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공정’ 극명하게 드러낸 사안...신경제 패러다임 시험대

▲  출처 화물연대 홈페이지
▲ 출처 화물연대 홈페이지

화물연대 파업이 2008년 파업 이후 4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4년 전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현재까지 방치한 결과다. 정부는 2008년 파업 당시 두 가지 쟁점사항이었던 ‘표준운임제 도입’과 화물 운전자의 ‘노동자 인정’부분이 4년 동안이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이 이번 ‘물류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표준운임제는 화물운전자들의 ‘생활임금’ 확보를 위한 기초적인 장치이다. 화물 운송시장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장 포화에 시달리는 ‘과당경쟁시장’이다. 당연히 화물차 운전자들은 저가에 무리한 운행조건까지 감수해야 그나마 일감을 건사할 수 있는 처지이다.

이러한 과당경쟁시장 속에서 화물운전자들의 삶을 더 고달프게 만드는 것은 다단계 운송구조이다. 화물연대 쪽은 일감을 알선만 하고 중개 소개비를 챙기는 업체들이 중간에 운임 중 일부를 떼가면서 화물운전자들의 소득을 줄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는 화물차 요금도 택시요금과 같이 화물 물량과 거리에 따라 요금을 정하는 표준운임제를 요구해 왔고 지난 2008년 파업 당시 정부가 이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후 화주단체인 대한무역협회와 메이저 물류회사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유야무야 됐다.

결국 정부는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기는 했으나 운송회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에 대해 처벌조항을 두지 않는 방식의 ‘기형적인 타협물’을 들고나오면서 문제는 다시 불거졌다. 시장의 ‘갑’인 운송회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화물 운전자들로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여건이다. 강제규정이 없는 표준임금제를 지킬 운송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화물기사도 사업자로 분류된다. 여기에 화주·운송업체 등도 사업자로서 여러 단계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률적인 규제와 처벌조항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며 “사업자와 사업자 간의 거래가격을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며 애초 문제가 터졌던 2008년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시장에서의 거래행위’를 간섭할 수 없다는 운송업체와 화주단체들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지난 10여년간 정부와 운송-화주단체들이 내세운 논리다. 이에 화물연대는 ‘사업자간 시장거래행위’의 틀을 깨면서 산업보험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자성’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로서는 형식은 개인사업자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운송업체에 고용된 처지란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는 화물차 운전자는 운송업체와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노동자성’ 인정도 거부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화물운전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할 경우 산재 등 4대보험 비용부담 문제와 고용 당사자가 될 운송회사들의 반발 등 풀어야 할 난제들 때문에 지금까지 이 문제 해결을 회피해 왔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지난 4년간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중첩되면서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표준임금제’와 화물 운전자들의 ‘노동자성’도 인정과 관련해 ‘시장 조정자’로서 정부의 기능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기업인 화주와 운송회사의 입장만 강변하는 상황이다.

이에 화물연대는 지난 25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파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계속 정부에 대화와 교섭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실질적인 대화와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책임 있게 노력한 적도 없다”며 정부의 태도가 이번 파업의 배경임을 강변했다.

또 화물연대는 “정부는 항상 <대화 요청 무시→ 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해 공권력 동원한 탄압 → 일부 요구사항에 대한 수용 약속 → 약속 불이행 및 화물연대 요구 무시>의 행태를 반복해왔다”며 지난 4년간 정부의 업무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의 이러한 운송회사와 화주단체 편향적인 태도가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배경이 됐다는 뜻이다.

화물연대 파업’은 ‘시장 불공정’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안...정치권 나서야

이처럼 정부의 무능력이 이번 파업사태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 강경대응 방침 외에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화물차 방화사건을 화물연대 쪽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여론몰이를 하는 모습에서 정부의 협상력과 조정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문제해결능력 취약은 곧바로 사태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4년간 참아왔던 화물연대가 어떠한 성과물도 없이 파업을 쉽게 풀 까닭이 없다. 이 경우 ‘물류대란’은 더 깊어지며 국민들의 주름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권말이란 특성까지 가세하고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이 문제해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은 ‘시장의 불공정성’을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안이다. ‘경제민주화’와 ‘시장 정의’에 대한 구체적인 시험대가 ‘화물연대 파업’이다. 사업자간 관계로 보면 ‘동반성장-상생’의 문제가 얽혀 있고, 노동자성으로 보면 ‘노동유연성’이란 명분하게 희생을 강요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동일하다.

시장요건으로 보면 운송회사들은 ‘독과점’구조로 시장을 지배하면서 구조적으로 안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대기업 화주들 또한 자신의 물량지배력을 통해 운송회사와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비용절감’의 효과를 얻고 있다. 그리고 그 희생을 ‘운송자 시장’에 떠넘긴 상태다.

‘개인차 운송시장’은 전형적인 ‘과잉경쟁시장’이다. 이들은 자신을 보호해줄 어떠한 안전망도 없다. 오히려 6천만원 이상의 대형화물차를 개인들이 강제적으로 구매토록 하면서 찻값 부담을 오롯이 지고 있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 값을 자신들이 100% 부담하고 있다. 대형차의 특성상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임에도 이 또한 개인부담이다.

또 운송회사에 소속돼 사실상 피고용인과 같이 운송업무에 종사하면서도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다. 내용은 노동자이나 형식은 ‘개인 사장님’이란 이율배반적인 제도의 허점 속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 약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화물차운송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지금 정치권에서 주창되고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실제로 적용하는 시험대이다. 지난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승리한 새누리당이나, ‘정의와 공평’을 내세우는 민주당 양당 모두 이 문제 해결은 먼 산의 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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