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년여 만에 한진중공업 사태가 수습됐다. 국회 환노위 위원장으로써 조남호 회장의 출석, 권고안 마련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주도하면서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는 올해 최대 노동현안이자 국민적 관심사였다. 제가 환노위원장을 맡으면서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 꾸준히 대화하려 했다. 대화로 풀어나가야지 물리력으로 법만으로도 풀어나갈 수가 없다. 법은 최소한도로 지켜야 할 기준이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양쪽의 주장이 모두 팽팽히 맞서면서 희망버스 등 얼마나 충돌이 잦았나? 그러면서 기업 문제가 아닌 중요한 사회문제로 번졌다. 사실 정치권이 구체적으로 사기업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옳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는 사회문제로도 봐야 한다.

청문회나 증인출석 등을 통해 조남호 회장을 직접 접할 기회가 있어 간곡히 사정했다. 단순히 기업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 정치문제란 점을 강조하며 꾸준히 설득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정리해고에 대한 견해가 완강했다.

이에 국정감사과정에서 조 회장과 함께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 이범관, 홍영표 환노위 여야 간사 등을 불러 장장 3시간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가졌다. 여기서 환노위는 정리해고자 1년 이내 재고용과 해고자 생활비 2천만원 제공의 권고안을 조 회장에게 제시했다. 이를 조 회장이 수용하면서 해결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노동계의 현안을 넘어 사회갈등 이슈로 부각된 사안이다. 정치권이 중재하고 조정해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그리고 대화로 중요한 문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저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권이 사기업에 계속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여부는 판단해봐야 할 문제다.

2. 한진중공업 뿐 아니라 쌍용차 정리해고로 인한 후유증이 크다. 정리해고는 개인의 생존 차원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IMF 직후 정리해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불거진 것인데 최근 정리해고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큰데?

IMF 하면 정리해고가 생각하지 않나? IMF 터지고 은행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 되고 눈물을 흘렸나? 이제는 IMF를 극복하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은 IMF 식으로 기업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리해고제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정리해고에 대한 기준을 다시 만들어 제도적으로 새롭게 보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기업에 유리하도록 일방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면 사회갈등, 사회양극화만 더 부추기게 될 것이다. 정리해고는 IMF로 불가피하게 생겨났지만, 사회양극화를 더 가속화시킨다는 차원에서 현재 대대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노동유연성은 일정범위 내에서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정리해고로 일방적으로 기업이 편리하게 운영해오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고, 이를 모두가 느끼고 있다.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부분들을 좀 더 구체화시키겠다는 것인지?) 그렇다. 한진중공업의 경우도 긴박한 경영상의 문제였는데, 우리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긴박한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긴박하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느 상태인지 정부에서 기준을 만들어줘야 한다.

해고요건과 협의절차 등을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정리해고 규정을 객관화하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회사를 도저히 경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 안고 있으라 하는 것도 무리다. 양쪽이 다 상생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현재 매우 급하다.

3. IMF 이후 정리해고도 문제지만 비정규직 양산은 더 큰 사회문제다. 비정규직의 확산과 처우 악화가 우리 사회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지금 40%에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다. 공식 발표는 650만명이지만, 노총 등은 830만명 정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정규직이 너무 많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시간에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수입이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60%다. 이는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정한 기준은 차치하더라도 굉장히 큰 사회문제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려는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 물론 노동유연성 측면이 강조되는 직종은 보장되어져야 하지만, 우리처럼 기업이 비정규직을 이렇게 편리하게 써먹는 나라는 정말 없다.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복지선진국가로 가기 위해선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해결의 근본은 동일노동에 대해서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 비정규직 해법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야당 간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및 재계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더 키워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필요성 차원에서 노동유연성을 더 키우자는 주장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더 양산하자는 소리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여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정부와 기업이 같이 노력해서 많이 만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이때는 기업이 그 정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정규직을 만들어가겠다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 부분에 저는 동의할 수 없다.

