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의 정국진단]“귀족정치 빠진 민주당 개혁하려면 현장으로 가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최고위원./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ejlee@polinews.co.kr
▲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최고위원./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ejlee@polinews.co.kr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56·서울 노원구을·재선)은 “새로운 정치, 본연의 정치의 상은 고통 받는 국민에게 가는 것”이라며 “을지로위원회가 바로 새정치”라고 밝혔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의원실에서 진행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새 정치에 왕도가 따로 없다. 결국 고통 받고 힘들어 하는 국민 곁으로 가서 눈물을 닦는 것”이라며 현창을 찾아가는 을지로위원회의 취지를 강조했다.

을지로위원회의 ‘을지로’는 ‘을을 위한 길’의 줄임말로, 소속 의원들이 지난 5·4전당대회 이후 민생 현장을 찾아가며 갑을 문제를 해결하며 관련 입법 활동을 해오고 있다. 우 최고위원은 현재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 최고위원은 ‘현장으로 가자’는 슬로건을 내건 을지로위원회의 출범 계기에 대해 “집권 10년 동안 우리의 모습은 고통 받는 국민 곁으로 가지 않고 현장을 잃은 모습이었다. 집권 이후 청와대 사람들과 고급 음식점에 앉아 있는 것을 폼 나는 것처럼 생각한 귀족 정치가 우리의 자화상이었다”며 민주당 개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우 최고위원은 “그동안 국회의원들은 민원인이 찾아오면 민원을 듣고 필요하면 조언도 하고 꼭 필요하면 법안도 만드는 일을 했”지만 “을지로위원회의 특징은 민원인이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현장으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 최고위원에 따르면, 지난 4달 간 을지로위원회 신문고에 130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관련 법률 상담이 60여 건 진행됐다. 또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교섭이 타결돼 상생협약을 체결한 곳이 남양유업, 매일유업, 한국GM, 교보문고,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현대제철, 배상면주가, 자동차보험사 등 9건에 달한다.

현재 34명의 의원이 을지로위원회에 소속돼 사안별로 책임위원을 맡고 있고, 이들은 법률상담, 사례발표, 현장방문, 기자회견, 토론회, 교섭중재, 관련 법안 발의, 단식농성 등 다각적인 방식을 통해 분쟁 해결을 해오고 있다.

우 최고위원은 지속적으로 현장 민원이 오고, 34명이라는 적지 않은 의원들이 수개월 간 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의원들의 참여 신청이 이어지는 현 상황을 두고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민주당의 개혁”이라고 촌평했다.

우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이 입법 기관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정치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갈등 조정”이라며 “현장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과도하게 잘못된 것은 야단도 치면서 갈등 관계에 있는 양 당사자를 가운데로 모았다. 본인들의 고통을 대변해줄 사람이 없었는데, 이런 활동에 피해자들이 특히 좋아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우 최고위원은 또 “140일 가량 을지로위원회를 해보면서 느낀 것이 바닥 경제가 너무너무 어렵다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가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우 최고위원은 “통과된 경제민주화 법안으로는 바닥에 어떤 신호도 안 가고 있다”며 “그런데 경제민주화가 끝났다고 하는 것은 대선 약속 공약을 다 걷어차는 것이다. 공약 위반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여권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한편, 우 최고위원은 여야 대표의 3자회담이 합의문 없이 종료된 것을 두고 “(대통령의) 불통이 지금 국면을 만들게 된 것”이라며 “추석이 끝나면 국정감사를 하려고 한다. 밖의 천막을 못 걷고 더 강화해야 한다.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긴 싸움을 하는 방안을 계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 최고위원은 채동욱 검찰총장 사찰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국정원과 공안2부장까지 연결돼 고도의 정치공작이 진행됐다는 의미”라며 “국정원 선거개입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깊은 음모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신유신으로 가는 게 아닌가”라고 밝혀, ‘공안정국’을 우려했다.

우 최고위원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말이 아니지 않나”라며 “이런 (대선개입) 상황이 계속되면 민주주의, 민생,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나. 이 문제만큼은 후퇴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책임있는 해결을 강조했다.

