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망버스가 절망버스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글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희망버스가 가게 된 가장 큰 문제인 영도조선소 문제는 경제·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짚어 달라. 필리핀 수빅만으로 조선소를 이전하고 영도를 폐쇄, 400명을 정리해고 했는데?

희망버스를 볼 때 한진중공업, 즉 조선 부문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있고 영도조선소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있다. 한진중공업에 초점을 맞출 경우 크게 보면 조선 부분과 건설부문으로 되어 있고, 조선 부문에서는 수빅과 영도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의 수익이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익 잉여금을 100주당 한 주씩 주식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잉여금을 자본금 계정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진중공업의 조선 부문을 놓고 본다면 그렇게 정리해고를 해야 될 긴박한 경영상의 긴박한 사유는 찾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 조선 부문의 수빅과 영도가 따로 되어 있는데, 영도조선소의 경우 대단히 열악하다. 과거 수주도 별로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경쟁력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경영의 상식이다. 그런데 이를 뭉뚱그리는 것 같다. 사실 문제는 한진중공업보다는 영도조선소다. 이를 정확하게 봐야 한다. 영도조선소는 인력사업 구조조정을 해야 될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것은 일반 시민들의 상식이기도 하고 노동위원회의 판단이고 법원에서도 아마 그렇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도조선소가 이렇게 어렵게 된 것은 중국 조선산업의 일취월장이라는 배경적 조건이 있고, 영도조선소가 약한 고리 중 약한 고리인 것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잘 나갈 수 있고 중소형 조선소 중에서도 다 어렵다는 법은 없다. 영도조선소는 구조적 이유와 경영 실패 등이 복합돼 있다. 어쨌건 경영상의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해야 할 명백한 사유가 있다. 이를 제대로 보고 그 다음에 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정리해고자가 약 400명인데, 이중 300여 명은 자체 정리해고를 감행한 것인가?

400명을 12월에 희망퇴직 요구를 했는데 그 당시에 230명이 거기에 응했고, 170명은 응하지 않아서 2월 14일자로 정리해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6.27 노사합의 이후에 70여 명 정도 희망퇴직에 응하면서 지금 정리해고 상태로 남아 있는 분들은 100명이 되지 않는다.

3. 의아한 부분은 6월 27일 노사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고공농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진숙 위원께서는 일관된 입장이 있지 않나? 이는 악덕 기업주가 정리해고를 해야 될 경영상 긴박한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리해고를 했다, 여기에 대해 부당하다는 생각들을 쭉 갖고 계시다. 즉, 악덕 기업주가 행한 부당한 정리해고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해 노동자와 시민이 연대해서 싸워야 한다는 것다. 그러면서 부당한 정리해고의 근거로서 댄 것이 174억의 주식배당 문제나 지난 10년 동안의 흑자 낸 것, 일부러 수빅만으로 물량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이다.

저는 여기에서 ‘나쁜 경영인’이라는 데 대해서 총체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그 문제와 정리해고의 부당성 문제와는 다르다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영의 문제와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을 말하는 것인가?) 사실 그 부분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 1980년대에 동명목재가 파산했는데 그때 엄청난 실업이 발생해도 사람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리해고라는 것은 기업이 살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결, 국민의 정서가 있기 때문에 미묘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정황적으로 수주거품이 없었고 구조적으로 수주하기가 쉽지 않아 일감이 없어서 사람들이 많이 놀았다. 그래서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쪽에서 천 몇 백명에 대해서 이미 정리해고가 있었다. 그때는 가만히 있었다. 상식적으로 일감이 없고, 일감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때는 배치전환하든 무급휴직하든 임금 삭감 하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비정규직을 먼저 해고하는데, 이는 대우에서도 그랬고 기아에서도 다 그렇게 했다. 아마 일부는 배치전환 했을 것이고 일부는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등 절차들을 밟는다. 어느 날 갑자기 터진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리해고 사유는 사실 나름대로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

그리고 의도적으로 물량을 빼돌렸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근거 없이 말한다면 세상을 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힘을 통해서만 해결하려 할 것이다. 그 논리와 좌익분자들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하는 음모라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논리라고 본다.