비정규직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비정규직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금 대기업들이 그렇다. 많이 벌어 자기들끼리 잔치하고 있다. 사회적 양심상으로라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프랑스나 미국 등 전 세계 부자들이 뉘우치고 있는 부분이 그 부분인데, 우리는 비정규직으로 이렇게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더 만들어야 될 것 아니냐’면서 비정규직을 더 양산시켜가자는 것은 잘못된 논리다. 결국 사회문제만 더 키울 것이다.

5.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치세력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는데, 이 요구에 대한 생각은?

그 주장이 100%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비정규직이 필요한 직종도 많다. 가령 창의적으로 가져가는 직종이 있고, 이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률적으로 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이다 나눌 것이 아니라 배합이 돼야 한다. 다만 우리는 그 배합이 너무 불균형한 것이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되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똑같은 시간에 계속 일하기 때문에 구태여 비정규직을 둘 필요가 없지 않나. 정규직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쉬워진다.

다만, 비정규직은 봉급에 대한 격차는 물론이거니와 사회보험 등 복지 측면에서도 혜택이 준다. 똑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복지 차원에서 정규직과 같은 혜택을 줘야 한다. 그럴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지출되겠지만 길고 크게 본다면 더 유리하다.

근로자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애착심을 가져야 하고, 장래가 보장되어져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다. 근로자는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기(士氣)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6. 위원장께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은?

현재 올라와 있는 법안이 여러 개가 있는데, 간단히 말씀드리면 일정기간 동일하게 노동하고 있는 근로자에 대해서 일단 전부 정규직화해야 한다. 이것이 강제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선차적으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불안부터 먼저 줄이자는 것이다. 또 가장 큰 차별인 임금격차 줄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7. 노조 조정률이 10% 밑으로 내려간 9.8%로 조사됐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은 대부분 대기업 사업장의 정규직원들을 대표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현실들로 인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 지적도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이 자리에 있으면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간부들 많이 만나고, 조그마한 일들 있으면 자주 달려오는데 이분들이 대기업 정규직에 있다고 해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외면하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엄청난 투쟁을 하고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노동자 개개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노총이라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명분과 의식이 있기 때문에 아주 열심히 한다.

8. 환경 분야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 논란이다. 이 사업을 두고 대통령과 정부는 수질환경이 개선되고 홍수가 방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위원장님의 생각은?

4대강 사업은 환경을 지키는 사업이라고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을 저는 ‘억 소리’라고 본다. 한강 이포보를 가봤는데, 그곳의 거대한 인공조형물, 구조물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 눈에는 아주 해괴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우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들도 와서 볼 텐데, 아마 이들도 보면서 ‘이런 인공구조물을 물위에 만들어놓았다’고 할 것이다. 자연은 자연으로써의 미가 있는 것이다. 자연은 자연으로써 기능하도록 인간이 도와주려고 노력해야 할 시기다. 자연을 이용하는 시기는 지났다.

강가에 구조물 만들어놓고 친수공간 형성하는 시기도 이제 지났다. 물은 물로써 놔두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그런데 우리는 4대강 사업으로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왜곡해버리고, 친수공간 개발이니 생태공원 조성 등등 자연을 전부 왜곡시키고 있다.

수질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이는 두고 볼 일이다. 보를 만들고 둑을 쌓아서 수질이 좋아진다면 이 지구상에 새로운 이론이 탄생하는 것이다. 왜 이리 전 세계 전문가들이 가라는 방향과 정반대로만 가는지 모르겠다.

수질이 1~2년 내로 나빠지지는 않는다. 현 정부 다 지나고 10년 쯤 지나면 저것들 다 뜯어낼 일이 생길 것이다. 미국, 독일 등 외국에서 현재 뜯어내고 있기 때문에. 22조가 아니라 약 30조다. 그렇게 들여 만들어놓은 것이 자연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에 예산낭비이고 재앙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 걱정된다.

9. 4대강 사업의 폐해 우려를 나타내고 계신데 앞으로 수습할 방안은?

