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잃은 민주당, 야권재편 경쟁 시동 건 안철수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7일 청와대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7일 청와대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 정부는 사상초유의 ‘인사대란’과 ‘윤창중 성추행’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안착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3-4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으로 국정 난맥상을 보이면서 40%대로 떨어졌던 국정지지도는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50%선을 넘기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통치기반을 안정화한 데는 무엇보다 영남과 보수세력이란 든든한 기반이 바탕이 됐다. 여기에 한국 정치지형을 외부에서 규정하는 북한변수가 박 대통령에게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으며 박 대통령 자신의 독특한 ‘추상적 리더십’도 과거 정부에서 보인 출범 초기 위기에 빠지는 상황을 회피하는데 기여했다.

박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개헌 후 배출한 5명의 대통령 중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을 가진 대통령이다. 영남과 보수세력의 지지를 온전하게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다. 전임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들 대통령들은 영남과 보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지만 재임기간 중 불안정성을 끊임없이 보여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불안한 자신의 통치기반 강화를 위해 부산경남(PK)을 대표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삼당합당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기간 중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부분은 대구경북(TK) 반와이세스(YS)정서였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 3달 만에 국정지지도가 10%대까지 추락한 것은 보수와 영남의 대표성이 약했던 탓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안착한 것 자체는 박 대통령이 보수진영의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보수세력의 상징인 ‘박정희’ 후광효과에 따른 영남과 보수의 지지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대통령임이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충청권’도 자신의 세력기반 속에 녹여낸 것도 통치기반 안정화에 큰 힘이 됐다. 지난해 4.11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충청권 정당인 자유선진당을 새누리당 품 속으로 완전히 끌어들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정치를 규정하는 것이 지역구도임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구축한 ‘영남-충청 연합’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가는 한 그의 통치기반은 강고하게 유지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 결과 여권 내에서 전임 대통령의 영향력을 급속히 떨어뜨리는 효과까지 거뒀다. 최근 전직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불과 4.9%의 지지율로 전두환-김영삼-노태우 전직 대통령급으로 급전직하했다. 여권내 권력 이동이 박 대통령 고유의 카리스마에 힘입어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누리당도 황우여 2기 체제를 친박 일색으로 정비했다. 정권을 주도하는 세력을 당의 전면에 배치해 국정동력을 강화했다. 원내대표로 새로 선출된 최경환 의원은 박 대통령의 복심이며 홍문종 신임 사무총장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이슈, 인사난맥 위기에 빠진 朴대통령 지지도 상승에 기여

박근혜 정부 출범 무렵부터 3개월 동안 진행된 북한의 로켓발사, 3차 핵실험, 한반도 긴장 조성,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연일 불거지고 있는 북한문제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장악에 큰 힘이 됐다.

한국정치의 근원적 바탕이 60여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반북냉전구조의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전쟁과 분단의 상처로 인해 보수적 성향의 국민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 잠재의식 속에도 북한을 적대적 대립물로 인식한다. 북한에 대한 ‘적대성’은 우리 안에 내재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추진한 ‘남북 평화공존’ 정책의 결과를 수용하고 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여기엔 ‘전쟁만은 안 된다’는 의식이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다중적인 대북인식은 정부의 대북관계 추진에 있어 두 개의 메시지를 던져왔다. 하나는 ‘남북 평화 공존’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북한’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다. 즉 이명박 정부의 ‘대북 고립정책’도 반대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퍼주기’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국민들의 혼재된 정서를 적절하게 활용해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얼핏얼핏 북한에 대한 대화제의도 병행했다. 그 결과 인사난맥으로 위기에 빠질 뻔 했던 박근혜 정부는 4월 중순 북한에 대한 대화제의 이후 순항하는 계기점을 마련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재차 반등한 것은 북한의 도발위협이 극도로 높아진 시점에서 대화를 제의한 것에 있었다. 북한에 대해 원칙적인 태도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도 도모하겠다는 복선적인 메시지가 나온 탓이다. 보수-진보 양쪽에 기대감을 야기한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대북정책’이란 답이 이 시기에 가장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과 맞물린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외교도 정치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정책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에 맞선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내보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이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도 이러한 효과 때문이다.

