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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야기 5] 산업화 초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북구 장수마을

조용하면서도 큰 변화를 꿈꾸는 도심 속 마을공동체

<폴리뉴스는 ()창조와소통과 함께 장수마을로 불리며 마을만들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성북구 삼선4구역 일대를 방문하였다>

 

   
▲ 한성대에서 촬영한 장수마을 전경 Ⓒ (주)동네목수

서울 성북구에는 삼선동 일대에 걸쳐 1960~70년대 서울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이 중 삼선4구역이라 불리는 재개발 예정지에서 장수마을이라 불리며 한창 마을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 외곽 산동네였던 이 곳은 최근 대단위 아파트단지 재개발 구역에서 벗어났다. 얼마전 서울시에서 재개발 예정지에서 주거환경개선지역으로 확정되면서 이 지역은 60-70년대 산업화 초기의 마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되었다.

이 마을은 서울의 꼭대기에 자리잡은 마을로 서울성곽에 바로 밑에 있는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다. 마을 이름이 장수마을로 된 것은 이 동네가 젊은이들은 없고 노인들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동네가 마을로서 제 모습을 띈 것은 마을기업 ()동네목수 박학룡 대표의 노력 덕분이다. 박 대표는 허름하고 기울어가는 동네 집을 수리해주었고 한성대 학생들이 동네 벽에 벽화를 그리면서 침잠해있던 마을에 새로운 기운이 돌았다.

117, 우리는 조용하면서도 큰 변화를 꿈꾸며 이 마을을 살리고 있는 박학룡 ()동네목수 대표를 만났다.

   
▲ 박학룡 (주)동네목수 대표

- 마을수리가 한창이라던데, 외관상으로는 여타 마을과 마찬가지로 크게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겉으로 심하게 바뀌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이곳은 서울의 60~70년대 사람들이 살아왔던 풍경이 남아있는 정겨운 곳이다. 인근 서울 성곽과 더불어 생활자원과 역사자원을 함께 보존하는 형태로 주거사업이 진행중이다. 외관상 심하게 좋지 않은 곳은 고치되,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하려 한다.

또한 전체적인 마을 외관을 다 바꾸려면 지자체 지원도 지원이지만 주민들 본인들의 경제적 부담도 생기는데, 그럴 여력이 충분한 동네는 아니다. 사실 우리가 하고 있는 작은 집수리도 감당하기 어려운 주민들 많다. 거기에다가 한번에 대대적으로 보수가 이루어지면 급격한 지가상승을 불러와 기존 세입자들에게 부담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존에 살던 세입자들이 지속적으로 사는게 우선이다. 서로 의지하면서 살던 이웃관계가 이들이 살아가는 힘인데 그것을 깨지지 않게 해야한다.

   
▲ 장수마을 곳곳에는 한성대 벽화봉사단에서 마을 아이들과 함께 그린 벽화들이 있다

 

- 사실 장수마을에 관한 전체적인 기사나 사진들을 보면 굉장히 아름다웠는데

긍정적인 면을 찾아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대외적으로 너무 그런 쪽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좀 있다. 특히 세입자들의 주거가 불안해지는 문제가 있다. 언론에 자꾸 마을이 거론되고, “시에서 예산이 지원될 것이다같은 소문들이 흘러가니 여기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땅주인들이 어떻게든 털고 나가려고 세입자를 쫓아내거나, 월세를 올려버린다. 그래서 요새 집주인들을 찾아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니 진정하고 우리가 해왔던 일들을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있다.

이미 우리 마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나 한다. 때문에 죄송하게도 작년 1년동안 공중파 방송은 전부 거절했고 올해는 조금씩만 오픈하고 있는 중이다.

 

- 동네 집을 수리해준 것만으로도 수익이 나는가?

사실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수익을 내는 건 어렵다. 마을에 보면 빈집들이 여러개 있다. ‘투자에 실패한집들이다. 이곳에 세를주고 있는 집주인들 대부분이 재개발의 부푼 꿈을 안고 땅을 샀으나, 사실상 재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 되어버려서 손해를 보고 애물단지로 남겨놓은 사람들이다. 그저 마을이 헐리고 땅값이 오를 때를 기다려 빨리 팔아넘기려 하고있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가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에게 싸게 넘기고 손씻거나, 집을 우리가 제대로 수리해줄테니 그 뒤 다른 용도로 활용을 하든, 다시 세를 놓든 하라고 권한다. 그렇게 여러군데를 고치면 마을이 점점 살아날테니 세입자도 좋고 집주인도 좋은 거 아니냐고 제안하는데, 그럭저럭 수긍하는 분위기다. 마을기업 2호인 마을카페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어졌다고보면 된다.