4. 소장님 주장은 시장의 논리든 경영의 논리든 정리해고는 구조적으로 불가피했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노사합의사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가?

이 문제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 괜찮은 기업에서 정리해고 당하면 다시는 비슷한 근로조건의 기업에 취직할 수가 없다. 중소기업은 다르다. 중소기업의 경우 잘려도 비슷한 데 갈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은 거기에서 잘리면 다시는 비슷한 데로 갈 수 없다. 저는 이 구조 자체가 외부 노동시장과 괜찮은 기업의 근로조건의 극심한 격차가 한국사회의 수많은 원인이고, 이것이 정말로 큰 ‘구조악’이라고 본다. 이러한 구조에 대해서 노동자들이 싸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싸우기 때문에 그래도 퇴직위로금 액수도 좀 더 올라갈 수 있는 것이고 사회안전망의 획기적 강화 필요성, 특히 고용보험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인데 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기서의 큰 문제는, 이른바 야권연대의 주체들이 여기에 붙으면서 진보의 상징이면서 비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된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잔가지 쳐내고 골격만을 보면, 물량이 없어서 놀고 있었고 물량확보 쉽지 않은 그 회사의 구조조정 문제이다. 먼저 1천 몇 백 명 구조조정 했고 희망퇴직 절차를 밟아서 정리해고 한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 정리해고 철회하라고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진보의 상징이 되어서야 되겠느냐? 이런 것을 추구하는 것이 진보이고, 이런 정신,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2012년에 연대해서 권력을 잡겠다? 그래서야 되겠나? 제가 문제제기 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진보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제가 이야기한 것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나?) 물론이다. 이는 진보의 상징이 되면 안 된다. 일반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할 수는 있다. 작은 미담이 될 수는 있다1그렇지만 2012년에 정권을 잡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합리성이 없다.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충분히 이유 있는 정리해고를 전면적으로 반대한다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저러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정권 잡으면 대한민국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그래서 저는 이것이 진보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5. 노조 차원에서의 이번 정리해고에 대한 강경투쟁도 문제이지만 희망버스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연대가 더 문제라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그것이 핵심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조도 모든 일에는 정도의 문제다. 예컨대 투쟁도 무한투쟁, 결사투쟁, 옥쇄투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모든 일은 정도의 문제인데, 제가 볼 때 특히 김진숙 씨는 굉장히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투쟁 자체를 전혀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지나치다. 이 판단은 한진중공업 이해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이 외에 영도주민들, 부산시민들이 그 부분에서 나름대로 판단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6. 김진숙 씨는 일단 투쟁을 철회하고 내려와야 된다고 생각하나?

저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7. 천성산 지율스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천성산 지율스님도 환경생태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온몸으로 시위함으로서 공사가 상당기간 중단됐었다. 그것이 진보정권의 무능의 근거 중 하나로서 활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율스님의 행위는 앞으로 건설토목공사에 있어서 환경보존 문제, 환경을 헤치는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경각심을 일으켜준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번 정리해고 문제도 외부노동시장에 비해서 근로조건이 월등히 좋은 곳은 구조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정말 조심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분명히 남긴 측면이 있다. 이는 꼭 김진숙 씨만이 아니라 쌍용자동차가 더 심했다. 거기에는 열 몇 명이 자살하고 가정이 파탄됐다. 이 근처에서도 천막농성, 고공농성, 수많은 분신과 투신, 음독을 우리가 봐왔는데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상당히 남는 결론은, 외부노동시장에 비해서 근로조건이 월등히 좋은 곳은 정말 구조조정을 하면 안 된다, 정년보장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자. 지금 인간의 수명을 제외하고 모든 수명이 짧아졌다. 기술, 작업장, 공장, 상품 등 모든 수명이 그렇다. 경쟁이 격렬해지면서 경기변동이나 경제구조 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기업이 요동을 치고 있다. 그랬을 때 기존 기업의 인력에 비해서 구조조정이 곤란하다면 첫째, 정년을 보장할 수 있는 정규직 채용을 잘 안 할 것이다. 그것도 외부노동시장에 비해서 월등히 근로조건이 좋은 쪽은 채용하지 말아야 한다. 채용 많이 했다가는 나중에 대량 살인사건이 날 수도 있다. 정리해고는 살인이기 때문에. 둘째, 핵심인력·핵심기능 빼놓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필요하면 외주하청 시킬 수도 있다. 이것이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만든 핵심원인이다.