우 최고위원은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시대착오”라며 “국민적 의혹을 씻기 전까지는 (통합진보당과) 함께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직 제명에 대해선 “제명을 하려면 최소한의 사법적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기소까지 가면 최소한의 절차라고 말하는 분도 있고, 1심은 가봐야 한다는 분도 있다. 지도부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인 우 최고위원은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교육부 장관에게 교과서 검정을 취소하라고 했다. 이걸 못하면 직무유기로 고소할 생각”이라며 “김무성 의원의 역사 교실에 대해서도 그대로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 최고위원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에 대해 “세력을 규합하기 보다는 국민의 고통 받는 삶 속에서 정치인 안철수로 인정받고 검증받는 게 훨씬 안철수에게 도움이 된다”며 “보다 깊숙이 국민 생활 속으로 가는 정치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서울 출생인 우 최고위원은 1976년에 연세대에 입학한 이른바 ‘긴급조치 세대’로 연대 기독교인 총학생회 회장 시절 박정희 퇴진운동을 벌이다 강제징집 됐고, 전두환 퇴진 운동을 벌이다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우 최고위원은 1988년 김대중 총재 시절 평화민주당 인권위원회 민권부국장을 맡으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1995년 서울시의원, 2004년 17대 국회의원, 2012년 19대 국회의원 모두 서울 노원구 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우 최고위원은 고 김근태 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고 있으며, 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후보의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았다. 올해 5·4전당대회에서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계열의 지지를 받았다. 다음은 우 최고위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민주당, 집권 10년 거치면서 국민과 유리됐다”

▶ 지난 대선 패배의 교훈으로 얻은 가장 큰 과제가 민생 아닌가. 김한길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을지로위원회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민생 문제를 해결했다. 예전에 ‘통일 선봉대’처럼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다. 우선 을지로위원회부터 소개하자면?

-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민주당을 어떻게 개혁할지 논의가 있었다. 그때 제가 내세웠던 것은 ‘현장으로 가자’였다. 유세 과정에서 늘 얘기했지만, 집권 10년 동안 우리의 모습은 고통 받는 국민 곁으로 가지 않고 현장을 잃은 모습이었다. 집권 이후 청와대 사람들과 고급  음식점에 앉아 있는 것을 폼 나는 것처럼 생각한 귀족 정치가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과거에는 국민들이 어려울 때 우리 당을 찾아와 하소연도 했는데, 집권 과정 동안에 당사 앞에 경찰을 세워 놓는 등 국민과 유리돼 있었다.

결국, 노무현 정부를 거치고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10년 전에 노무현 후보를 찍은 40대가 작년 대선 때 50대가 됐는데, 그 50대에서 우리가 왕창 졌다. 소득 200만 원 이하 서민으로부터 우리가 왕창 졌다. 우리가 중산층·서민의 정당이라고 했지만, 고통 받는 서민 입장에서 집권 10년 동안의 우리 모습을 보면 ‘저게 우리를 돕는 정당이냐’는 의심이 생겼다.

▶ 실제로는 중산층과 서민을 대표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 6월 항쟁 할 때만 해도 명동성당에서 시위를 하고 백골단에 쫓겨 남대문 시장에 가면, 시장 아주머니들이 우리를 숨겨줬다. 그런데 강금실 후보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유세를 할 때 남대문 시장에 갔는데, 상인들이 우리를 욕했다. ‘민주정부를 이룩했는데, 당신들 좋으라고 한 건가. 우리는 뭔가.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서민도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목에 힘도 쥐고 세상이 바뀔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바뀌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민주주의와 민생이 분리됐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웬만큼 민주주의가 이뤄졌음에도 사람들의 선택은 먹고 사는 문제로 좌우됐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명박을 선택하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도 있었지만 서민과 힘든 사람들이 박근혜를 선택했다.

이와 같은 반성을 담은 것은 ‘현장으로 가자’는 구호였다. 현장으로 돌아가 고통 받는 국민들 곁으로 가는 게 원래 정치의 모습이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마침 남양유업 사태도 있어, 현장으로 가자고 했다. 당에서 고통 받는 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을을 위한 정당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다. 을지로는 을을 위한 길이란 뜻이다. ‘로’는 길, 법, 노력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을지로위원회에 분과도 여러 개 있다. 현장조사 분과는 은수미 의원, 신문고는 유은혜 의원, 법제분과는 홍종학 의원, 법률지원 분과는 박범계 의원, 총무분과는 한정애 의원이 맡고 있다. 가계부채소위는 이학영 의원, 백화점·대형마트 피해소위원회는 김현미 의원이 맡고 있다.

4달 넘게 했는데, 신문고 접수로 130건이 들어와 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된 것이 사실 민주당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그동안 관련 법률 상담을 60여 건 진행했다. 각 건마다 책임위원이 배정돼 있고, 을지로위원회에 소속된 의원이 34명이다. 한 위원회에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오래 활동하는 것도 유례없는 것이다. 그동안 CJ, 매일유업, 제일제당 등 9건의 문제를 해결했다. CJ, 제일제당, 한국GM, 남양유업, 매일유업에서는 상생 협약이 체결됐다. 갑을 문제로 노예 계약서 문제와 피해배상 문제를 해결했다. 피해대리점협의회와 회사가 단체로 만나서 협상을 하는 그런 새로운 모형도 생겨났다. 그렇게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인터넷 편지, 홈페이지 등으로 알리고 있나. 