   
▲ 장수마을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들지않아 입구가 다 얼어버린 빈집들이 여러채 있다

 - 누구의 주체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가? 주민대표와는 어떻게 조율해가는지 

우리가 예전부터 성북구와 서울시에 대대적인 재개발이 아닌 지금과 같은 방법의 정비사업을 제안했다. 긴 대화가 오간 끝에 우리가 계획한 사업을 지자체 측이 최대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되었다. 시에서는 업무협의를 위해서 주민대표가 있었으면 하는데, 이 동네는 주민대표가 없다. 한 때 주민대표조직을 구성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해관계가 복잡해져서 갈등이 생길까봐 일단 반대했다.

대신 주민협의회를 구성해서 골목을 여섯 개로 나눠 각각의 골목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동네를 보니 6개의 골목을 중심으로 각각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구획으로도 정해보기도 했었는데, 결국 사람들끼리의 관계라는 것이 골목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더라. 각 골목에서 한 분씩 통신원이 되어 우리와 모여 회의를 하고, 그분들이 내용을 각 골목사람들에게 전달해준다.

모일때도 통신원들만 모이는 것은 아니고, 그 분들이 다른 마을 주민들을 데려와서 한 번 모일 때 10명씩도 모이고 20명씩도 모인다. 심지어 여기 4구역말고 3구역 분들도 오신다. 계획상 나눠지긴 했지만 마을이라는 것이 원래 경계가 있나. 시에서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되가는 과정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 구가도시건축이 제작한 성북구 마을 지도 Ⓒ 구가도시건축

-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 찾아와서 배우거나 하진 않나 

성북동 쪽도 우리랑 비슷한 상황이어서 서울시 측과 재개발에 대한 갈등을 오래 겪고 있다. 거기도 끝이 안보여서 지쳐가던 도중 우리 사례를 보더니 자기들 동네에 적합한 사례다 하여 슬슬 고민하고 준비하는 단계인 것 같다. 그전에 물론 재개발 상황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지만.

사실 제일 좋은 것은 주민 자체역량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인데, 이 곳도 그렇고 그 곳도 그렇고 그렇게 주민들의 여건이 좋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내부동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실 이곳이 환경이나 주민 생활 여건이 가장 열악한 곳이었는데, 다른 곳은 이곳보다는 그래도 상황이 나을테니 잘해내리라고 본다.

 

- 좋은 생각을 가지고 일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예전에 노동운동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다 주거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거권 지키는 운동이라 하면 보통 생각나는 것이 철거를 막는 투쟁이다. 피터지게 싸우고, 다치쳐도 나중에는 결국 거래 오갔다는 이야기 나오는 등 상처만 받고 공사는 그대로 진행되더라.

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내부에서 이게 진짜 주거운동인가하는 이야기들이 나왔고, 해답으로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존의 재개발이 아닌 지속가능한 방식의 대안적인 재개발과 방식 고민하다 집근처에 있던 이곳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 일본에 쇼와거리라는 곳이 있다. 2차대전 이후 쇼와기에 번창하던 상점가였다가 교외에 대형점포가 생기고 과소화가 진행되면서 그대로 쇠퇴했던 곳인데, 10여년 전부터 관민노력으로 그대로 남아있는 풍경을 잘 활용하여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해진 거리다. 말씀하신대로 서울에 이런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60~70년대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은데, 여기도 그런식으로 컨셉을 잡아보는 것은 어떻겠나. 

일단 성곽을 따라 예전 모습을 간직하는 성곽마을이라는 컨셉은 있다. 하지만 이곳을 특화해서 관광지화 하는 점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든다. 그런 것이 마을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려면 주민들이 직접 마을내 기업들을 운영하고 나눠가져야 하는데, 아직 이 마을은 그런 경험이나 역량이 취약하다. 그런 상태에서 급하게 그런 사업이 추진된다면 첫 번째로 소음이나 임대료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주거지의 기능이 훼손되고, 장사를 하려는 외지인들이 급격히 유입돼서 마을 분위기가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곽을 따라서 이루어진 길이 관광코스가 될테니 천천히 준비는 필요할 것이다. 이왕이면 마을기업이나 사회적 기업, 주민 협동조합 등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주변 근린시설들이 운영되어 이익이 자연스럽게 마을로 환원되는 방향외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실 마을카페를 만들 때도 그런 걱정이 있었다. 카페를 만든 목적은 집고치기의 본보기도 되고, 집고치는 것은 마을 남자들이 주로하니 마을 여자들도 카페에서 일하는 것으로 일자리 창출효과도 있다는 것을 어필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만약 장사가 좀 되면 사업성에 밝은 외지인들이 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고, 실제로 여러 사람들이 묻고가기도 했다.