그런 점에서 저는 김진숙 씨 투쟁은 지율스님의 투쟁보다도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나쁘다고 생각한다. 한 축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강력한 것은, 외부노동시장 수준보다도 근로조건이 월등히 좋은 기업은 정리해고 하면 안 된다, 즉 채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또한 가능하면 외주하청화를 아주 전향적으로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은 한국 고용노동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다. 노동의 양과 질이 아니다.

수익성 좋고 교섭력 있는 곳은 근로조건이 우리의 생산적 수준에 비해서 월등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인 반면, 수익성이 좋지 않거나 교섭력이 떨어지는 쪽은 시장가격을 받는 정도다. 이것이 유럽노동시장과의 가장 큰 차이다. 유럽노동시장의 경우 몇 만 명짜리 원청대기업과 3차, 4차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의 노동 양과 질이 같으면 임금격차 안 난다. 그 사람들의 임금수준을 1인당 GDP로 환산해 보면 1~2배 수준으로 그 안에 다 들어가 있다.

우리 같은 원청대기업은 얼마든지 시너지가 올라가면 1인당 GDP의 3배, 4배, 5배가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이 있는 일반 외부노동시장 같은 경우 GDP 1~1.5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이것이 한국사회 고용노동 문제에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전적인 원인은 아니다. 우리 한국 기업이 노동의 양과 질에 비해서 (임금격차가) 월등히 올라가는 것은 노동과 자본이 담합, 합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8. 한국노동운동사에서 봤을 때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운동이었는데, 이는 기업별노조, 선별노조의 실패에 대한 근본적 비판인 듯한데 그 일환으로 노동과 자본의 담함을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현재 다변화된 노동시장에 걸맞는 새로운 노동운동의 방식은 무엇인가?
이와 더불어 한편으로 노동이 사회복지의 흐름으로 가고자 하는 진보 전체 변화의 흐름이 있다. 물론 소장께서는 고용보험 등을 언급하셨지만 타협 등 진보가 어떻게 흐름을 가져가야겠나?
앞서 지금과 같이 야권의 상징이 되어버린 희망버스는 진보진영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4차 희망버스에 있어 앞으로 야권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겠나?

첫 번째,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한국에 1차 분배구조와 2차 분배구조가 있다. 1차 분배구조는 시장이고 2차 분배구조는 조세재정에 의한 복지다. 컨센서스는 복지도 동의하는 2차 분배구조를 개선해서 사회임금을 올려야 된다, 즉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편주의, 선별주의 논란은 있는데 제가 봤을 때 이것이 큰 논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 기준으로 4대보험 자체가 보편주의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문제는 보험료조차도 못 내는 사람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저는 2차 분배구조를 합리화해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은 없고 보편주의, 선별주의 논란은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험료조차도 못 내는 사람들, 고용시장, 노동시장에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논의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2차 분배구조의 합리화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오세훈처럼 아주 거부적 형태로 국민에게 공감 못 얻을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1차 분배구조의 문제이다. 1차 분배구조는 자본간 재분배의 문제와 노동간 재분배의 문제가 있다. 자본간 재분배의 문제는 공정거래의 문제가 있는데 창업을 좀 더 활성화시킨다거나 금융시장을 제대로 작동시켜서 벤처중소기업, 금융이 잘 되도록 한다거나, 연대보증제를 철폐 등의 방법 등인데 이는 우리가 찾아나가야 하는 문제들이다.

