비약을 판매하는 편의점 등에도 화상투약기 설치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화상투약기를 반대할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약사사회는 공공심야약국개설 등으로 화상투약기 반대 명분 쌓기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심야 약국에 대한 약사들의 신청이 부진함에 따라 화상투약기 규제완화를 시도하는 정부 방침에 현재로선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십 년 전부터 줄기차게 추진돼왔던 화상투약기에 대해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약사사회에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대한약사회의 현 지도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일부 약국가는 현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약사들은 시대적 요구와 흐름이 화상투약기를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은 없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화상투약기는 국민에게 약 접근성 측면에서는 강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는 화상투약기 설치로 약 판매 증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원칙적으로 화상투약기는 약사들이 화상으로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화상으로 진단할 시, 정확한 진단에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면 투약하에서도 복약지도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약사들이 복약지도를 할 때 스마트폰을 보는 등 딴짓을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약국가는 대면 투약도 형편없는 상황에서 화상투약기 복약지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공의료의 부족 속 약사들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신속히 반영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방역에 선방했던 우리나라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약사들이 큰 공헌을 한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약사들은 국민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전문직종에 비해 약사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약사들에 대한 처우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부족한 공공의료 체계 아래서 아직 약사들은 국민의 건강 상담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마냥 편리성이란 프레임에 갇혀 규제 완화가 최종 선택지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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