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 농심 대표이사, 이희성 식약청장
▲ 박준 농심 대표이사, 이희성 식약청장
농심 라면스프 발암물질 파동과 관련해 자사의 해명 아닌 해명,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입장 번복에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만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농심은 자사 라면스프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언론보도로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갈수록 커지자 공식 입장을 내고 “매 끼니마다 평생 섭취해도 무해한 수준”이라며 식약청 검증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농심은 지난 24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박준 대표 명의로 안내문 공지를 띄워 “전세계 80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만큼 벤조피렌과 관련된 안정성이 검증됐다”면서 특히 전날 발표된 식약청의 공식 자료를 인용, “식약청은 해당제품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은 조리육류의 벤조피렌 노출량보다 1만6,000배 낮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심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원료 및 공급업체 관리에 더욱 철저히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사실상 식약청에서 안전한 제품이라고 인정받은 만큼 제품을 회수할 계획이 없다는 것.

농심은 실제 회수 계획에 대해서는 이날까지 논의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주요 대형마트 등도 같은 이유로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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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먹어도 좋다는 농심 측의 해명은 제품 회수와 사과를 요구하는 뿔난 소비자들에게 되레 기름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지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초등생 학부모라 밝힌 한 네티즌은 이날 저녁 모 블로그 게시판에 “쥐머리 새우깡 파동 때도 꿋꿋이 버텼던 농심이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버텨서 이 위기를 모면할 생각인 듯”이라고 해석하면서 “해명글을 보고난 뒤 농심이 소비자를 바보취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동안 떨칠 수가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 글 아래로 ‘동감한다’는 댓글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6개 라면은 오랜 기간 국민 생활 속 대표 식품으로 자리해 “매 끼니”는 아니더라도 특히 영유아나 환자, 노약자 등 취약자가 소량을 섭취했을 때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농심의 해명과 별개로 소비자들은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벤조피렌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이 불완전 연소되는 경우 생성되는 물질로 인체에 축적될 경우 암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졌다.

라면 스프 발암물질 늦은 조치, 식약청장 ‘사과’... “회수하겠다”

같은 날 식약청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애초에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사과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식약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이희성 식약청장은 전날 식약청의 “문제가 없다”는 해명자료와 상반되게 “시정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사과했다.

이날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농심 라면제품에서 해당 제품의 리콜과 함께 식약청과 해당업체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희성 식약청장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원료에 대한 안전기준은 있지만 완제품에 대한 기준은 없다”며 기존 의견을 고집했지만, 이 의원의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음에도 행정처분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질타가 이어지자 이 식약청장은 결국 “부적합 원료를 투입한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시정조치를 했어야 했다”, “부적합 원료를 완제품에 사용하면 안 된다”면서 잘못을 시인했다.

이 식약청장은 이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조만간 회수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도 “책임지고 조치를 하겠으며, 소비자들에게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6월 식약청이 가쓰오부시를 생산하는 태경농산㈜대구공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조사 결과 이 업체가 생산한 제품에 다량의 벤조피렌이 검출돼 태경농산㈜대구공장에 대해 행정처분하고 대표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농심은 이 업체로부터 가쓰오부시 분말을 납품받아 너구리 등 6개 제품 제조에 계속 사용해왔으다. 식약청 역시 이 사실을 쉬쉬한 채 5개월을 보냈다.

결국 지난 22일 MBC 9시뉴스데스크 단독취재로 이들 제품에서 벤조피렌이 2.0~4.7ug/kg 검출됐다. 벤조피렌이 검출된 라면은 ▲순한 너구리 ▲얼큰한 너구리 ▲생생우동 용기면 ▲너구리 큰사발면 ▲너구리컵 ▲새우탕 큰사발면 등이다. / 오진영 기자 pppeo001@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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