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 국회 국정조사 뒤로 미뤄, 재판부 검찰 공소 변경 요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자신의 검찰이 기소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 직원에게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댓글을 달고 인터넷 게시글에 찬반표시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불특정하다는 이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의 심리로 8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원 전 원장 쪽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면서 “공소사실에 작성된 원 전 원장의 업무방침부터 다투는 부분이 있다. 추후 다툴 내용에 대해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와 관련해 “정치와 관련된 글과 선거와 관련된 글이 작성된 시기와 내용, 클릭 수 등이 다른데 상상적 경합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선거법 위반은 특정한 하나의 선거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대선에 대해서만 기소한 것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 쪽의 이러한 주장은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기소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올린 대선 관련 글은 73건, 정치·선거와 관련된 글은 모두 1900여건, 불법 정치개입으로 파악된 찬반 표시의 합계는 1700여회 등에 대해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동시에 적용한 데 대한 것이다.

검찰이 이들 증거들을 ‘행위의 동일성과 단일성’을 전제한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으로 본 데 대해 원 전 원장 변호인은 “공소사실 가운데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활동 관여 행위의 시기와 내용이 달라 상상적 경합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제기했다.

변호인 쪽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정치관여 게시글에 1711회 찬반 클릭한 것에 반해 대선관련 찬반클릭 수는 1281회”라면서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변호인 쪽이 “이 사건에 대한 기록도 방대하고,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정조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재판일정을 국회 국정조사 뒤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도 “국정조사에서 다뤄지는 이 사건 댓글의 범위가 중복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부와 입법부가 중복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이기 때문에 준비기일은 계속 진행하되 국정조사가 끝나는 8월 15일 이후에 재판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에 대한 첫 공판은 국정조사가 끝나는 8월 중순 이후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법정에는 민주당 국정원 진상조사특위 소속 신경민 위원장과 박범계, 진선미 의원 등이 방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오전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쟁점을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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