문제는 노동 내의 재분배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진보가 완전히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스웨덴의 노조 조직률이 1930년대에 30% 수준에서 1940~50년대에 50%, 60%, 70%까지 올라간다. 그 근거가 연대임금제다. 연대임금은 상향평준화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중향평준화다. 그 당시 건설부문과 수출대기업 부문에서 임금 상습압력이 상당히 셌다. 스웨덴은 이러한 임금 상습압력을 내리누른 것이다. 그 당시 건설부문이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170%까지 올라갔는데 170% 많은 것 아니다. 지금 대기업, 공기업들은 그것보다 사실 더 된다. 170% 수준의 것을 당시에 내리누른 것이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빨리 끌어올리면서 큰 격차를 줄인 것이다. 연대임금제는 사실 노동 내의 재분배전략이다. 노동의 양과 질을 같게 해서 처우를 비슷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럴 때 돈 잘 버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높은 처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적으로 노동의 양과 질이 같으면 비슷한 처우를 해 주기 때문에 어떤 쪽은 초과이윤이 생기고 그 이윤으로 재투자를 하든지 자기가 갖든 세금으로 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계속 노동, 노조 쪽으로 가져오는 전략을 취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런 의심을 하고 있지 않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각하는데,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면서 그것도 스웨덴을 지향하면서 연대임금제, 중향평준화를 지향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1차 분배구조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1차 분배구조는 자본간의 재분배 문제와 더불어 노동간의 재분배 문제가 있다. 자본간의 재분배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가나 기업에 우리가 요구할 문제다.

그러나 노동간의 재분배 문제는 진보와 노동 간에 해결할 문제다. 이는 유럽이 어떻게 했는지를 보면 이미 답이 다 나와 있는데, 이를 단지 우리가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유럽은 선별노조를 취하고 있었고, 우리도 선별노조 흉내는 내고 있었다. 우리의 틀은 선별이지만 기본적으로 의식이 공장 내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외치지만 산업 차원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외치지는 않는다. 이때의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상향평준화다. 1인당 GDP의 2~3배 받는 것을 정상으로 생각하고 90%의 하청협력업체에 맞추라는 것인데, 그것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 말이 안 된다. 그러면서 현재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같이 수익성, 교섭력 좋았던 노조가 쟁취한 근로조건들이 무너지면서 결사항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그러한 결사항쟁은 자체가 나쁘다,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누구도 못 막는다. 그러나 국가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사람들과 노조 중앙조직이 거기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앞서 진보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핵심은 1차 노동 내의 재분배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스웨덴으로 가겠다고는 하면서도 스웨덴의 핵심동력인 연대임금제와 중향평준화 문제에 대해서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을 해 드렸다.

4차 희망버스 문제에 대해서 답변을 들리면, 일단 이것이 진보의 상징이 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보의 상징이란, 권력을 잡겠다고 하는 야권연대의 주체들이 (희망버스에) 같이 타는 것은 제가 볼 때 정말 재앙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들이 만들려 하는 나라, 고용에 대한 대책이 바로 한진중공업 사태에서의 정리해고 철폐인가? 그렇다면 사업 못하겠다고 나올 것이다. 그 이야기는, 국내 고용과 투자를 엄청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기존의 기득권은 좀 더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해고 나면 엄청나게 혼이 난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에. 기업은 계속적으로 채용해야 청년실업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기업이 국내 고용과 국내 정규직 고용에 대해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것은 지금 공포를 느끼라고 하는 것이다. 구세대에게는 저항이고 특히 대한민국 청년들에게는 기회와 도전의 죽음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원래는 고졸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는 공무원 일자리 하나 놓고 대졸자 100: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노량진에 몇 년씩 고시공시 패스하겠다는 젊은이들로 만원이다. 이게 말이 되나? 어떻게든 대기업 들어가려고 한다. 당연하다. 현재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에서 엄청나게 많은 정리해고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대책도 없다. 그렇다면 대기업 가지 않으면 인간취급 못 받는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안 가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용은 중소기업에서 일어나는데 중소기업 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에서 루저들이다. 이른바 위너들은 고시공시 패스해서 철밥통 확보하고 일부는 대기업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제가 볼 때 90~95%는 못 들어가는 것이고 루저가 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루저들이 넘친다. 항상 노량진에 있는 사람들이 중소기업 다닌다. 그런 중소기업에서 경쟁력 나오겠나? 그것이 사회정의인가? 그렇기 때문에 희망버스는 전혀 진보의 희망도 비전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런 식의 희망버스는 재앙이다. 1차 희망버스처럼 일반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버스 타고 내려가서 사익을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에 김진숙 씨를 지지하고 옹호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것을 어떻게 막겠나? 그러나 지금의 희망버스는 그것이 아니다. 지금은 진보의 상징이다. (-그 내용은 뭔가?)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다. 그 이야기는 예외 없는 정년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리해고는 정년보장을 안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정년보장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예외 없는 정년보장을 하라는 것이다. 공무원은 정년보장이 가능하다. 대기업도 아주 수익성이 좋다면 정년보장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폴리뉴스> 정년보장 할 수 있나?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들어오는 사람들 정년보장 해야 한다면 아마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 기준을 매우 엄격히 할 것이다. 웬만하면 외주하청화 시킬 것이다.

