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안철수를 돌아본다

 오늘은 안철수에 대한 내 생각들을 꺼내보려 한다. 나는 <대선 후기>를 통해 이제 야권의 대안은 안철수 신당 밖에 없다고 말해왔지만, 그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지난 번에도 말한 바 있지만, 과연 안철수가 그만한 정치적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를 아직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안철수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족함을 드러냈다.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책임과는 별개로, 안철수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몇가지 생각을 올린다.

1. 안철수도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다,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민주당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하는 얘기와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안철수는 자신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했다. 국민과의 단일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보직도 사퇴하며 솔로몬 재판의 진짜 어머니가 되었다. 문재인 지원도 성심성의껏 했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실패했다. 물론 후보는 문재인이었지만, 안철수 또한 이번 대선에 등장해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던 주역으로서 이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누구의 책임이 컸든간에 정권교체가 실패한 데는 안철수의 책임도 있다. 그가 더 정치적 능력을 발휘하여 지지율을 끌어올렸던들,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여 국민의 마음을 더 움직였던들 대선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진심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아쉬움과 모자람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정치리더는 그 모든 것을 다 자신이 짊어지며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말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말이다. 그래서 안철수가 귀국하게 되면 그의 일성은 국민에 대한 사죄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2. 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안철수는 과연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 소통하며 행보했던가. 안철수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알기 어렵다는 말이 대선 기간 내내 이어졌던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국민 속에서 국민의 문법으로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정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영웅에 의해 실현되지 않는다. 그것을 가능케하는 힘은 오직 국민에게서 나온다. 부름을 받고 나선 개인은 단지 역사의 도구일 뿐이다. 안철수 현상은 국민의 것이지 안철수라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더 몸을 낮추었어야 했다. 자신의 소신 때로는 고집을 앞세우기 이전에 국민의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행동했어야 했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국민이 이해하는데 그토록 애를 쓰게 만들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가갔어야 했다.
 
후보직 사퇴 결심을 대부분의 캠프 사람들도 기자회견 직전에야 알았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을 위해 함께 고생했던 구성원들과의 소통 과정 없이 그런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새 정치가 요구하는 민주적 리더십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누가 그런 지도자를 믿고 자신의 정치적 생을 걸겠는가. 안철수는 비정치 영역에서는 천재였을지 모르지만 정치 영역에서는 천재가 아니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만큼 정치신인으로서의 여러 미숙함들도 드러냈다. DJ라면 모를까, 개인의 판단만으로 앞길을 가는 것은 무모하다. 그 역시 귀를 열고 함께 소통하며 정치를 해나가는 민주적 리더십을 몸에 붙여야 한다.
 
그가 다시 정치를 시작한다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에게서 드러난 여러 한계들을 겸허히 성찰하며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판단에 집착하며 고집이 세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안철수에게서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2013년의 안철수는 정치인으로서 거듭나야 할 것이고, 그 출발은 자기 개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몸을 낮추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3. 정치적 판단능력을 키워야 한다
 
대선 패배는 민주당만 탓할 일은 아니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문재인을 계속 압도했더라면 아무리 힘세고 욕심 많은 민주당이라 해도 그렇게는 못했을테니, 그리 보면 안철수도 책임이 있다. 자신의 지지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이다.
 
대표적인 것이 단일화협상 중단을 장기화하는 악수를 둔 일이다.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를 한 데 대해 항의하며 일시적으로 협상중단을 한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렸으면 즉시 협상에 복귀했어야 했다. 몽니를 부리는 모습으로 비쳐지면 안 되는 시기였다. 그런데 안철수는 민주당의 쇄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들고나오며 시간을 끌어버렸다. 주변의 의견조차 듣지 않고 이 대목에서 고집을 부린 것은 그 중요한 시기에 결정적인 패착이 되고 말았다. 결국 안철수는 고작 이해찬 사퇴를 위해 여러날 동안 협상중단을 한 꼴이 되어버렸고, 지지율은 흔들렸다. 명분도 실리도 다 잃어버렸다.
 
대선 기간 내내 후보단일화에 대해 수세적인 자세로 대응한 것도 잘못이었다. 단일화하자는 얘기는 원래 지지율이 앞서는 후보가 먼저 꺼내며 압박하는 것인데 반대가 되어버렸다. 지지율이 문재인을 앞서고 있을 때 단일화의 주도력을 발휘하며 대세를 결정지었어야 했다.
 
복기하자면 수많은 사례들이 나올 것이다. 안철수의 정치적 판단능력은 분명 여러 가지로 미숙함을 드러내었다. 그가 차기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5년을 버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안철수는 더 이상 바람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검증을 원점부터 다시 받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훈련과 단련 속에서 성장해나가야 할 정치인이다. 자신에게서 모자란 점은 같이 가는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며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정치적 판단능력이 아직 충분하게 갖추어지지 못한 정치인이 자신의 판단만 앞세우는 것은 추락의 지름길이다. 정치는 진심의 순서대로 평가받는 곳이 아니다. 각자의 진심이라는 것은 결국은 주관적인 것일 뿐,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객관화시켜내는 지혜와 능력이다.
 
안철수는 야권의 재편을 주도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향후 야권의 새로운 구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 보장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인 안철수가 제 역할을 할 것인지 여부이다. 결국 그의 새로운 변화 의지와 능력에 달린 문제이다. 한편으로는 힘을 실어주며, 다른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검증하며 안철수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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