현재까지 본류를 중심으로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제는 지류, 지천을 손대야 한다. 우선 지류, 지천으로 흐르는 물을 맑게 해야 한다. 또 물이 흐르면서 본류의 일부가 붕괴되고 침식된 데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해놨는데 어떻게 하나? 이제는 불가피해졌으니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친수공간 개발한다고 마구잡이로 리조트, 자전거길, 놀이공간 등이 들어가면 수질악화, 자연·생태 훼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분류하수관, 하수처리시설 등을 지금이라도 설치해 오염되지 않은 물이 본류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도 물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수질은 맑아지기 어렵다.

(-보 철거 주장도 있는데?) 제가 그러한 주장을 했다. 결국 보를 철거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 주장은, 보가 물이 많이 내려오면 정체되지 않으니 괜찮다는 것인데, 그렇지가 않다. 최소 3m까지는 물이 정체돼 있고 그 위로만 뜨기 때문에 항상 정체된다. 보를 이대로 놔두면 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10. 지난 10월 3일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이 패하면서 위기론까지 거론됐는데, 당시 서울시당위원장으로써 심경이 어떠했나?

후보자를 내지 못하는 정당은 죽은 정당이다. 당시 박원순 후보만큼의 인기가 없다 해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고 맞섰어야 했다. 선거는 후보 대 후보의 싸움만이 아니라 조직과 조직의 싸움이기도 하다. 박 후보는 민주당 조직이 그렇게 열심히 가세하지 않았다면 과연 당선됐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도 그 문제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인정하는 부분은, 큰 틀에서 야권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 저도 인정한다. 그러나 꼭 그런 식으로 서울시장을 양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서울시장은 서울시장대로 내고 우리 나름대로 가야 할 길은 꾸준히 가면서 대통합을 우리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이끌고 가자는 것이다.

11.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아오던 민주당이 최근 젊은 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민주당 위기의 원인으로 보이는데?

민주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 더 크게는 한나라당을 포함해 정치권이 정신 차려야 한다.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들만을 놀이,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그 잔치에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다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우리가 그들 속으로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랬나? 늘 권력다툼만 했다. 그러니 특히 젊은 사람들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표를 얻기 위해서 젊은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고 참여 시킬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정치가 바뀌기 위해서 정치가 시민으로부터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이제는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진정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 당시 경선투표장에 오후부터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사건은 정치권에 대한 좋은 교육의 하나가 됐다.

12. 민주당이 야권통합의 길로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야권통합 전당대회 방식, 당 지도부 기득권 문제 등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들이 남아 있다.

저는 기본적으로 대통합에 찬성한다. 그러나 대통합에는 원칙이 있어야 하고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모든 정당은 각각의 이념과 정당정책 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조금씩은 수정될 수 있지만 큰 틀이 바뀌면 안 된다.

가령 민주당은 중도개혁정당이다. 여기서 진보정당들이 합치자고 한다면 좀 더 진보적으로 될 수 있겠지만 민주당이 갖고 있는 기본 틀은 바뀌면 안 되는 것이다.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만 와야 한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오면 연합정당이 커지고 선거에 이기더라도 그 직후 바로 흩어져서 싸우게 될 것이다. 이미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저는 대통합에는 찬성하지만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대통합은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본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그러한 의견을 묻고, 각각의 의견들을 수렴해 대통합하는 것이 순서다. 이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13. 지금 야권통합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와 비교한다면 현재 분열 가능성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분열할 가능성이 많다. 저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통합을 놓고 아주 신중히 논의해야지, 내년 총선에서 의석 많이 확보하겠다고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원칙의 틀이 무너지고 외형적인 세만 넓히면서 결국은 필연적으로 분열할 것이다.

지금 같은 식으로 대통합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고 대선에서 정권교체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권교체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싸울 것이다. 국민이 그것을 원하겠나? 비록 작더라도 당은 뚜렷한 자기 이념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야 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커져간 정당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이 그렇고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그렇다. 언제까지 이합집산해서 자꾸 세를 불려나갈 생각인가? 자신들이 노력해서 세를 불려나가야지. 남의 성과물만 자꾸 합치려 하면 결국 이합만 반복될 뿐이다. 무분별한 대통합은 적합하지 않다. 대통합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조심해야 한다. 꼭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만 볼 수 없다.