결국 정리해고 방식이 안 된다면 기업을 해소하는 방식이 있다. 기업 자체가 해소된다면 아무도 말 못한다. 계약 위반이라고 못 한다는 것이다. 정리해고 방식이 아니면 기업해소 방식이다. 기업 자체를 완전히 폐업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폐업이 쉽기 때문에 웬만한 기능은 다 외주하청화 시키려 할 것이다. 이는 진보의 역사에서도 무수히 일어난 일 아닌가. 좋은 노조가 좋은 결과를 초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회주의가 왜 망했고 케인즈주의가 왜 작동하지 않고 있나?

9.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차 희망버스는 타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잘 모른다. 손 대표가 그렇게 이야기한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현명했다고 본다. 왜냐, 손 대표는 2012년에 51%의 지지를 얻어서 권력을 잡겠다고 하는 사람인데, 희망버스의 정신이나 저 이슈는 51%의 지지를 도저히 얻어낼 수 없는 철저한 현재의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정년보장 요구에 전적으로 호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 집권전략으로서는 아주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손 대표가 3차 희망버스에 타지 않겠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주 잘한 일이라고 본다. 손 대표건 정동영 의원이건 간에 의원이라면 절대악과 절대선의 싸움에서는 절대선의 전봉에 서서 싸워야 하지만, 저 문제는 절대악과 절대선의 싸움이 전혀 아니다. 기본적으로 조정하고 절충하고 타협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에 지지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정치인으로서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의원들은 고통의 현장, 갈등의 현장에 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가서 그 갈등과 고통이 보다 합리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갔다면 칭송 받아 마땅한 정치인이다. 그것이 아니라 지지하고 연대하기 위해 갔다면 잘못됐다고 본다. 투쟁하고 힘 실어주기 위해 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10. 이것이 야권연대 포맷의 방식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당내에 진보연합이나 정책 중심의 연대가 있을 수도 있는데 어떤 식의 연대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핵심은 우리 국민 5천만 중 일자리 원하는 사람 3천만, 경제활동인구 2천만이다. 노동인구가 1천700만이고 그중 100인 이상 사업체는 300만명 수준이다. 즉, 1천700만 인구 중 1~4인 기업에 있는 사람이 30%이고 5~9인 기업이 13% 가량 된다. 일자리 원하는 사람 3천만명 중 노동시장에 아예 들어오지 못한 사람이 400~500만 정도로 빠져 있는데, 아이 키우거나 높은 진학률 형태로 숨어 있기도 하다. 또한 자영업자 절반은 노동인이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해서 자영업 형태로 들어가 있다. 1~4인 기업에 30%, 5~9인 기업에 13%가 있는 상황인데, 한국사회의 진보 핵심은, 정권을 잡겠다고 한다면 고용률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가 관건이다.