■朴대통령의 추상적 리더십, 국민적 기대감 유지시킨 요인

지지기반의 공고함과 대북이슈와 함께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 안착한 데는 박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추상적 리더십’도 한 역할을 했다. 국민들의 정부정책에 대한 찬반 의사결정은 그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실천단계로 넘어갈 때이다.

구체적인 실천 프로세스가 가시화되기 전 단계까지는 국민들은 우선 ‘기대감’을 가지는 게 일반적이다.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통치 행보는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을 제시하기보다는 ‘추상적 애매모호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국민들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길게 끌어가는 동인이 되면서 국정지지도가 안정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추상적 애매모호함’의 원조는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었다. 의원 시절 이른바 ‘한 마디 정치’를 통해 국민정서를 파고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장본인이다. 박 대통령이 던졌던 짧은 그 ‘한 마디’들은 당시 정치상황에서 정치지도자로부터 국민이 듣고 싶어 하고 원하던 말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3개월은 그 연장선상에서 기능했다. 어떠한 구체적인 정책실천 비전을 형상화시키기보다는 아직까지는 국민들의 ‘기대’를 끌고가는 상황이다. 여전히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는 어떤 밑그림인지 불투명하다.

지난 22일 충남 논산시 육군항공학교에서 열린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 전략화 기념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국방과학기술이 자신의 ‘창조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지만 이것이 ‘창조경제’란 총체적인 국가정책의 틀과 어떻게 부합되는 지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북 및 한반도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서울 프로세스’도 비슷하다. 과연 박근혜 정부가 구체적인 실천내용을 무엇을 내놓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 ‘국민행복’ 등 대부분의 국정지표들은 ‘추상적 애매모호함’ 속에 감춰져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추상적 리더십은 정권 출범 초기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시키며 정치적 논란에서 박 대통령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애매모호함은 출범 초기 정권의 안정화에는 도움이 됐지만 국정운영의 특성상 지속될 수 없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각종 경제, 사회복지정책을 ‘추상적 레토릭’으로 커버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야권에서 공격하고 있는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도 의도적 외면이나 ‘추상적 수사’로 피해갈 수 없는 현안이다.

■ 존재감 잃어가는 민주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야권재편의 주도권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대선패배 후 침체상황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이미 기정사실화로 굳어졌고 다만 그 방식을 두고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든 반면 민주당은 야권재편에 대한 전략적 지향점 없이 표류하는 듯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5월4일 전당대회를 통해 김한길 대표 체제를 수립하며 당을 재정비했지만 효과는 전무했다. 김 대표가 전대에서 60%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면서 민주당의 순조로운 재출발이 일정 기대되기도 했으나 예상대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정당지지도 조사를 보면 5월 24일 발표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18%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41%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 지지율은 지난 4월 3주차에 역대 최저치인 18%를 한 달 만에 반복한 것이다.

게다가 이 기관이 5월 16일 발표한 안철수 신당 창당할 경우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29%, 안철수 신당 26%, 민주당 12%로 나타났다. 김한길 체제 출범으로 당이 재정비될 것이라는 주장은 지금으로선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맞이한 근본적 배경은 당권을 장악한 민주당의 과거 비주류 쪽의 무전략적 행보에 기인한다. 이들은 일찌감치 안 의원과 ‘안철수 세력’과의 결합을 강조하면서 안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민주당 내부에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안철수’가 들어올 공간의 마련은 다름 아닌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었다.

