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정동영-임종석-김혁규 對 김근태-김두관-김부겸

'정동영-김근태'의 두 대선주자 전면전으로 치러지는 2.18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호남파' (영.호남 연합군) 對 '영남파' 의 세대결 양상을 동시에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정동영-임종석-김혁규'가 전격적으로 '남한산성'회동을 성사시키면서 '호남파 결속'을 다지자,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김근태-김두관-김부겸'의 '3김연대' '영남파 결속'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의 당권 향배 뿐만아니라 대선향배, 당의 진로까지 좌우하는 2.18 전대는 오늘(26일) 후보등록으로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된다.
현재까지 전대 출마 후보로는 정동영, 김근태, 김혁규, 임종석, 김두관, 김부겸, 김영춘, 이종걸, 조배숙 등 총 9명이고 이중 2월 2일 예선전에서 8명만 확정되어 2.18 전당대회에 출전한다.

당의장을 포함해 총 5명의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예비선거는 1인3표, 본선은 1인2표제로서 후보간 합종연횡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후보 연대 움직임이 매우 분주하다.

'정-임-김 연대'+염동연 '호남파' vs '3김 연대'+이강철,유시민 '영남파'

열린우리당 당권파의 수장인 정동영 전 장관(전북)을 필두로 하여 전남의 임종석의원과 부산.경남에 탄탄한 지지층을 가진 김혁규 의원을 끌어안았다는 면에서 '정-임-김 연대'는 형식적으로는 영.호남 연합군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민주당 통합론자'들로서 특히 민주당과의 합당 내지는 5.31지방선거에서의 수도권 연합공천을 의미하는 국지적 연대, 나아가서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과 이 연대의 후원자가 호남의 지주격인 염동연 의원이란 점을 놓고 볼때 이 연대의 본질적 성격은 '호남파' 결속임이 명확히 드러난다.

염동연의원은 문희상 체제가 들어섰던 지난 4.2 전대때 2위로 당선되었으며 오랜기간 '정동영계 당권파'로 정 고문과 함께 해왔다. 전남출신인 임종석 의원은 김근태계였지만 유시민 입각에 반대하며 김근태-유시민 연대에 불만을 가졌고, 재집권을 위해 민주당과 통합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염동연 의원과 매우 가까워졌다.

이들 호남파는 '열린우리당 재집권이 최대 개혁'이라며 '반드시 재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호남 없이는 재집권이 어렵다며 '민주당과 통합'을 통해 호남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당권파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초반에 정동영 대세론을 뒤엎고 있는 김근태 의원은 대구.경북의 김부겸 의원과 부산.경남의 김두관 특보와 실질적 연대 즉 '3김 연대' 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영남세력을 주축으로 한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김근태의원이 민주당과의 합당에 호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연대의 일부 친노세력은 민주당 합당이 불가하다며 열린우리당의 지역주의 청산 창당정신을 강조하고 있고, 이 연대의 배후엔 TK 지주격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유시민 의원(경북 경주)이 있다는 점에서 '정-임-김 연대'와 차별화되는 '영남파' 결속이다.

김근태 고문은 유시민 의원과 개혁연대로 손잡은지 오래되었고, 유 의원이 주도하는 참정연 공식후보가 된 김두관 특보가 김 고문과 손잡았다. 특히 유 의원은 지난해 4.2 전대때 '정동영 적대세력, 김근태 개혁세력'이라며 정 고문에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김 고문과 강고한 연대를 형성했다.
또한 TK의 새로운 리더를 꿈꾸는 김부겸 의원은 전대 출마선언에서 영남에서의 한나라당 독식체제를 강력히 비난하며 이강철 전 수석이 적극 지원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강철 전 수석, 유시민 의원은 모두 TK로서 이들은 '영남지역주의 청산'을 내세우며 호남 민주당과 통합은 결사반대하고 있고, 지난 4.30 재보선때 경북 영천선거와 10.26 재선거때 대구 동을 선거때도 영남 근거지 마련을 위해 함께 앞장섰다.