- 이번에 한겨레 21이 추석판으로 집중 기획보도로 만들어 보도했다. 앞으로 그런 소식지 같은 것을 하려고 한다. 홈페이지는 따로 있지 않고 당의 홈페이지에 연동돼 있다.

▶ 요즘은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얘기를 들어보니 ‘현장으로 가자’가 을지로위원회의 기본적 철학이고 대선평가 속에서 교훈에서 나왔다는 거다.

- 그동안 국회의원들은 민원인이 찾아오면 민원을 듣고 필요하면 조언도 하고 꼭 필요하면 법안도 만드는 일을 했다. 을지로위원회의 특징은 민원인이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현장으로 가는 것이다. KT 대리점들의 문제가 있다면 현장에 찾아가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조사를 하고, 을지로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법률 검토를 하고, 시민단체와 협의해 해결 방향을 논의하고, 불법적인 부분은 불법적인 부분대로 합의할 부분은 합의할 부분대로 정리해 의원들이 회사를 찾아갔다. 회사가 을지로위원회가 오는 것을 겁낸다. 남양유업은 매출이 30%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회사를 3번 찾아가서 같이 농성도 했다. 회사 사장단과 만나 협의를 하고 중재도 하고 끈질기게 붙어서 하니 해결되는 문제도 있다.

국회의원이 입법 기관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정치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갈등 조정이다. 현장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과도하게 잘못된 것은 야단도 치면서 갈등 관계에 있는 양 당사자를 가운데로 모았다. 본인들의 고통을 대변해줄 사람이 없었는데, 이런 활동에 피해자들이 특히 좋아하고 있다.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새로운 모델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 이런 을지로위원회 활동이 결과적으로 갑에게도 좋은 게 아닌가. 상생 협상으로 회사도 위기를 극복하게 되는 것 아닌가.

- 새누리당은 갑도 어렵다고 하면서, 너무 지나치게 하지 말라고 한다. 남양유업 사태의 경우 충격적인 동영상이 나오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회사가 버텼다. 피해 대리점이 농성을 했다. 노사 양측이 감정의 골이 깊어져 만나지를 않았다. 누가 먼저 만나자고 하면 약점 잡히는 것처럼 생각됐다. 우리가 중재해서 노사 양측을 만나게 했다. 만나는 장소는 국회에서 하자고 했다. 국회에서 첫 협상했는데, 결렬됐다. 3차례 협상을 했고 결국 타결됐다. 그 사이에 남양유업 매출이 30% 떨어졌다. 남양유업도 견디기 어렵게 됐다. 협상이 타결된 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남양유업 협상 타결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남양유업 우유를 마셨다. 언론이 보는 앞에서 같이 마셨다. 그날 바로 10% 이상 매출이 올라갔다. 을의 눈물을 닦아서 갑을 살리는 길이 제대로 되는 상생이다.

“경제민주화 끝났다? 공약위반이자 국민기만”

▶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법안은 거의 마무리 됐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를 위해선 경제민주화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어떤 말이 맞는지 국민들이 의아해 한다.

- 우선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가 왜 이렇게 화두가 됐나. 국민들이 많이 요구했고,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를 얘기를 계속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30대 기업의 사내보유고가 역대 최고로 많은 400조 원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이미 굉장한 부를 축척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부자감세를 하고 법인세도 깎아줬다. 반면, 비정규직은 너무 많아졌다. 대리점, 가맹점 같은 중소 상인들의 상태가 너무 나빠졌다. 가맹점, 대리점 같은 중소상인 유통이 너무 불공정해졌다. 골목 상권은 내수가 잘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돈이 많은데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은 적고 국민들은 얇은 유리지갑만 가지게 됐다. 자영업자 600만 명, 비정규직 550만 명, 임시 일용직까지 포함하면 800~900만 명,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없기 때문에 골목상권도 죽고 내수가 죽는다. 중소기업, 하청기업의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상인들이 굉장히 어려워져 있다. 소득의 수직적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경제 살리기가 안 된다. 소득 재분배가 내수 살리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

박근혜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중점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경제민주화 법안이 다 끝났다고 했다. 조원동 경제수석, 현오석 경제부총리 같은 관료들이 경제민주화는 끝났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재벌들을 만나서 경제살리기를 하겠다고 했다. 대기업에 부담 주는 경제민주화를 안 하겠다고 했다. 상법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국회 때 처리된 경제민주화 법안이 4개뿐이다. 그거 해놓고 경제민주화 법안이 끝났다는 것은 택도 없는 소리다. 그동안 140일 가량 을지로위원회를 해보면서 느낀 것이 바닥 경제가 너무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통과된 경제민주화 법안으로는 바닥에 어떤 신호도 안 가고 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가 끝났다고 하는 것은 대선 약속 공약을 다 걷어차는 것이다. 공약 위반이자 국민 기만이다. 

