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용기 있는 결별’-‘여야 정쟁’ 갈림길

▲  작년 12월16일 KBS에서 진행된 대선후보 3차 토론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당 후보 모습.
▲ 작년 12월16일 KBS에서 진행된 대선후보 3차 토론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당 후보 모습.

민주당이 13일 의원 일동 명의로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최후 통첩’을 했다.

민주당은 즉각적인 국정조사 실시를 문제 해결의 첫 단추로 삼고 있어서, 그동안 국정원 사건에 대해 침묵해 온 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향후 여야 정국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민주당이 밝힌 결의문에는 3가지 요구사항이 담겼다. 3가지 요구사항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즉각적인 사퇴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의 즉각적인 사퇴 ▲국정원 사건 관련 여야 국정조사 합의에 대한 즉각적인 이행이다.

그동안 국정원 사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김한길 지도부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대응 입장을 정리했다. 또 문재인 의원도 결의문에 참여해 힘을 실었다.

민주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국기문란 계승 사건"

특히, 민주당은 해당 결의문에서 박근혜정부의 책임도 함께 거론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권력 기관들이 총동원해 사건을 은폐 축소했던 일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봐도 권력기관에 의한 국기문란이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국기문란 계승 사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 직전 이명박정부의 국정원이 대선 여론조작과 대선 개입을 해 사건이 촉발됐지만, 대선 이후 ‘수사 외압’ 논란을 볼 때 박근혜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인 신경민 최고위원은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관련 사건과 당시 문재인 후보 등을 겨냥한 박근혜 후보의 입장 발표 ▲대선 직전 김용판 서울경찰청장 지시로 이뤄진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두고 불거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치 국면 ▲곽상도 수석이 검찰 수사팀에 전화한 사건 등으로 국정원 사건을 분류했다.

국정조사를 실시할 경우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의 문제가 동시에 도마에 오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쪽에서는 ‘검찰 수사 종결 이후 즉각적인 국정조사 실시’라는 이전 합의 대신 ‘조건부 국정조사’ 입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이 사건의 핵심"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3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국정원 사건에 대한 사실 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며 “(검찰) 수사가 종결된 후 미진하다면 여야가 합의가 국정조사에 임하면 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국정원 사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유무, 민주당의 교사를 받은 전 국정원 간부 김모씨와 민주당의 매관매직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 직원법 위반 여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에 대한 민주당의 인권 유린과 관련한 고소·고발 건 등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신경민 의원이 밝힌 국정원 사건 분류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입장인 셈이다.

새누리당 등 여권은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할수록, 사실상 문재인쪽을 겨냥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전직 국정원 직원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 제보자인 국정원 전직 직원에게 국정원 고위직이나 총선 공천을 약속했다’는 새누리당쪽 주장이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고, 문재인 캠프 SNS 팀장이 13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된 것에 대해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여권쪽 ‘물타기’로 풀이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 국정조사가 즉각적으로 실시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 여부를 두고 공방이 가열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이후 선거무효 소송에 이어 국정조사까지 접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13일 의원총회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대선이 끝나고 많은 국민이 재검표를 위해 당선무효소송을 내달라고 요구했으나 우리 당이 안냈다”며 “(국정조사를) 몸 던져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한 뒤 “CIA(중앙정보국)가 대선에 개입했으면 대통령이 사임할 문제”라며 “박 대통령은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원세훈 전 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외에도 국정원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의 수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침묵한다면 ‘수사 외압’ 문제를 계속 거론할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 잘못된 과거와 용기있게 결별하십시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침묵을 계속하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겨냥한 ‘공세’를 계속할 경우, 정국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인 오는 19일을 앞두고 검찰의 최종 수사 발표가 예정돼 있고, 민주당은 오는 17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업무보고까지 황 장관의 입장을 지켜본 뒤 ‘탄핵 여부’를 결정할 입장이어서,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여야의 공방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주부터 본격화 되는 ‘민생 법안’ 논의 시기에 여야가 ‘정쟁 국회’를 반복하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결국, 변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사건에 대해 침묵을 깨고 이명박정부의 잘못과 단절할지, 경찰·검찰·국정원의 독립성을 바로 세울지, 국정원 국정조사 약속을 이행할지 여부가 박근혜정부의 5년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블로그에 “법의 정의를 위해서도, 대통령과 정부와 검찰과 국정원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도, 이 사건이 아주 중요한 시금석”이라며 “잘못된 과거와 용기 있게 결별하십시오”라고 밝혔다.

진선미 의원은 13일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원과 경찰을 바로 세우는 첫 단추가 바로 국정조사”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역사의 과오가 되풀이 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침묵을 그 침묵을 깰 시간이다. 잘못된 과거를 침묵으로 용인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빈다. 용기 있게 결별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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