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의정국진단]“장기적 비전·미래세대는 뒷전…여당도 총대 메기 힘들 것”

이언주 민주당 의원.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ejlee@polinews.co.kr
▲ 이언주 민주당 의원.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ejlee@polinews.co.kr

이언주 민주당 의원(41·경기광명을·초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기초연금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장기적 비전보다는 당장 노인들의 비난, 욕을 덜 먹는 쪽으로 간 것”이라며 “여당도 총대를 메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정부안의 원안 처리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의원실에서 진행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이 재정 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소득연계안보다 상대적으로 재정 부담이 더 큰 국민연금 연계안을 추진하는 모순된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이 같이 풀이했다. 이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현재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처음에 진영 장관이 국민연금 연계안을 반대하면서 ‘소득 연계안이 낫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청와대 최원영 수석이 ‘그렇게 하면 지금 당장 20만 원을 받는 노인들 수가 너무 줄어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며 “소득연계안으로 하면 지금 당장 20만 원을 받는 노인이 100만 명 이상이지만, 국민연금 연계안을 하면 300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어차피 기초연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마당에 (미래 세대의 역차별은 고려하지 않고) 1~2년간 현재 노인들에게 최대한 돈을 주고 비난, 욕을 덜 듣겠다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의 속내를 풀이했다.

이 의원은 “이것이 국익 차원에서 보면 굉장히 문제 심각하다”며 “당장의 지지율과 비난, 욕 먹지 않는 것을 고려해 이렇게 기초연금안이 결정되면 상대적 손해를 보고 있는 미래 세대들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연금의 골간이 흔들리게 된다”면서 “그런데도 국민연금 신뢰를 떨어지는 것은 안중에도 없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지금은 정부가 국민연금 장기 가입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정책 방향이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에 가입을 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손해가 되고 불공정이 발생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돈을 넣지 않으려고 하지 않나”며 국민연금 탈퇴를 거듭 우려했다.

이 의원은 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복지 공약과 관련해 “‘저쪽이 우리보다 진보적이다. 저쪽처럼 복지정책을 결단했어야 했다’고 (민주당 내부에서) 얘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는 제대로 하지 않을까 전망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뒤통수를 맞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복지부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국민연금 연계안에 부작용을 지적하고 행복연금위도 우려 입장을 밝힌 것을 전하며 “여당도 총대를 메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기초연금 정부안의 원안 처리가 힘들 것으로 봤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이 거세다. 여권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야권은 ‘공약 사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 약간은 사기성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잘 봐준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라고 볼 수도 있다. 여권에서는 ‘공약 이행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면 할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 박근혜 대통령은 ‘헛공약을 안 하고 재원 마련 방법을 철저히 따졌다’고 했다.

-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워낙 강하게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주변에서 공약을 준비하는 분들은 ‘공약 이행이 잘 안 될 수 있지만, (선거에)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현재 기초연금 논쟁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박 대통령이 상세한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 재정이 부족해서 누가 당선돼도 공약 조정은 불가피 했던 게 아닌가.

- 재정 논쟁은 선거 때 논쟁이 끝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충분히 논쟁이 안 이뤄졌다. 기초연금 관련 약속을 너무 간단하게 너무 급하게 했다. 박 대통령이 워낙 단호하게 단정해 논쟁이 안 됐다. 논쟁이 그때 치열하게 벌어졌어야 했다. 어차피 재정 문제는 예견된 것이고, 연금 지출이 고령화에 따라 늘어나는 것도 예견됐다. 당시 공약을 낼 때 총 재정 규모 중 공적 연금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철학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을 보고 처음에는 대단한 결단을 했다고 생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리보다 새누리당쪽이 더 진보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황당하기 그지 없다.

현 경제 규모에서 공적 연금 비중을 얼마로 할 것인가. 무슨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나. 세계적 경향을 보고 우리가 얼마만큼 부담할지도 봐야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노후 빈곤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재정을 줄이면 좋을 것처럼 말하지만, 기초연금의 재정지출 규모를 줄이면 연금이 줄어든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개인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노후 빈곤이 심각한데 공적 연금에서 보장이 안 되면, 자녀들이 용돈을 주든지 집을 팔아서 비용을 마련하든지 해야 한다. 결국, 공적 부담이 사적부담으로 이동될 뿐이지 국민 경제의 전체 틀에서 보면 똑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뭔가 대단히 이익이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국민들을 상당히 현혹시키는 것이다. ‘재정을 어떻게 분배할지, 공적 부담과 사적 부담 중 연금 규모를 어느 정도 규모로 해야 빈곤으로 흐르지 않을지’ 연구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논쟁은 하나도 없고 재정을 줄이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이 문제는 국민을 현혹시키는 논리이자 재정 우선주의자들의 논리다.