▶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캠페인이 ‘민생 뚜벅뚜벅’이었다. 그런데 실제 민생 문제에서 있어서 박근혜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인가.

- 하고 있는 게 없다. 경제민주화가 시급하고 절실하다. 박 대통령이 공약했으면 법을 고치자고 해야 한다. 그런데 법을 고치자고 한 게 없다. 재벌들이 반발하니 재벌들이 반대하는 경제민주화를 안 하겠다고 했다.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엉뚱한 진단을 해 공격을 많이 받았다. 전·월세 대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방향으로 경제를 끌어가겠다며 내놓는 법안이 없다. 그런 법안이 나와야 사회가 변화되고 개혁되는데 저쪽은 시급하게 내놓은 법안이 없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이) 우리한테 와서 부탁하는 것도 없다.

▶ 새누리당이 국회 정상화가 안 돼도 아쉬울 게 없다는 말인가.

- 무슨 법안을 내놓은 것도 없고, 아쉬울 것은 예산안 정도뿐이다. 대리점 공정화에 관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가계부채 1000조 원, 주택임대차 보호법과 전세상한제도 굉장히 시급한 문제다. 이자율을 39%를 25%로 하는 이자상한제도 급하다. 학교비정규직은 30만 명이 넘었다. 학교비정규직은 10년 해도 호봉도 안 오른다. 박근혜 대통령도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풀겠다고 공약했는데, 관련 법을 고칠 생각이 전혀 없다. 민생을 위해 경제민주화 법을 처리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우리만 다급한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가 우리한테 관련 법을 처리하자고 제안을 하지 않는다.

6월 국회 때 일감 몰아주기, 가맹점 공정화 법안(CU방지법) 등의 처리를 위해 6일간 단식을 했다. 그때 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선거법 위반 기소를 해 문제가 불거지는 시기였다. 언론이 그쪽으로만 관심이 갔다. 그때 제가 단식할 때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대해 민생을 버리고 ‘국정원 싸움’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제가 단식을 하지 않았으면 경제민주화 4개 법안도 통과가 안 됐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 법안들을 통과시켰다고 하는 것은 택도 없는 소리다.

▶ 향후 정기국회는 어떻게 되나?

- 회담 결과에 상관 없이 추석이 끝나면 국정감사를 하려고 한다. 밖의 천막을 못 걷고 더 (천막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의가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장이다. 그걸 버리면서 (투쟁을)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국정원 싸움’은 꽤 길게 해야 한다. 갈 때까지 가야 한다. 긴 싸움을 하는 방안을 계발하고 있다. ‘원내외 병행투쟁이 약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 안 하면 이 싸움이 잘 안 될 것이다.

“3자회담 결렬, 대통령 불통 결과…천막 강화해야”

▶ 3자 회담 합의가 결렬됐다. 이런 결과 나왔을 때 추석 민심을 앞두고 민주당은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까.

- 3자 회담 결렬은 예상됐던 일이다. 회담 형식에 있어서 넥타이 매라는 등 드레스 코드를 정하고, 1시간 동안 회담을 하겠다는 태도는 굉장히 고압적이고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노숙 복장을 하지 말고 넥타이 매라는 것은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라는 것이다. 여야 영수회담을 하면서 복장까지 지정하면서 의제도 정하지 않고 모든 국정을 논의하는데 시간을 1시간으로 정했다. 이런 것들이 이번 3자회동에 임하는 청와대의 자세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채동욱 총장의 전격 사퇴를 불러온 법무부 감찰이 있었다. 채 총장은 본인이 유전자 감식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유전자 감식이 아이의 인권, 엄마의 인권을 감안하면 쉽지 않는데도, 본인이 하겠다고 하는데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김한길 대표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무슨 긴급조치와 같다. 정권의 정통성을 훼손되지 않게 하고 (국정원 사건 관련) 재판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긴급조치다.

특히, 검찰총장은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을 하는 검찰의 수장이다. 그 수장을 바꾸겠다는 것은 진상규명을 제대로 않겠다는 정권의 사인이다. 이번 3자 회담 임하는 청와대의 인식이 완전히 우리와는 달라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임하는데 있어서도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야당 대표의 드레스 코드를 얘기하고 회담 시간을 정해 놓는 그런 자세를 보면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검찰에 의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이 기소됐음에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완전히 불통이 된 것이다. 그 불통이 지금 국면을 만들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 회복 없이는 민생도 회복될 수 없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완성됐다는 대통령에 대한 투쟁을 접을 수 없는 우리도 안타깝다. 우리가 이렇게 (원내외 투쟁으로) 가는 길이 나라도 살리고 국민도 살리는 길이다.