14. 야권은 물론이고 보수 쪽에서도 안철수 원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인데, 안 원장의 정치참여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안철수 씨가 제3당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고 안철수 씨에게 한나라당 오라, 민주당으로 오라 하는 요청도 있다. 물론 민주당 쪽으로 오면 큰 힘이 될 수 있으니 좋겠지만 그것은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그분이 이것 하나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치는 깨끗한 버선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흙 묻은 장화 신고 하는 것이다. 깨끗한 버선발로 멀리 서서는 정치가 되지 않는다.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폭풍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정치다. 그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3당 만들어서 별거 없이 신비스럽게 붕 떠서…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오래 갈 수가 없다.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에 저는 안철수 씨에게 정치를 하려면 현실로 들어오라고 요구하고 싶다. 혹은 인기가 있으니 꽤 있을지 모르겠는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데려가든지. 좌우간 머릿속 정치가 아니라 발 위의 정치가 현실이다.

15. 안철수 원장이 기존 정당들과의 합류를 결국 포기하고 제3당의 창당으로 정치에 입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안철수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한다면?

제3당을 만들 가능성이 물론 있다. 지지하는 사람들, 도와주는 사람들 많으니 어렵지 않게 만들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신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이다. 그렇게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오히려 특히 젊은이들의 폭발적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데, 앞서 언급했던 부분들이 서서히 벗겨지면서 제3당으로 성공하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16. 한미FTA 비준을 한나라당이 기습처리했다. 정국급랭이 예상되고 있지만 예산안 처리문제를 생각하면 무작정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인데 앞으로 의회는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 전망하나?

민주당에서 FTA 날치기 처리된 직후 대변인성명을 통해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겠다고 한 것은 화풀이한 것이다. 이제는 정말 우리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분야, 제약분야 등에 대해 후속조치를 논의해야 한다.

또한 ISD 재협상 부분을 비롯해 미국에 재협상은 아니지만 재협상에 버금가는 요구를 해야 한다. 대통령도 (ISD 재협상)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민주당도 기왕 이렇게 됐으니 감정적으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감시기능을 철저히 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방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덧붙이자면, 나는 협상파 중 한 명이지만 이 부분에서 좀 더 협상하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비록 여당이 강행처리 했지만 여야가 마찬가지다. 더 대화했어야 했는데 여당의 강행론자들이 절대적으로 우세했고, 야당에서는 대표들을 비롯한 강경론자들이 있었다. 강행론자들과 강경론자들이 부딪히면서 저런 결과가 나왔다.

나 같은 비(非)강경론자들은 얼마든지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올해 넘겨서 내년 1월에 했어도 됐고. 가장 바람직한 케이스는 그냥 다음 국회에서 하면 됐다. 미국 의식할 거 뭐 있나? 미국이 4년을 끌어왔는데 우리가 6개월 더 끈다고 잘못될 것도 없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해야 하나 싶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제는 정신 차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이것해라 저것해라, 미국에 이런 것 저런 것 요구하라 하면서 압박을 가해야 한다.

17. FTA 강행처리 후폭풍으로 자칫 예산안 처리가 파행으로 갈 가능성은?

저는 여기에 반대다. FTA는 비록 날치기 처리했지만 예산안은 냉정하게 가져가야 한다. 예산 그냥 내버려두면 정부여당이 편리하도록 처리할 것이다. 3년을 그렇게 해왔는데 4년째 날치기 처리하도록 둘 수 없다. 특히 내년 예산은 민생예산으로, 여당에서도 FTA 때문에 많이 돌려놨다.

이는 어려운 국민과 직결되는 예산인데 도로아미타불 되게 할 수는 없다. FTA는 바람직하지 못하게 처리는 됐지만 예산안은 별개로 가져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 냉각기는 열흘 이상 가지 않겠나.

인터뷰어 : 정 찬 정치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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