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여론 조작 지시’ 문건 공개

▲  진선미 민주당 의원.
▲ 진선미 민주당 의원.

국가정보원이 SNS 등을 통해 대선, 정치 개입한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사찰과 공작을 지시하는 국정원 추정 문건에도 인터넷 등을 통한 ‘여론 조작’ 지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15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 문건 가운데 이미 (15일자 <한겨레>에) 보도된 내용을 제외하고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살펴보겠다”며 이달 초 의원실에 우편으로 제보된 해당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대응 방향’에 대해 “아직 박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명확한 긍·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현 시점에서의 어설픈 견제는 역풍만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문건에는 “명백한 불·편법 행태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되, 여타 편파·독선적 시정 운영은 박 시장에 대한 불만여론이 어느 정도 형성될 때까지 자료를 축적, 적기에 터뜨려 제압하는 등 단계적·전략적 대응”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진 의원은 이 같은 ‘여론전’을 위해 문건에는 “소위 ‘건전단체’를 통해 감사를 청구하고 규탄 시위를 벌이며, 국가 기관의 감사를 통해 시정을 촉구하며, 저명 교수·논객들을 동원해 문제점을 언론의 사설·칼럼을 통해 쟁점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박 시장과 관련한 각종 루머와 관련해서는 “자질·도덕성 문제를 끝까지 추적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문건에 적시돼 있다. 무상급식을 세금급식으로 지칭하며 ‘학부모 단체를 통해 무상급식에 대한 문제점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해당 문건에는 박원순 시장의 민관 합동 사회투자기금 조성 공약에 대해 “박원순 시장의 협찬 인생 및 기업 불만 목소리를 취합해, 언론과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슈화하는 등 여론으로 견제할 것”이라고 SNS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등을 통한 ‘여론전’도 주문돼 있다. 

사회투자기금은 국내 최초로 공공부문에서 민간과 합동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시도로, 증세 없이 일자리 등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의 기금이다.

이 같은 대응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 해당 문건에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취임 이후, 세금급식 확대·시립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좌편향·독선적 시정운영을 통해 민심을 오도하고, 국정안정을 저해함은 물론 야세(野勢)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어 면밀한 제어방안 강구가 긴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진 의원은 “(해당 문건이) 좌파편들기 및 세 확산 지원, 과도한 복지정책 남발, 주민·주지지층 환심사기 및 정치지향 행보 치중이라는 3가지의 큰 항목에 따라 박원순 시장의 시정 운영을 좌편향으로 규정하고 운영실태에 대해 분석했다”고 문건 내용을 전했다.

진 의원은 “(해당 문건에) 주요 좌편향 시정 운영의 사례로 깃발 시위대 손해배상금 징수 포기, 좌파인물의 시정관여, 서울광장 조례 무효소송 취하, 지역공동체 조성 확대를 들어 박원순 시장이 좌파 편들기 및 세(勢)확산을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 

또 ‘주민과 주지지층 환심사기 및 정지지향 행보 치중’이라는 항목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야권 허브’ 역할 등에 대한 내용도 문건에 담겨 있었다.

문건에는 “(박 시장이) ‘혁신과 통합’ 모임에 가담 등 야권 통합에 앞장섰고, 김두관·송영길 등 야권 광역단체장들과 연대해 대북 교류 사업 등에 공조하고 반값등록금·세금급식 등 야권 주요 이슈를 시정 현장에서 선동하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

또 “범(凡)좌파벨트 구축 등 대결구도를 통한 갈등 조장과 함께 무분별한 포퓰리즘 양산에 따른 정책혼선은 물론 국론 분열 등을 초래”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진 의원은 “국정원의 문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문건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작성된 의혹을 제기했다.

진 의원은 “이 문건이 실제로 국정원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제보의 내용과 같이 원세훈 원장의 특별지시가 있었는지,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의 불법적 정치개입 사건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규명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국정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부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국정원 헌정파괴 국기문란 진상조사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신경민 최고위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도 엄청난 사건인데 이처럼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는 것은 참으로 안쓰럽고 한심하다”며 “국정원 자체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리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순 시장은 15일 대변인 명의의 서울시 공식입장을 통해 “진상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도 “만약 사실이라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가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사실이라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야만적인 국기문란 행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해당 문건에는 박 시장이 서울 시장에 당선된 지 한 달여 뒤인 2011년 11월24일 작성된 것으로 날짜가 표시돼 있고, 작성자로 국정원 2차장 산하의 국내 정보수집·분석 부서임을 뜻하는 표시 등이 적혀 있다.

국정원은 “해당 문건은 문서고와 전산기록에서 찾을 수 없어 국정원에서 작성하지 않은 문건일 가능성이 있다”며 부인했으나, 또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직접 지휘부에 보고하는) 친전 문건일 경우 전산에 남지 않고, 민감한 내용은 보고 뒤 바로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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