지금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인데, 3자회담 결렬로 답답한 지형이 됐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민주당에게 주어진 과제인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 민생을 살리는 길을 꼭 갈 것이다.

▶ 박지원 의원이 오늘 채동욱 총장에 대한 사찰 정황을 얘기했다. 채 총장은 자신을 사찰했다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그게 사실이라면 애초부터 이것은 국정원 선거개입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깊은 음모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정원과 공안2부장까지 연결돼 고도의 정치공작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 지난 8월에 김기춘 비서실장, 홍경식 민정수석 등 공안통이 임명된 것을 두고 ‘공안 정국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 저도 그렇다고 본다. 8월 전부터 곽상도 민정수석과 국정원 2차장이 채 총장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했다. 곽상도 수석이 물러나고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이 사찰을 파일을 넘겼다. 이쯤에 청와대가 공안통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이번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핵심 고리다. 신유신으로 가는 게 아닌가.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조치가 긴급조치와 같은 성격 아니냐’는 우려로 보고 있다.

▶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선거법 위반을 적용해 놀랐다. 정치 검찰이라고 불리던 검찰이 이렇게 했지만, 그때 채 총장의 운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채동욱 총장이 이번에 사퇴하고 나면 또 다시 검찰이 권력에 예속화 되는 게 아닌가.

- 그런 우려가 크다. 검찰 감찰1과장이 사퇴했고, 검찰의 집단 행동이 나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추천위에서 뽑힌 첫 총장으로, 검찰이 권력과는 다른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 받은 총장이다. 이번 사퇴는 정권으로부터 좀 자유롭고 검찰의 독립성을 만드는 과정에 일어난 것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은 상당 부분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감찰로 총장이 쫓겨나듯이 나갔고 검찰이 권력에 대한 예속이 우려되고 있다. 그래서 제2검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사실 우리도 걱정하고 있다. 공안통치로 가고, 그나마 민주적 시스템으로 움직이던 사회가 전면적으로 후퇴하는 것 아닌가. 음습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고 있다.

“채동욱 사퇴, 청와대-국정원-공안2부장 공작정치”

▶ 어떤 언론사의 사설을 보니 ‘민주당이 대통령을 겨냥해 너무 들이대지 말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예전에 중앙정보부가 사찰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국가정보기관이 전면적인 선거 개입을 한 기억이 없다. 정권 연장에 위해 이뤄졌다고 하면 경악한 일이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댓글 작업에 대해) 정상적 업무였다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이런 것들이 정상적이고 정당한 업무였다면 앞으로 이렇게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정원 예산은 1조 원이라는데 사실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는데, 국정원이 정상적 업무 확대를 위해 몇 배로 예산을 늘리겠다고 해도 손을 못 대게 되는 것이다. 서민들의 목소리가 선거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민주주의, 민생,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나. 이 문제만큼은 후퇴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대통령의 시혜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말이 아니지 않나. 대통령의 전면적인 책임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정원 개혁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국정원장이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에 그 양반은 나가고, 국정원 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 보수쪽은 박 대통령이 사과하는 순간, 야권이 대통령의 정통성을 문제 삼을 것이고, 이러면서 하야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절대로 사과하지 말라고 한다.

- 우리가 수차례 (국정원 개혁을) 얘기했다. 그럼에도 거부하는 것은 그쪽이 자신이 없는 것이다.

▶ 채동욱 총장 사퇴 건 때문에 이석기 의원에 대한 이슈가 사라졌다. 최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을 인터뷰 해보니, 해외에선 사민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자기 정체성 선언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민주화 운동 세력이 자기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이야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 의원은 이번 ‘이석기 사태’를 계기로 민주화 운동 세력이 자기 정체성을 밝히고 종북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 하태경 의원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밝힌 것 같은데, 운동이 하태경 의원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저는 76학번으로 긴급조치 9호 때 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의 이념, 사상을 얘기하면 참 안타까운 게 분단된 상황 때문이다. 분단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에 이석기 같은 기형도 나오지만, 운동했던 사람들에 대해 분단 상황을 이용해 좌경, 빨갱이라고 덧씌우기도 한다. 70년대 중반의 운동을 보면 민주주의를 위해서 운동을 했다. 이를 반국가라고 하는 것은 웃기는 소리다. 당시 운동의 목적은 나라를 좀 더 제대로 살리고, 국민들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제가 운동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겠다. 우리 집은 꽤나 잘 살았다. 먹고 사는데 부족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간 1976년 여름에 양평 근처로 농촌봉사를 갔다. 사람들이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데 못 살았다. 충격이었다. 못사는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해 겨울에는 양남동에 빈민봉사를 갔다. 판자촌에서 하루 종일 번데기 먹을 때 사용하는 종이봉지를 만들었다. 잠자는 시간 빼고 봉지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입에 풀칠만 할 정도로 살았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왜 이렇게 밖에 못 사나. 저곡가 정책과 함께 정통성 부족한 정부가 정보기관, 재벌만 키워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빈곤의 원인은 정권의 문제라고 봤다. 이게 무슨 반국가인가. 민주주의 완성이 민생이어야 한다. 일한 만큼 대가를 못 받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에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 의원 본인이 ‘NL주사파’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는데, 주체사상을 쫓는 사람들은 운동하는 사람들 중 아주 적은 일부였다. 북한이 굉장히 어렵게 살고 3대 세습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대부분 주체사상을 접었다. 그런데도 그중 아주 일부가 남아 있었고 그 중 한 명이 이석기 의원이다. 녹취록에 나온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이 그런 부류다. 이걸 일반화 하는 하태경 의원의 발언이 어불성설이다.

