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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야기 8] 이근호 센터장 “마을만들기 활동은 희생이 아닌 즐거움” (인터뷰)

수원시 마을르네상스센터 이근호 센터장을 만나다

<폴리뉴스는 ()창조와 소통과 함께 수원시와 마을 시민단체들의 중간조직인 수원시 마을르네상스센터의 대표 이근호 센터장을 만났다>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 부활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추진함에 따라 인근 경기도의 마을만들기 사업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그 중 수원시는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처럼 마을사업을 추진하는 중간조직 마을르네상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 마을만들기 사업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있다. 우리는 지난 227일 이 마을르네상스센터의 이근호 센터장을 만나 수원 마을만들기 성과와 함께 그의 마을만들기 철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수원 마을르네상스센터의 이근호 센터장

얼마전 경기도 마을만들기 정책포럼에 다녀왔다. 수원 마을만들기는 경기도와 같이 진행하고 있는 것인가

수원은 경기도가 추진하기 전부터 자체적으로 조례를 만들고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해왔다. 경기도는 수원보다 조례가 늦게 만들어져 현재는 마을사업에 관한 공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차후 경기도에서 수원에 대한 간접적 지원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수원시 자체적으로 추진 중이라 할 수 있다.

   
▲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는 수원의 마을만들기 활동 ⓒ마을르네상스센터

마을르네상스센터 홍보자료를 보니 1, 2, 3단계로 나누어 마을르네상스를 추진한다고 되어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수원시와 마을활동가들이 마을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전인 2010년에 논의한 끝에 나온 결과인데, 단계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맞치만 사실 이 시기에 관해서는 시조직과 활동과 사이에 작은 입장차이가 있다. 당장 아무 기반도 없는 곳을 상대로 1단계부터 시작해 2년안에 3단계를 이루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마을별로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3단계를 진행하는 곳도 있고, 2단계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 권선동에서는 지역 청소년들을 마을기자로 임명, 마을 구석구석을 취재하고 있다 ⓒ 권선지교 청소년 마을르네상스

그 단계별로 어떤 차이가 있나

규모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울은 공동체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공동체는 마을에 대한 인식의 가장 기본 바탕이자 전제이다. 기존 도시재생사업은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데다가 서울에서 공동체의 상실이 심화되고 있으니 그 개념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역시 공동체에 대한 고민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골목 단위, 아파트 한 동 등 작은 단위로 공동체를 이루는 연습을 한 뒤 그런 공동체끼리 서로 엮여 점차 넓어져 하나의 도시가 되고, 그것이 도시재생사업이 되는 것이다.

 

도시라하면 수원시 전체가 하나로 묶이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하나하나 모여 축적이 되면 수원시 전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주민들에게 수원전체가 하나라는 큰 이상을주장하긴 어렵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동 단위까지다. 작은 공동체로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 동 단위까지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마을공동체들을 돌아다니다보면 육아, 주거 등 주민들의 다양한 바람으로부터 시작된 경우가 많던데, 수원 주민들이 대체적으로 관심있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

주거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일 많다. 주거 개선, 쓰레기 처리, 혹은 마을 벽화 등 마을 경관 개선에 대한 것들인데, 이 문제는 수원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똑같을 것이다. 주거야말로 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지 않나. 그 다음 많은 것이 의외로 문화 활동과 축제에 관한 것들이 많더라.

   
▲ 수원 행궁동(신풍동, 장안동, 매향동, 남수동 등 12개의 동이 합쳐진 행정상의 명칭) 일대에는 화성의 역사와 수원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벽화들이 그려져있는 벽화마을이 있다

우리는 주민참여를 통한 마을만들기를 할 때 녹지 등 환경 문제, 여성, 보육 문제 등으로 한정 지어서 주민들에게 제안하라고 하지 않는다. 특정 제안은 주민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고, 그 분야에 해당되는 특정 계층만 관심을 가질 수 있기에 마을만들기 공모를 할 때는 제한을 두지 않고 모집한다. 또한 특화된 것들은 일반 주민들이 이끌기보다는 전문가나 역량있는 마을활동가가 있어야 원활히 진행될 수 있더라.

 

주민주도형이라는 것이 의도는 좋지만 과연 가능한가?

가능하다. 진안이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 수원도 2년밖에 되지 않긴 했지만 지원이 끊겨도 계속 유지될 것 같은 곳들도 이미 있다.

   
▲ 수원 고색동의 한 마을. 수원 곳곳에는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사는, 예전 마을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포럼에서 젊은이들의 참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수원은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꽤 적극적이라고 들었다

맞다. 의외로 좀 있었다. 보통의 젊은이들처럼 스펙 쌓고 취업해 돈 벌면서 중산층의 삶을 지향하는 친구들과 조금 다르게 마을과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몇 년 투자해보려는 친구들이 있어 나도 놀랐다. 이런 친구들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인큐베이팅할 것인가가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작년 11월에는 한해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마을만들기 활동을 정리하는 보고회가 개최되었다. 다른 마을활동가 모임과 달리 젊은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아직 젊은 친구들의 참여가 적은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 것 같은데

맞다. 사실 여기서는 수익모델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지금 현실에서는 마을에서 돈 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수익모델을 찾아 나가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민들이 마을살이를 위해 노력하는 중간조직을 위해 기꺼이 호주머니를 열 수 있는 구조가 되었으면 한다. 컨설팅에 대한 비용지불이랄까.