이는 달리 비주류가 당권을 잡으면 당의 대표 간판을 ‘친노’, ‘문재인’이 아닌 ‘안철수와 안철수 세력’으로 하겠다고 국민 앞에 공표한 것과 다름없었다. ‘당심(黨心)’이 이를 적극 반겼으나 국민들의 시각에선 민주당의 미래 주인은 안철수 의원이고 자연히 새로 출범한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은 그 과도기를 담당하는 정당이란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역설을 낳았다.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민주당과의 차별화, 나아가 치열한 경쟁관계를 국민들에게 부각해야 하는 정치적 현실에 대해 민주당은 무지했든지 아니면 외면했다. 안 의원 쪽으로선 독자세력화에 성공하기 전 단계서 ‘민주당과 함께 한다’는 이미지를 형성되면 치명적이다. 자연히 안 의원은 민주당 밖에서 민주당과 거리두기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지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은 민주당을 흡수하거나 장악할 것으로 보이는 미래 야권의 맹주 안철수 의원 쪽으로 가면서 야권재편의 주도권도 안 의원 쪽으로 가도록 하는 흐름의 물꼬를 터준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만들어 준 당사자인 민주당은 여기서 맥을 못 추며 헤어나질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대선평가와 당권경쟁 과정에서 경쟁세력인 ‘친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친노프레임’에 구사하면서 당 지탱 세력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전략적 오류도 범했다. 또 ‘친노’의 대중동원력을 경계해 ‘당원주의’를 과도하게 내세움으로써 과거로 회귀하는 정당이란 이미지만 고착시키면서 외연확대의 통로 자체도 차단시켰다.

그 결과는 문성근 전 상임고문은 탈당의 변에서 ‘통합’을 떼어 낸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온-오프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한 것은 야권에서 강한 결집력을 가진 정치권 밖의 대중정치세력 ‘친노’의 민주당 결별선언이었다. 지난 5월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장에 들어가려는 김한길 대표가 시민에게 저지당한 사태는 그 단면이다.

■야권재편 경쟁에 나선 안철수, 관건은 호남과 외연 확장

안철수 의원의 독자 정치세력화의 관건은 호남에서의 민주당과 대등한 세력관계 형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야권 세력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검증받는 데 있다.

안 의원이 5월 24일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이러한 전략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는 먼저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 “지금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여론조사를 보면 그런 흐름은 많이 달라졌다”며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의 사활을 건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또 민주당 김 대표가 자신을 ‘경쟁적 동지관계’라고 한 데 대해서도 “여야 의원 모두 우리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면에서 모두 경쟁적 동지관계”라고 선을 그으며 “꼭 그렇게 편을 가르려고 계속 강요하는 분위기가 양당제 폐해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의 발언은 야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을 두고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는 전략과 함께 자신의 야권세력의 외연 확장의 선봉에 서 중도와 여권세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적 의사를 내보인 것이다.

안 의원으로선 호남 민심의 절반을 잡았다는 점에서 독자세력화의 절반은 성공한 상황이다. 과거 제3신당 시도가 실패한 데는 새누리-민주 양 진영의 텃밭인 영호남을 갈라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안 의원은 호남을 자신의 세력의 한 축으로 만든 상황이다.

호남이 안 의원을 선택한 것은 지난 두 번의 대선 패배를 겪으며 현재의 지역구도하에선 호남이 영원한 소수파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강한 불안감이 작용했다. 여기에 호남의 중도보수 세력 또한 이념분포상 진보 쪽으로 빨려가는 민주당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로서 안 의원을 대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호남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신당 창당과정까지 자신의 경쟁력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야권세력 총합을 확대시키는 선봉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간의 경쟁이 기존 야권의 파이를 서로 나눠먹는 것으로 귀결될 경우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야권의 파이 전체를 키우는데 기여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의 한계를 노출시켜 지금 쏠려 있는 지지가 다른 대권주자에게로 흩어질 수밖에 없다. 2011년 9월 안 의원이 급격히 정치지도자로 부상한 것은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워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준 데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 속에서 안 의원 쪽은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양당대결구도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명도 높은 인사의 영입에 힘을 쏟는 배경이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를 경쟁적 동지관계로 규정하면서 야권지지층 뿐 아니라 여권 지지층을 겨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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