“시대착오적 이석기 의원, 제명하려면 기소 여부나 1심 봐야”

▶ 그동안 야권연대를 해왔지만, ‘이석기 사건’이 터져서 민주당이 차제에 통합진보당과 선을 그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 같이 하기 어렵다. 이석기 의원의 녹취록을 사실로 보면 시대착오적이다. 30, 35년 전 생각에 묶인 분들이다. 정권교체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고, 북한 실상도 잘 알고 있는데,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시대착오의 위험성이 있다. 거기에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몇 군데 지역구에 표를 몰아준 게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는 정당투표를 따로 한다. 이석기 표에는 민주당 표가 없다.

우리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 지나친 일이다. 우리한테 책임이 있다면 시대적 한계와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진보진영 안에 그런 세력을 구분해 보지 못한 시대 전체의 책임이다. 새누리당과 싸우다 보니 국민들은 야권 단일화를 요구했다. 분열해 있지 말고 간명하게 해달라고 했다. 국민들 요구에 의해 후보단일화를 했고 야권연대를 한 것이다. 억울한 일이 있다면 재판을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국민적 의혹을 씻기 전까지는 함께 하기 어렵다.

▶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의원직 제명과 정당 해산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 체포동의안에 동의한 것은 완성된 행위가 아니다.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서 한 것이다. 구속적부심을 받고 재판으로 들어가라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제명을 하거나 정당해산은 완성된 행위다. 완성된 행위에는 범죄 사실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 인민재판을 하는 것을 비난한다. 민주주의는 민주적 절차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명을 하려면 최소한의 사법적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걸 안 하고 인민재판을 하면 국회가 인민재판을 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의원직 제명과 관련해 대법 선고까지 봐야 한다는 입장인가.

-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처럼 기소까지 가면 최소한의 절차라고 말하는 분도 있고, 1심은 가봐야 한다는 분도 있다. 지도부에서 판단해야 한다. 대법까지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법적 판단을 한 단계라도 받으면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 김무성 의원이 차기 당권 주자다. 김 의원이 최근 결성한 역사 모임에 상당히 많은 새누리당 의원이 모였고,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선언했다. 교과서 왜곡 논란이 거센데 해당 저자를 불러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 상당히 위험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무성 의원이 최근에 주도하는 역사교실에새누리당 의원들이 굉장히 많이 소속돼 있다. 윤치호, 이광수에 대해 독립운동가로 칭하면서 독립운동을 모욕했다. 교학사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를 쓴 이명희 교수는 강좌에서 좌파가 교육계와 언론계의 70%를 좌파가 장악했다며 좌파 척결을 주장했다. 50명이 넘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고 한다. 오는 25일에는 윤치호, 이광수를 독립운동가로 칭한 허동현 교수가 초청 강연을 한다.

새누리당이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김무성은 다음 대선주자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데, 독립운동 했던 사람들을 다 좌파로 몰고 새로운 역사를 쓰자고 해 역사 전쟁이 일어날 판이다. 50명이 박수치고 환호하는 것을 보고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기겁했다.

좌시할 수 없다. 교학사 교과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교육부 장관에게 교과서 검정을 취소하라고 했다. 이걸 못하면 직무유기로 고소할 생각이다. 김무성 의원의 역사 교실에 대해서도 그대로 좌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친일에 근거한 것이 많다고 하지만, 역사를 바꾸려는 이런 기도에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친일 역사관과 관련해 새누리당에 공개 질의를 하는 것은 어떤가.

- (친일역사관에 동의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50여 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왜 환호하고 박수를 쳤겠나. 참으로 경악스런 일이다. 새누리당의 정체성이 그런 모양이다. 그런 분들이 나라를 맡고 있어 참으로 걱정이다.

