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회의 주최·야3당 참여, 대선개입 규탄…“공무원노조·진보당 압박은 국면전환 꼼수”

시민사회 단체들이 주최한 촛불집회에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특별검사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8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시국회의)는 9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19차 범국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우천 속에도 시민사회 단체, 노조, 학계, 해외 교포 등 1만 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2000명)이 참석해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고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과 공무원 노조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민주당, 정의당, 통합진보당 등 야3당도 참여했지만, 국회의원들의 공개 발언은 없었다.

박석운 “검찰 못 믿겠다. 진상규명 위해 특검 도입해야”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8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시국회의)는 9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19차 범국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1만 명, 경찰 추산 2000명이 참석했다. /폴리뉴스 최훈길 기자 chg1231@polinews.co.kr
▲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8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시국회의)는 9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19차 범국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1만 명, 경찰 추산 2000명이 참석했다. /폴리뉴스 최훈길 기자 chg1231@polinews.co.kr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정치검찰의 고질병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총체적 선거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수사방해를 하고 있다”며 “이제 검찰을 못 믿는 이상 진상규명을 위해선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는 것 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문재인 후보를 소환해 조사해 놓고 김무성 의원은 서면조사했다. 지극히 편파적인 수사”라며 “윤석열 전 팀장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 내렸다. 반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징계를 안 했다. 외압과 수사방해를 한 공안 출신 황교안 장관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래서 어찌 담당 검사가 소신을 갖고 제대로 수사하고 진상조사를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박 대표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압수수색,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물타기, 국면전환 공작이자 대선개입 사건에서 국면전환을 하려는 박근혜와 정치검찰의 꼼수”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선거 공작·범죄를 비호하는 심장,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 정치검찰에 의한 수사 방해를 하는 심장은 누군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민주당, 정의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 등이 특검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위해 사생결단 할 것을 촉구한다. 국회의원직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며 “촛불 시민들이 국민이 힘을 보태주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시민사회쪽에서는 국회에서의 특검과 별개로 ‘국민 특검’을 진행해 나갈 계획도 이날 공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는 “국민 공소장을 작성하려고 한다”면서 “국민·시민 특검과 시민배심원을 모집해 국민 법정에서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의 실상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국민공소장에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을 집대성하고 시민 제보를 받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실상을 담을 것”이라며 “이를 만화, 동영상, 노래 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금 촛불집회에 있는 경찰이 무장한 군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계엄령, 위수령이 이 정권에서 다시 현실화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은 결국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면서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1994년 창립 이래 이날 처음으로 임원과 회원을 총동원해 거리 행진을 한 참여연대측에서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특검으로 진상규명 하자”면서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실천하는 양심’으로 꼽히는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무기를 내려놓지 말자. 사회 불의에 여전히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라는 말은 인용한 뒤 “민주 시민 여러분. 끝까지 민주주의를 사수하고 수호하는 일에 힘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해외교포들도 촛불집회를 찾아 대선개입 사건의 문제를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유권소(유권자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로 현재 미국 뉴저지에 거주 중인 제니퍼 리씨는 “박근혜씨는 법적으로는 우리 유권자들에게도 대통령이 아니다. 저는 이 한마디 전하기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밝혔다.

제니퍼씨는 “유권서는 지난 18대 대선을 총체적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씨에게 사퇴하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2년이 걸렸다. 반드시 우리가 이긴다”고 단언했다. 제니퍼씨는 “(부정선거 실상을) 전세계 언론에 알릴 것”이라며 시민들과 “박근혜 방빼” 구호를 외쳤다.

또 이날 촛불집회에는 통합진보당측과 공무원노조측도 참석해 현 정부의 ‘무리수’를 꼬집기도 했다. 노정현 통합진보당 구의원(부산 연제구)은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 만들자고 했는데 우리가 이 사회에서 잘못된 범죄집단인가”라며 “진보당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노 구의원은 “오늘 보수우익 집회에서 ‘통진당 해체, 민주당 해체’라고 얘기한다. 통진당이 시작이고 그 다음은 민주당, 진보적 사회단체들”이라며 “민주당은 빨간 물이 들기 때문에 진보당 편을 못 들어주겠다고 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 유신독재를 막겠다면 진보당과 손 잡아달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과 관련해 “위헌정당 해산 제도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인데 지금 이 순간에 민주주의 적은 누굴까”라고 반문했다.

한 교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않게 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없애려는 게 민주주의 적”이라며 “민주주의 적을 물리치는 게 우리 헌법의 정신”이라고 밝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했다.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우리 공무원들은 부정선거 척결을 위해 활동해 왔”는데 “(공무원노조를 겨냥해 보수쪽의) 사냥이 시작됐다”고 이번 압수수색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노조는 어떠한 경우에도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만약 그들 말대로 전국 공무원 노동자들이 개입했다면, 국정원·군인·보훈처·안행부 등 모든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면, 이 선거가 무효가 맞지 않나. 새누리당은 그렇게 스스로 얘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9시께 촛불집회를 마무리하며 사회를 맡은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들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 박 처장은 “지난 7월부터 국정원 시국회의는 특검을 요구했고 지금은 안철수 의원, 민주당도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새누리당과 대통령 결단이다. 대통령이 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고 특검으로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 밝히고자 했던 에밀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에서 ‘진실은 땅에 묻으면 묻을수록 폭발력이 더 생긴다’고 했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특검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자 처벌을 주문했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특검으로 진상규명. 해도 해도 너무한다. 박근혜가 책임져라”라고 외치며 이날 촛불집회를 마무리했다. 촛불집회가 끝난 이후 시청광장에서는 통합진보당 결의대회가 열렸다. 시국회의는 오는 16일 오후 6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20차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나라사랑구국단체연합회,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회원 1000명(경찰 추산)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반국가종북세력 척결 14차 국민대회’를 열었다./폴리뉴스 최훈길 기자 chg1231@polinews.co.kr
▲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나라사랑구국단체연합회,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회원 1000명(경찰 추산)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반국가종북세력 척결 14차 국민대회’를 열었다./폴리뉴스 최훈길 기자 chg1231@polinews.co.kr
한편, 보수단체들은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통합진보당 등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나라사랑구국단체연합회,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회원 1000명(경찰 추산)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반국가종북세력 척결 14차 국민대회’를 열고 “통진당 해산은 사필귀정이다. 헌법의 적을 엄정하게 단죄하라”고 밝혔다. 이들 회원들은 “대한민국 만세, 박근혜 만세, 국정원 사수”를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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