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출석도 제대로 안하는 국정조사 무효, 국민기만”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날 촛불집회에는 징검다리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 추산 약 4만여명(경찰 추산 약 7천 5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증인출석도 제대로 안하는 국정조사는 무효이고 국민기만”이라고 외쳤다.
이날은 특히 진보적인 색채가 강한 단체들이 많이 참여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서 10만 명의 시민을 모으겠다고 전면에 나선 통합진보당을 비롯하여 815전국노동자대회를 예고한 민주노총과 그 산하 단체들, 그리고 한겨레신문 등 진보적인 색채를 가진 미디어들이 서울광장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홍보전을 펼쳤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경찰은 평화로운 촛불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며 “양심적인 경찰은 참가자들의 통행을 막지 말고 시국선언에 동참하라”고 외치며 경찰의 촛불집회 방해를 비판했다.
이어서 이 사무처장은 “지난 촛불집회 때 10만 시민이 원세훈·김용판 출석하라고 외쳤지만 원세훈은 몸이 안 좋다고, 김용판은 재판 준비한다고 안 나왔다”며 “그들이 국민의 분노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 사무총장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대충 면피하고 넘어가려 하지만 국정조사로는 진실규명이 끝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진실규명은 특검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보수언론들은 벌써 국정조사 무용론을 이야기하고, 민생을 챙기라고 이야기한다”며 “우리가 무상복지와 민생안정을 외칠 때 용공, 종북세력이라고 공격한 자들이 누구였나. 민생과 복지를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서 등장한 야3당 국회의원들은 촛불집회에 참여해준 시민들의 힘으로 국정원 국정조사를 끌고 갈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하면서 끝까지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정 의원은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을 두고 ‘사실이 아니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지라’는 말을 누가 했느냐, 청와대에 염치없이 앉아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박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의 공소장에는 원세훈과 김용판이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해 낙선의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나와 있다”며 “원세훈 김용판이 누구의 당선을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서 “또한 지난해 12월 14일 김무성 당시 총괄본부장이 박근혜 후보를 옆에 두고 무단으로 유출된 NLL 대화록을 입수해 낭독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불법유출된 것을 몰랐겠느냐. 김무성, 권영세도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이번 선거는 박근혜 본인의 선거였는데 아직도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져라, 어떻게 책임질지는 본인이 고민해라”고 외쳤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태를 책임지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수첩을 볼 필요도 없다”며 “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납치한 남재준 국정원장을 당장 해임하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NLL 대화록 유출이나 하는 이런 국정원 필요 없다. 국정원 해체하고 남재준 해임하라”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국정 조사장에서 밝힌 새누리당과 국정원 연계 의혹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과 댓글을 달고 국정원으로부터 9천만원 넘는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이정복은 작년 총선 때 대학 동기동창인 새누리당 현역 의원 선거캠프의 기획업무를 맡았고, 여직원이 쓰던 대포폰 중 하나의 명의자 역시 그들과 대학 동기동창이었다”며 “새누리당은 이들의 관련에 대한 의혹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 의원은 “정청래 의원과 이번 국조가 원만히 진행이 안 되면 함께 농성하고 단식하기로 했다”며 “굳건한 야권 연대로 국민과 함께하는 국조를 하기로 했다”면서 시민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이어서 “10만, 20만 명이 모여서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을 들 이유가 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독려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책임질 사람 책임지게 하고 박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 다시는 불행한 일 없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세우자고 요구하는 것인데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를 대선불복이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불법사건 책임지라는 것이 대선불복인가, 국정원이 난도질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는 촛불이 대선불복세력인가, 3.15 부정선거에 맞선 4.19 혁명도 대선불복이라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대선 불복을 언급하는 새누리당이야말로 민주주의 불복세력이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결단하고 책임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결단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일주일 후 국조가 끝나고 곧 정기국회가 시작된다”며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된다. 지긋지긋한 레퍼토리인 ‘민생을 살리기 위해 정쟁을 중단하자’고 할 거다
그는 “복지를 위해서 부자와 재벌 증세도 안하고 서민과 중산층에게 엉터리 세제개편을 하는 것이 민생이냐”며 “우리가 진짜 민생 세력이 무엇인지 촛불로 증명하자. 민주주의 민생을 만들어 가자”고 외쳤다.
이어진 자유발언에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 문용문 지부장과 전국 공무원 노동조합의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올라와 강력한 투쟁 의지를 밝혔다.
문 지부장은 “이곳에 모인 촛불들이 빼앗긴 민주주의를 되찾아 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를 탄압하며 불법을 자행하는 정몽구 회장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외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시국선언을 하면 바로 해임과 파면이지만 각오하고 올라왔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의 유지도구로 쓰인 국가정보원 공무원들의 정치개입 등 국기 문란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5년 내내 공무원노조를 탄압했고, 박근혜 정부는 4번째 노조설립신고를 반려했다”며 “이들이 공무원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이번 국정원 사태처럼 공무원들을 정권의 시녀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공연이 이어졌다.
이번 촛불집회의 스타로 떠오른 듀엣 ‘유앤탁’이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고, 국정원 앞에서 휴가를 보내 화제를 모은 ‘국정원 국민 감시단’이 타이거JK의 ‘몬스터’를 개사해 “국정원·남재준·새누리당·닭그네를 발라버려~!”라고 흥겨운 랩을 선보였다. 그밖에도 노래패, 뮤지컬, 학생들의 율동들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는 “오는 17일 저녁 7시에 서울광장에서 8차 범국민촛불대회를 개최한다”고 알렸고, 2시간 넘게 진행된 집회는 밤 9시 50분쯤에 “촛불이 이긴다, 국민이 이긴다, 촛불아 모여라”라는 약속된 구호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촛불집회에 맞서서 맞불집회를 벌인 것은 평소의 어르신들이 아닌, 30여명의 젊은이들이었다. 자유대학생연합에 소속된 그들은 ‘악귀(좀비)를 때려잡는 향불집회’라는 명칭의 집회를 가졌다.
그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개새끼해봐. 못하면 넌 종북세력이야^^’, ‘엄마 나 국정원에 취직했어. 근데 왜 월급이 안 들어오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식을 나눠먹는 등 자유로운 집회모습을 보여줬다.
그들 중 연세대학교 4학년이라는 박모군은 자신들을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박군은 “한대련의 파시스트적 면모에 분노한 대학생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모였고, 오늘 이 자리에도 나오게 되었다”며 “예전 대학가에서 시국선언이 유행했을 때 2만 연세대 학우들의 뜻을 그들은 단지 800여표의 찬성으로 대변한다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에게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에 대해 질문하자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면서 “우리가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자유주의를 사랑하는 학생으로 한대련을 반대하는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일베(일간베스트)에서 자주 나오는 구호들을 들고 나왔기에 그에게 혹시 일베를 하는지 묻자, 그는 “물론 일베를 하는 친구도 있지만, 좌파에 가까운 친구도 있다. 우리는 좌우를 안 따지고 진정한 자유주의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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