“김무성 역사교실 좌시할 수 없다”

▶ 김한길 대표 체제가 출범한지 100일이 넘었다. 당의 혁신에 당직자·당사 규모 축소· 상징색, 엠블렘, 로고 개편 등 점진적 개혁에 대해 평가하는 측면도 있지만, 지지율은 20%정체 상황이다. ‘김한길 지도부’의 구성원으로서 그동안 활동을 어떻게 자평하나.

- 제가 생각하는 민주당의 개혁은 그런 표피적인 것은 아니다.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현장으로 다시 가자’는 것이다. 새 정치에 왕도가 따로 없다. 결국 고통 받고 힘들어 하는 국민 곁으로 가서 눈물을 닦는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민 손을 잡고 반 발짝 앞에서 국민들과 함께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과 현장에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어서 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계속 활동을 하겠지만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본다. 우리가 얘기하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정체성과 맞는 활동이다. 현재 34명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당내에서 서로 참여하려고 한다. 책임의원을 맡기면 무조건 맡는다. 힘들다는 얘기도 안 한다. 조금씩 참여 의원들을 늘려가고 있다. 20명부터 시작해 새로운 건이 생길 때마다 늘려가고 있다. 새벽 5시 반에 모이는데도 11명, 12명씩 나온다. 유례가 없다. 논현동 대리운동 집결지에 새벽 2시 반에 갔는데 8명이 나왔다. 이게 민주당의 개혁이다.

당사 규모를 줄이고, 당직자를 축소하고, 엠블렘 로고를 바꾸는 것은 국민들이 변하라고 하니 표피를 바꾼 것이다. 사실 당 상징색이 파란색으로 변한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바꾼 것은 변화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정말 변하겠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을지로위원회가 깊이 뿌리내리면 더 본질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색깔 변화부터 현장형 변화까지 가야 한다.

김한길 대표가 이런 싸움을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국정원 싸움’에 어설퍼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당을 잘 이끌고 가는 게 아닌가. 노숙 투쟁도 잘 감내하고 있다. 그래도 맡겨진 일들은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세력규합보다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 안철수 현상이 계속적으로 기존 정당에 경각심을 주며 변화를 촉구하는 게 있다. 안철수 의원이 당선되고 정책포럼 ‘내일’을 만들었고, 10월 재보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 의원이 애매모호하다는 얘기가 있고 재보선 참여하지 않는 것을 두고 ‘간철수’라는 얘기도 있다. 안 의원 지역구가 바로 옆인데, 종종 만나나.

- 개인적으로 자주 보는 것은 없고 식사를 같이 한 번 한 적 있다. 6월 국회가 끝날 때쯤 국회에서 단식할 때 안 의원이 위로 방문을 오셔서 식사하자고 했고, 그 뒤에 식사를 한 적 이 있다. 지역에서는 행사 있을 때 가끔 한 번씩 본다. 저도 요즘 최고위원이 되고 나서 최고위원 일하고 을지로위원회 하고 굉장히 바빠서 지역구 행사를 잘 못 챙긴다. 안철수 의원도 자주 (지역구 행사에) 못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쩌다 가끔 한 번씩 본다.

저는 안철수 의원이 국회로 들어오길 원했다. 그래서 민주당이 재보궐 선거 때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말고 안철수 교수를 국회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 때 경위야 어찌됐든 안 의원이 양보해 후보 단일화가 됐다. 안 의원이 잘 안 도와줘서 섭섭한 것도 많았지만, 이제는 안 의원이 현실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안 의원이 미스터리처럼 언론에 화제가 되고 국민 검증도 받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안철수 의원과 야권 전체에 좋지 않다.

안 의원이 지금 국회에 들어와서 활동하고 있는데, 현안들에 대해서 분명하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좀 답답하다. 안 의원이 정부조직법 협상 때 당선돼 국회에 들어왔다. 당시 제가 원내수석부대표로 정부조직법 협상에 임하고 있었는데 정부조직법 협상에 대해 굉장히 애매하게 얘기했다. 물론 최근에는 안 의원이 보다 분명하게 얘기하고 있기는 하다.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 본연의 정치의 상은 고통 받는 국민에게 가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야당 정치의 변화상이다. 그런데 안 의원이 새정치를 말했지만 본인도 새로운 정치상을 설계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안철수 의원이 대선 준비하는데 있어 야권에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면 안 의원이 분명한 가치를 만들기 위해 현실 정치인으로서 현실에 뿌리를 박으면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보다 깊숙이 국민 생활 속으로 가는 정치를 보였으면 좋겠다. 막연한 인기, 기존 정치의 불신에서 오는 반사작용에 기대면 오래 못 간다. 총선, 대선 패배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국민적으로 깊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세력을 규합하기 보다는 국민의 고통 받는 삶 속에서 정치인 안철수로 인정받고 검증받는 게 훨씬 안철수에게 도움이 된다.