국정감사 결과 보건복지부가 노후 빈곤에 대해 전혀 분석을 안 한 것이 드러났다. ‘현재의 기초연금안을 선택했을 때 나타나는 정책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보건복지부는 ‘분석 자료가 없고 분석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이러면 보건복지부가 존재할 필요가 없지 않나. 기재부가 다 하면 되지’라며 굉장히 비판했다.

▶ 복지는 진보의 아젠다인데 지난 총선, 대선에서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이를 선점하지 않았나.

- 선수를 뺏긴 것에 약간 반성도 하게 된다. 우리쪽이 복지정책에 대한 재원 생각을 많이 해서 복잡하게 얘기했는데, 저쪽은 ‘모든 어르신에게 20만 원’이라고 단순하게 얘기했다. 우리 내부적으로 내부 비판을 많이 했다. ‘저쪽이 우리보다 진보적이다. 저쪽처럼 복지정책을 결단했어야 했다’고 얘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는 제대로 하지 않을까 전망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뒤통수를 맞는 것이다.

▶ 정부안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했는데, 정부는 왜 그런 판단을 했다고 보나. 진영 장관이 왜 반발을 했다고 보나.

- 정부의 국민 연금과 기초연금 연계안은 ‘국민연금 가입을 오래할수록 자신이 받을 국민연금 액수가 많아지니까 기초연금을 적게 주겠다’는 것이다. 진영 장관이 주장한 소득연계안은 소득이 많을수록 연금을 적게 주는 것이다. 만약,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오래됐고, 국민연금에 대부분 국민이 가입돼 있으며, 국민연금에 신뢰가 있으면 국민연금 연계안과 소득연계안에 따른 개인별 소득 차이가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역사가 굉장히 짧다. 제대로 시작된 게 98년도다. 가입률은 얼마 안 된다. 평균 수령액은 31만 원 정도다. 따라서 진영 장관은 이런 실정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연계안을 도입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정부가 국민연금 장기 가입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정책 방향이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연금에 가입을 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손해가 되고 불공정성이 발생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돈을 넣지 않으려고 하지 않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것은 굉장히 잘못된 정책이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2028년에 28만 원으로 증액된다. 하지만 이번 정부안으로 하면 현행법보다 수급 액수가 줄어든다. 상대적 손해가 생긴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이 오래된 사람들은 이번 정부안을 ‘개악안’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 최근 국민연금 탈퇴자가 늘어나고 있다.

- 국민연금이 생긴 이래로 임의 가입자(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나 학생 등 본인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 탈퇴 가능자)가 줄어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입자보다 순탈퇴자가 많아졌다.

▶ 이런 상황이면 정부의 기초연금안의 국회 통과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겠다. 국회 선진화법도 있어서 여당이 힘으로 밀어 붙일 수도 없는데. 

- 그렇다. 이걸 힘으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다. 국민 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골간을 흔드는 정부안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드러나면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당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다.

▶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안을 집권 여당도 처리 안 할 가능성이 크고 공약이 미아가 될 가능성도 있는 건가?

- 여당도 총대를 메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국감에서도 나왔듯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안은 행복연금위에서도 반대를 많이 했다. 어제 국감에서 행복연금위원장도 ‘결국 국민 불만이 많은 방안으로 채택됐다’고 했다. 복지부 대부분의 공무원들도 ‘이 (연계) 방안은 부작용이 많다’는 얘기를 했다.

(김성숙) 국민연금 연구원장에게 국감장에서 ‘도대체 왜 이렇게 밀어 붙인 것 같나’고 물었다. 정부·여당쪽 입장에서 볼 때 ‘재정 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상대적으로 재정 부담이 덜 드는 소득연계안으로 정하면 부작용이 덜 했을텐데, 왜 부작용이 많은 국민연금 연계안으로 결정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진영 장관이 국민연금 연계안을 반대하면서 소득 연계안이 낫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청와대 최원영 수석이 ‘그렇게 하면 지금 당장 20만 원을 받는 노인들 수가 너무 줄어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소득연계안으로 하면 지금 당장 20만 원을 받는 노인이 100만 명 이상이지만, 국민연금 연계안을 하면 300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장기적 비전보다는 당장 노인들의 비난, 욕을 덜 먹는 쪽으로 간 것이다. 어차피 기초연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마당에 (미래 세대의 역차별은 고려하지 않고) 1~2년간 현재 노인들에게 최대한 돈을 주고 비난, 욕을 덜 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국익 차원에서 보면 굉장히 문제 심각하다. 당장의 지지율과 비난, 욕 먹지 않는 것을 고려해 이렇게 기초연금안이 결정되면 상대적 손해를 보고 있는 미래 세대들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하게 된다. 또 국민연금의 골간이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안중에도 없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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