사실 현재는 전문가들만 컨설팅비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 뿐만아니라 일반인들 누구나 마을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필요하다. 마을활동가들을 위한 주민들의 지원을 제도화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라는 것이, 지속가능한 운영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상 지속적인 팽창을 해야 하지 않겠나. 다만 그 팽창에 있어서도 한군데가 너무 커지는 것은 경계하는 편이다. 한 쪽이 너무 커버리면 다른 쪽이 클 수 없어 상생의 가치가 깨져버린다.

때문에 소규모 협동조합, 마을기업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쉬운 방법은 아니기에 몇몇 친구들이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행정운영자체가 주민이 참여하고 중간조직이 활성화되는 마을만들기 방식으로 바뀌어가면, 거기서 일자리도 나오고 수익도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 작년 9월에 열린 마을르네상스 헌장 선포식

행정에 관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마을만들기 과정을 보면 행정과 민간, 즉 민·관 사이의 갈등이 많은 것 같더라.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행정과 민간은 일하는 과정이나 조직형태는 물론 그 근본적인 출발부터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다르다. 쉽게 비유해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로 비유하면 될 것 같다. 같은 것이어도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같은 문제를 보면서도 생각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행정은 관료주의적인 면이 있고, 주민들은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길 원하고.

시장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민·관이 융화된다고 하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수원은 서울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지자체 거의 모든 영역에서 민·관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시민운동영역에서 주장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정책화되고 있어 기쁘다.

 

민과 관의 가장 큰 갈등은 무엇일까?

행정조직은 어쨌든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예산을 투입하여 보고를 해야하지 않나. 하지만 주민들에게 그게 쉽지않다. 특히 마을만들기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사례들을 보면 10년 이상씩 걸린다. 때문에 일본 공무원들은 아예 주민들의 마을활동에 참여해서 아무 말도 안하고 보고 기다리기만 한다고 하더라. 보채서는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체득한 것이다. 시민사회 역시 무조건 맞추라고 하기보다는 파트너이니 어느 정도 타협도 필요하고, 서로 그런 것들을 조율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센터장님을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정의감인가?

처음엔 정의감도 있었으나 이정도 오래 활동 하다 보니 정의감은... (웃음) 습관이 되기도 했고 재미로 한다. 재미가 있어야한다. 혹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해야한다. 활동가들을 만나면 재미든, 감동이든 처음 시작했을 때 계기와 그 마음가짐을 잃지 말라고 조언한다.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감과 희생은 다르다. 오래 활동하기 위해서는 희생이라는 생각보다는 스스로 만족하며 즐겁게, 나름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한다. 그래서 사회 운동하는 사람들은 봉사라는 단어보다는 자원 활동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희생은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충, 즉 보상이 필요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 제 풀에 지치게 된다. 자식교육에서도 그렇지 않나. 자기 자식을 위해 내가 희생을 했다고 생각하면 자식에게 자꾸 보상받으려 한다. 거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내 인생에 우리 아이가 끼어들어왔기 때문에, 내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면 내 자식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난 그렇게 생각한다.

힘든데 왜 하냐는 말도 있지만, 등산이나 운동도 힘들지만 하고나면 즐겁고 보람 있기에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을활동도 그렇기 때문에 한다. 민족, 사회 등 거창한 개념보다는 즐거움과 보람이라는 개인적인 감정이 더 원동력이 된다. 이 활동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고 할까.

 

   
▲ 수원은 각 동별로 마을신문을 활발하게 발간 중이며, 마을관련 행사들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홍보물 곳곳에 이근호 센터장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럼 센터장님은 지금 하고있는 일이 즐거우신가

너무 힘들다 (웃음) 하지만 분명 즐거움도 있다. 사람과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에 이를 조율해나가는 작은 과정들은 힘들지만, 전체적으로 하나하나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은 보람있고 즐겁다.

 

이근호 센터장은 1시간반 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즐거운 분위기로 이끌면서도 마을만들기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보여주었다. 현재 마을활동가들에게 수도권에서 마을만들기가 우수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을 뽑으라고 한다면 지체없이 언급되는 두 곳이 서울, 그리고 수원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수원 마을활동가들을 비롯한 이근호 센터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이다. 앞으로 수원에서 일어날 즐겁고 의미있는 변화들을 기대해본다.

 

---폴리뉴스의 < 도시문화·공공문화 > 페이지는 '도시 및 공공문화 창조기업 ()창조와소통'과 함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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