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 단죄 없을시 정통성 시비 끊이지 않을 듯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내 정치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이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보위를 위한 국내정치에 개입한 그 자체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것임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듯하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최근 공개한 국정원 내부문건을 보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의 행태는 경악스런 수준이다. 국정원은 민의에 의해 선출된 박원순 서울시장을 ‘국가의 적(適)’처럼 묘사하며 ‘제압’하려 했다. 또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인사를 ‘종북’으로 분류했다.

국정원 내부문건은 정동영 전 민주당 의원과 권영길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종북’으로 분류했다. 국정원의 이러한 분류는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진배없다. 이는 과거의 유물로 사장됐다고 여겨졌던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와 전두환 정권의 국가안전기획부의 공공연한 정치사찰이 부활한 것으로 봐야 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문건을 작성한 담당 팀장인 추모씨는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데다 문건 작성의 중간 책임자급인 함모씨가 국정원내 요직에 해당하는 감찰실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새누리당은 검찰에게 국정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인 국정원과 청와대는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불법적으로 정치개입을 자행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체제를 그대로 안고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이러한 의구심은 지난 대선국면에서 국정원 직원의 불법 댓글 사건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더 하다. 대선 한 복판에 벌어진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의혹과 대선투표일 3일 전 경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축소은폐한 중간 수사발표가 뒤엉켜 있는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과 경찰의 축수은폐 수사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세간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지난 대선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불법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러한 정황은 지난달 국정원 불법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발표에 불법적인 정치개입이라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국면에서 자신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는 데서 더 짙어진다.

더군다나 국정원이 최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한 보수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의 회원을 강대로 안보특강을 한 것이 드러난 점도 우려된다. 국정원이 국내정치에서 보수적 논리를 제공하는 아지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불법적인 ‘정치개입’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정부 또한 이명박 정부처럼 국정원을 ‘정권안보’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궁금할 지경이다.

국정원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침묵이 계속될 경우 야당과 국민들의 반발을 부르며 대선국면에서 발생한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은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광범위한 정치개입에 대해 모른 체할 경우 박 대통령을 반대한 쪽은 지난 대선을 두고 국정원이 불법적인 정치공작을 했다는 의혹을 두고두고 거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권의 정통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지난 20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게이트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박근혜 정부의 정체성을 볼 수 있는 하나의 리트머스가 될 것”이라며 “그래서 이것을 털고 가야만 이른바 국민통합 새 시대를 여는 것이고 이것을 묵살하고 가면 MB정권의 연장선에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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