   
▲ 빈집을 수리하여 만든 마을 카페

- 협동조합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른 마을들은 아이들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협동조합을 시작으로 마을공동체가 시작된 곳이 많다. 이곳은 그런 움직임은 없나

아직 없다. 처음엔 동네에 아이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린이 사진교실이나 목공교실을 해보니 아이들이 있긴 하더라. 사실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어느정도 비슷한 경제상황이나 처지에 속한 사람들이 모여 출자를 해서 균등한 책임과 권한을 지는 것인데, 이곳은 공동육아를 하기에는 소득수준의 격차가 크고 정서도 다르다. 아직 협동조합이라는 개념과 정서가 퍼지기엔 이른 감이 있다. 여러 가지 마을 활동들을 통해 서서히 협동조합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동네목수도 표면적으로는 주식회사지만, 사실상 출자 형태가 협동조합에 가깝다. 마을사람들끼리 술먹다가 좋은 일 한다니깐 만원씩 내고, 그렇게 돈이 모였다. 배당금을 받아서 이익을 챙기려는 게 아니고 조금씩 모아 마을 살리려는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에 가깝다. 이런 경험이 하나하나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면서 함께 하고자하는 것이 생기면 그때 자연스럽게 협동조합같은 얘기가 나올거라고 본다.

 

- 거리가 아름답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문화사업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인천 중구가 요즘 영화촬영장으로 각광받아 재미를 보고 있는데 여기도 그렇게 활용되는 건 어떨까

여기도 실제로 촬영을 많이 오기는 하는데, 별로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번에 세군데서 동시에 온적도 있다. 처음에는 동네가 TV에 나오니 신기했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다. 촬영오시는 분들이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담배피우고, 음식먹고 마구 버린다. 밤샘촬영하면 시끄럽기도 하고. 안그래도 이 곳이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인데, 젊은 촬영 스태프들과 종종 마찰이 있다. 인근 북정마을에서는 유명연예인의 승용차가 마을버스 정류장에 주차되어 있어서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더라.

영화나 방송 촬영으로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니 마을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가면 좋은데, 그런 것도 전혀없다. 촬영와도 주민들에게 방해만 될 뿐이지 도움되는게 없다는 말이다. 물론 마을땅을 주민들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니 문제다. 이럴때는 마을대표조직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 마을 사람들의 역량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실제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앞서 언급했듯이 마을이 크게 6개의 골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바로 붙어있는 두 집이 각각 30년넘게 살았는데도 골목권역이 다르니 서로 누가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다. 또 북쪽은 경상도 사람들이 살고, 남쪽은 전라도 사람들이 모여사는데 과거 재개발 문제와 엮여서 매우 작은 동네임에도 지역감정이 있다.

역량을 얘기하는 것은 이를 한데 아우르는 조직이나 사람, 분위기가 형성이 안되어있는 데다가 다들 하루하루하루 살기도 빠듯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모여서 뭘 할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골목 단위로는 사람들이 자주 모이기도 하고, 몇십년씩 한 곳에 살아온 사람들이 많기에 자연스럽게 공동체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 이런 분위기가 우리의 노력과 마을사람들의 노력으로 차근차근 확장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 장수마을은 이런 작은 골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사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성북구 장수마을. 하지만 대다수 언론에 이상적으로 쓰여진 것과는 달리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갈등, 마을사람 내부간의 갈등, 외부인들의 유입으로 인한 크고작은 피해 등 앞으로도 헤쳐나가야할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또한 박학룡 대표의 노력으로 집수리 및 서울시와의 재개발 방향 협의는 하나하나 진행되고 있었지만, 마을 안에서부터 자체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내부동력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성곽마을이라는 장점을 살린 문화사업과 병행하여 진행한다면 더욱 마을살리기에 탄력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 쇼와마을이나 인천 중구처럼 마을 컨셉을 갖춰나갈 수도 있고, 성미산 마을처럼 내부적으로 문화활동을 만들어 문화살이를 할 수도 있다.

문화가 주는 파급력은 상상이상이다. 문화살이의 과정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고, 다양한 컨텐츠 개발로 마을 자체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대내외적으로 마을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사업도 관중심의 급격한 진행은 자칫 외부인들에게 죽쒀서 남줘버리는일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여 하나하나 이뤄나갈 때 진정한 마을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박혜경, 김대천

 

---폴리뉴스의 < 도시문화·공공문화 > 페이지는 도시 및 공공문화 창조기업 ()창조와소통과 함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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