우리는 고용률이 대단히 낮은 나라다. 실업률은 통계상 문제가 있다. 현재 15~64세에서 고용률이 62~63% 되는데, 고용률을 올리고 임금근로자 비율을 올려야 한다. 1~4인 기업을 없앨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익성과 교섭력에 따른 격차가 아닌 노동의 양과 질에 따른 격차가 일어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상승기회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데 들어가야 자기의 근로조건이 높아지기 때문에 좋은 데 들어가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는 이상한 현상이다. 즉, 고용률, 임금근로자 비율, 노동 내 공평한 처우다. 그 다음으로 복지에 UN안정시스템이 필요하다. 서구는 UN안정이지만 우리는 ‘공평+UN안정’이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비전이 되어야 한다. UN안정 쪽에 바로 사회임금문제, 복지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유연 문제와 공평 문제를 현재 진보가 놓치고 있다. 우리는 평균적으로 매우 유연하다. 아주 소수의 대기업과 공기업, 공무원조직은 아주 경직돼 있고 그것지만 1~4인 기업은 엄청나게 유연하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유연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유연하니까 우리는 노동유연성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궤변’이 있다. 우리는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지나치게 유연화돼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유연화가 필요하고 유연화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비로소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문제가 아닌데 왜 신경 쓰나?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들 노동유연화 자기 문제 아니기 때문에 신경 안 쓰고 자기 직장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복지도 기업복지 계속 늘리면 되는 것이다. 학자금 융자시키고 사내에 어린이집 늘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이 고용의 유연성이 시대적 요구라는 점을 받아들이면 고용보험을 강화하고 사회임금을 올리는 쪽으로 에너지가 이동할 것이고 이 부분이 급속도로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운동만 하더라도 저는 대기업, 공기업 조직노동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그러나 노동운동 일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정말 노동운동, 조직이 필요한 데가 많다. 식당아줌마 제대로 보험 혜택 못 받고 있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람들 허다하다. 최웅사건 보면 문화예술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런 곳을 정말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외부노동시장에 비해서 월등히 높아져 있는 대기업, 공기업 조직노동운동은 이를 지키기 위해서 전긍긍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자기 밥그릇만 지키기에 급급하니 아예 지킬 밥그릇조차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그렇다 보니 그런 사람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전혀 취하지 못하고 있다.

위대한 복지국가 스웨덴이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들은 스스로 첫째 사민당이 있었고, 둘째 정의로운 노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힘 센 노조가 아닌 정의로운 노조가 있다 보니까 힘이 세진 것이다. 우리는 노조가 힘이 세지면 조직률이 높아지고 뭔가 친노동적 사회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스웨덴 비슷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정의로운 노조가 힘을 쟁취한 것이다. 우리는 노조의 정의개념 자체가 없다. 정의 핵심이 노동의 양과 질에 따른 분배이고 공평한 처우다. 그것이 서구 선별노조 전통이다. 우리는 노동의 양과 질이 아닌 수익성 좋고 교섭력 좋은 데 들어가야 팔자 고치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운동, 특히 조직력에 기대는 진보운동은 심각하게 병들었다고 생각한다. 진보운동이 거기에 따라간다면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제 발언이 너무 센가?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저의 스탠스야 말로 ‘진정한 진보집권의 길’이고, ‘ 이 스탠스라면 진보에 대해서 등 돌렸던 많은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다’고 평가한다. 참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지만 논리적으로는 분명히 맞는 입장일 것이다. 제가 자본에 대해서는 재분배를 이야기하지만 노동가에 대해서는 재분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저는 조세재정에 의한 2차 분배구조를 주장하고 있고, 여기에서 노동시장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직장을 가져서 보험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용률과 임금근로자 비율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제 이야기다. 이 스탠스로 분명 집권할 수 있다고 본다. 야권이 이 스탠스로 갔을 때 집권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11. 3차 버스에서 극우파인 어버이연합의 폭력사태가 있으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었다.