▶ 안 의원이 법안도 입안하고 국민들과 만나는 등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 그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정치 연륜의 한계, 현상에서 바라본 안철수와 정치인으로서의 능력 차이 때문 아니겠는가.

-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차별화 전략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실정치에서도 좋은 의원들이 많다. 그 의원들과 어우러져서 뭔가 일을 해야 한다.

▶ 안 의원에게 입당을 권유하는 것인가?

- 입당이 아니더라도 국회 안에는 여러 연구모임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역량을 만들어 가는 것을 안 하는 것 같다. 민주당에 속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하면 민주당에 입당한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어 그런 오해를 받기 싫고, 새누리당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안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와 만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고 함께 활동을 안 하려는 것 같다. 민주당, 새누리당에 대한 정치 불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안철수를 돕기는 하지만, 그렇게 양측을 떼고 나면 본인의 활동영역이 좁아져 버린다. 차별화 전략보다는 섞여서 본인의 역량을 보이고 국민에게 다가가고 본인의 색깔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 섞이는 방안은 뭔가?

- 민주당 국회의원 모임에 가입하고 열심히 공부해 같이 활동도 하면 ‘우리와 가까워졌다’고 사람들이 이야기 할지는 모르지만,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의원 모임하고도 같이 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차별화 전략만이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도 정치권에 들어왔으면 다른 의원들과 섞여서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국민들에게 안철수 의원이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현실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것이다. 제가 안철수 의원의 멘토가 아니라 깊이 고민한 것은 아니지만 혼자 떨어져 하는 활동하는 것이 좀 답답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재보선 화성? 해볼 만하다…지방선거?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

▶ 내달 재보선은 초미니로 치러진다. 포항은 새누리당 강세가 예상되는데, 화성은 어떤가?

- 화성은 우리가 굉장히 불리한데, 상황도 녹록치 않고 쉽지 않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요즘 ‘이석기 사건’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으니 금방 오버를 했다. 채동욱 총장 사퇴 건이 (새누리당의) 오버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남북관계로 지지를 얻었지만, 서민들의 삶이 어렵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화성은 해볼 만한 선거가 아닌가. 당선될 후보를 내는 게 중요하다.

▶ 내년 지방선거 관련 한 여론조사를 보니 ‘새누리당이 잘될 것 55%, 민주당이 잘될 것 20% 중반’으로 나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전망하나?

- 녹록치 않는 선거다. 박근혜 정권 초기이고 남북관계를 어떤 형태로는 잘 풀었다는 여론 이 높다. 그래서 고공 지지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위크 포인트(취약지점)가 있다. 국민들의 삶이 나아질 것인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경제 민주화가 끝났다고 한다. 세금 문제도 재벌 감세를 원상복구 시켜준 것이 아니라 월급 생산자의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런 것들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가고, 서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상당한 실망이 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가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그렇게 비관적인 선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서울 선거가 중요한데 우리가 좋은 후보를 갖고 있다. 새누리당, 정부가 보육 문제로 박원순 시장을 공격하고 흠집 내려고 하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의 고공행진에 거품, 기대치도 많이 끼어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중간평가 비슷한 양상으로 갈 수 있다. 을지로위원회를 무지하게 열심히 해야겠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도 잘 해결돼야 한다.

▶ 민주당은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

- 지난 총선, 대선 실패로 국민들께 미안한 게 있다. 이길 선거를 졌다. 대선에서 패배한지 얼마 안 돼 ‘선거에서 확실히 이긴다’고 하기에는 국민들 볼 낯이 없다. 그러나 길은 찾았다. 민주주의, 민생이 한 덩어리이다. 집권 10년간 정치적 민주주의가 좀 진전됐더라도 경제민주주의를 못해 민주주의가 후퇴됐다. 우리의 갈 길은 민생을 살리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겠다. 현장에서 다시 태어나는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 우리당의 집권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다. 확실히 실천하겠다.

▶ 끝으로 네티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면?

- 지금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민주주의 회복하는 일인데, 3자회담 결렬로 답답한 지형이 됐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민주당에 주어진 과제인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 민생을 살리는 과제를 꼭 지고 갈 것이다. 민주주의를 진전시킨 공은 있지만 그만큼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모습을 못 보여 민주주의와 민생이 분리됐고, 민주주의가 쓰러지게 됐다. 을지로위원회를 열심히 하겠다. 국회와 서울광장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을 놓치지 않고 할 것이다. 저희들의 노력과 함께 해서 민주당이 쓰러지지 않도록 힘을 보태 달라. 열심히 하도록 도와 달라.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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