윤동주 시인이 ‘잎새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우리가 그렇게 혐오스럽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1950년대의 정서와 철학은 한국사회가 좌익들에 의해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공포인데, 이 1950년대의 화석들이 나와서 뛰어다니니까 얼마나 그 모습이 흉물스럽고 엽기겠나? 희망버스는 어떤가? 희망버스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이 탔지만 그 못지않게 1980년대의 화석들도 있다. 1980년대에 힘 있는 노조가 근로조건을 끌어올리면 주변 업종으로 파급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말은 거꾸로 힘 있는 데가 자본의 공격을 받아 무너지면 도미노현상에 의해서 밑으로 파급된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지지하고 연대하러 간 사람들이 많다. 사실 우리가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선도적 사업장에서 근로조건을 끌어올리면 주변지역 업종으로 확산된 측면이 있었다. 통계상로 보면 1991년까지 모든 분배구조가 개선된다. 이것이 한국 노동운동의 성과다. 양극화를 상당히 줄인 것이다. 문제는, 91, 92년을 기점으로 그 뒤로 점점 격차가 벌어진다. 산업현장에서도 선도적 사업장에서 끌어올린 근로조건이 주변으로 확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청, 하청에서 무자비한 원가절감을 하기 시작하고 외주하청화를 도모하고 해외 쪽에 글로벌 소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는 트리클다운이펙트에 대해서 보수의 신화, 보수의 우상이라고 공격하는데, 저는 노동운동에 의한 좋은 파급효과도 90년대 중반부터 일종의 우상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리클다운이펙트가 우상이 된 것처럼. 부자 지갑 두둑이 채워주면 그 사람들이 돈 써서 아래로도 효과가 내려올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바로 보수가 섬기라고 강요하는 우상이다. 지금 대기업, 공기업의 조직노동이 자기의 호주머니, 자기들 근로조건을 높이면 주변 업종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파급효과를 이야기하는데, 이것 역시 우상이다.

이를 노동과 자본의 대립구도로 생각해서 총노동과 총자본의 접전이 한진중공업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있다. 이는 노동이 하나의 단일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서 처우가 결정되어져야 한다. 1만명, 2만명짜리 원청대기업과 2~3명짜리 4차, 5차 협력업체가 비슷하면 말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비슷한가? 이해관계 동일하지 않다. 총노동과 총자본의 대립 자체가 사실은 우상이다. 이를 저는 80년대의 화석이라고 본다. 극단적으로 50년대의 화석과 80년대의 화석이 부딪힌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50년대의 화석은 보수의 입장에서는 최말단이다. 80년대의 화석에 관해서는 집권하겠다고 하는 진보가 거기에 대해서 정당성을 부여해 준 것이다. 엄청나게 다른 문제이고,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래서 제가 재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노동간의 재분배 문제는 80년대에 없는 개념이지만,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하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만들려면 연대임금제, 중향평준화를 추진해야 한다. 기업의 고용에 대한 공포와 창업에 대한 공포를 들어줘야 한다. 이는 모두 80년대에는 없던 개념들이다.

제가 희망버스를 걱정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50년대 화석은 보수의 최말단인데, 80년대 화석은 진보의 상징으로 여기려 하는데… 큰일 아닌가? 어떻게 집권하나? 저는 어버이연합의 엽기적이고 혐오스러운 행태로부터 우리가 좀 다른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철학과 가치를 신봉하면서 날뛰는 존재다. 우리가 그러한 존재가 아닌지부터 의심해야 한다. 사실은 반면교사이고 타산지석이다.

중국발 구조조정 압력의 문제가 있다. 중국이 지금 일취월장하고 있지만 기술의 특성상 비교우위가 금방 중국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자동차산업이 그렇고 전자 쪽도 그렇다. 백색가전은 옮겨갔지만 삼성전자의 주력 품목은 그렇지 않다. 조선산업의 경우 과거 같으면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설계에 있어 기술 집약화 되다 보니까 버티고 있기 때문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별다른 기술적 우위가 없는 중소조선소 등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산업이 조선산업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화학섬유, 신발, 의류 등 많은 품목이 베트남, 방글라데시, 중국 등으로 많이 갔다. 그러한 충격들이 왔을 때 우리가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저는 대우자동차를 아쉽게 생각하는데 대우자동차가 GM으로 대책 없이 넘어가고 것은 숙명이 아니라 우리 하기 나름이었다고 생각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도요타를 제치고 생산량이 3위까지 올라갔다. 기업은 국가적, 산업적 토양에서 자라나는 나무인데, 현대기아자동차라는 큰 나무가 있으면 또 다른 나무도 충분히 클 수 있는데 우리는 이 나무 하나만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조선소도 반도체도 여러 개 있지만 자동차는 하나만 있다.

이는 2000년도에 구조조정 잘못했기 때문이다. 근원적으로는 한국의 정부 책임이 가장 크고, 금융 책임, 노조 책임도 꽤 있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지금 한진중공업 식으로 노조가 대응하면 구조조정의 파도가 몰려왔을 때 슬기롭게 고통을 분담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아예 파산해버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 저는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제는 시야를 넓게 봐야 한다. 어차피 주력산업들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계속 우리에게 고용과 외화를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고, 분명 잘나가는 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자동차산업만 하더라도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산업 하나도 없다. 우리가 그러한 어려움을 겪을 때 구조조정에서 가장 파괴적이고 극심할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현재 취약한 유소년팀이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는 유소년팀이 없다. 재벌이 가장 큰 책임이 있을 것이다. 재벌과 국가와 노동에 책임이 있다. 재벌이 하청협력업체 원가절감해서 잉여 다 빨아 가면 그것을 재벌 혼자 먹나? 그 사람들의 임금, 복리후생 쪽으로 다 가는 것이지 혼자 먹는 것이 아니다. 대주주만 먹는다면 대주주에 대해서 돌팔매질을 해야 하지만 혼자 먹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저는 노동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항상 자기의 문제를 먼저 고쳐야 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이 특이한 게, 이 문에 대해서 이의제기하면 모두 노동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가 노동만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하나? 보수는 보수문제를 스스로 고치면서 진보문제 지적해야 설득력 있고, 진보는 진보문제 제기해야 하고 노동은 노동문제를 스스로 해소하면서 자본의 문제나 보수의 문제를 지적해야 설득력 있는 것인데, 우리는 어떤 문제제기를 하면 저들 문제가 훨씬 크다고 이야기하나? 그런 논리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해서 문제제기 할 때 ‘우리는 북한보다 훨씬 잘사는데 북한 비판하지 않고 남한 비판하느냐’는 논리와 비슷한 것이다.

2012년 대외전의 관건은 자기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진보혁신이냐 보수혁신이냐의 혁신경쟁이다. 한자에서도 그러하듯이 혁신은 가죽 벗겨내는 고통을 겪어서 진보가 탈바꿈 한다면 당연히 진보가 가져갈 것이고 보수가 자기 가죽 벗기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보수가 가져갈 것이다. 국민은 분명 혁신 잘하는 쪽에 권력을 줄 것이다. 상대방 비판 잘 하고 상대방의 허점을 공격 잘 하는 쪽에 권력 줄 것 같지는 않다.

12. 여권과 야권 중 어느 쪽이 더 혁신적이라고 보나?

지금 보면 박근혜가 중도로 오고 있고 복지 강조하고 재벌문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진보는 중도로 오고 있나? 진보는 야권연대인데, 이를 사실 기존의 민노당, 진보노선을 정통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금 더 좌클릭 하고 있다. 정치전략적 측면에서 현재로서는 진보 필패다. 실제 ‘저것은 박근혜 쪽과 비슷하다. 왕따 시키자’는 정서가 많이 형성돼 있을 것이다. ‘김대호 같은 류는 박근혜와 비슷하기 때문에 빨리 왕따 시켜서 진보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사람들 많이 봤다. 그러면 필패다. 문제는 국민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단순하다. 국민의 시각에서 보지 않는데 어떻게 51%의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내겠나?

13. 그나마 자기 혁신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인가?

시원찮은 혁신이지만 진보가 하도 안 하니까. 진보는 아예 혁신 자체를 거부해버리니까. 정치전략적으로 볼 때 그렇다. 안타까운 점은, 국민은 웬만하면 진보에게 주고 싶어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진보가 민심의 뺨을 때리고 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보수를 지지하도록 민심에 대해서 뺨을 후려갈기고 있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어 : 박혜경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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