이들 영남파는 열린우리당 창당정신은 '영남지역주의 청산'이라며 호남지역당과 통합해 재집권하는 것보다는 최악의 경우 재집권을 못하더라도 '개혁정당 창당'이 창당정신이나 시대정신에 더 맞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통합해 과거로 회귀하려고 한다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결국 2.18 전대는 '정동영-김근태'의 한판 승부이면서 '호남 염동연' 대 '영남 이강철, 유시민'의 한판 승부이기도 하다. 대선주자 전면전이며 동시에 영호남 대결과 측근대결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盧心, 아직 영남파도, 호남파도 선택 안했다 - 전대 후 '분당' 가능성 크다

염동연 의원과 이강철 전 수석, 유시민 의원은 모두 노 대통령의 마음을 가장 잘 읽을 뿐 아니라 노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들로 내로라하는 '노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들이기에, 현재 '노심'은 양 진영가운데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전대결과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25일 기자회견에서 '탈당은 과거형'이라며 열린우리당 탈당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청 관계는 새로 뽑히면 그때 가서 논의하고, 민주당과의 통합은 당보고 이래라 저래라 말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 창당정신은 어느 지역에서도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다"며 "영남에서도 호남에서도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하고, 경쟁이 없으면 그 지방 정치은 부패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한나라당의 영남 1당 독식체제와 민주당의 호남 1당 독식체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영남 독식을 분쇄해야 한다는 영남파 입장도, 민주당의 호남 독식을 분쇄해야 한다는 호남파 입장도 모두 옳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영남파가 주장하는 '노대통령의 탈당→열린우리당 해체→개혁정당 창당' 시나리오와 호남파가 주장하는 '민주당과 통합→고건 등 제세력과 연대' 등 시나리오 중 어느 하나의 정치구상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중립적 태도 속에 호남 對 영남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다면, 이점에 있어 2.18전대 결과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분당'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열린우리당내 영호남 대결은 분파별 이합집산을 떠나 '정권창출 시나리오'의 근본 차이이며 '지역적 기반'의 차이 이며,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시대진단과 정치 철학적 차이의 뿌리가 매우 깊기 때문에 영호남 대결은 봉합되기 어렵다.

'정-임-김'연대 지지의원 명단 공개하며 선수쳐

이같은 현상은 이미 우리당내 의원들이 특정 후보군을 지지하면서 가시화되고 있는데 21일 남한산성 결의에 이어 '정-임-김' 호남파에서는 지지의원 명단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선수를 치고 있다.

특히 이번 전대는 1인2표제이기 때문에도 후보들간 '연대'는 더욱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중도성향 의원 33명은 22일 '정-임-김' 3자연대의 김혁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김혁규 후보를 지지한 의원들은 강길부 강봉균 강성종 강창일 김재윤 김종률 김형주 문희상 백원우 서갑원 신학용 안영근 양승조 유필우 윤원호 윤호중 이계안 이광재 이근식 이상민 이시종 이용희 이은영 이화영 정성호 조경태 조성래 조정식 최재성 최철국 한병도 홍재형 홍창선 의원이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현재 열린우리당 내에는 양대(정동영.김근태) 계파만 보이고, 국민에게는 대립과 갈등의 모습만 보이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중도 균형파 또는 구당파를 자임하는 중도 개혁 의원 33인은 김 후보가 내세운 제3 후보론에 동참키로 했다"고 지지 배경을 밝혔지만 1인2표제란 특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정-임-김- 3자 연대에 대한 지지다.

특히 '노심'의 리트머스지이며 노대통령의 '분신'이라고 하는 청와대 출신 친노모임인 '의정연' 소속 의원이 김혁규의원과 임종석 의원을 지지했다고 정동영파에서 발표했다. 강봉균(의정연 고문), 이광재, 백원우, 서갑원, 이화영 의원이 공개 지지했고 특히 대통령 비서실장이며 전 의장이었던 문희상 의원이 지지를 표해 눈길을 끌었다. 문 의원은 최근 유인태 의원(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당내 중립모임인 '광장파'를 만들어 39명을 참여시켰다.

'의정연'이 김혁규 의원을 지지한 것은 '정동영-김근태' 전면전을 막기 위해서 '제3후보'로 내세운 것이지만 김 의원이 정 고문과 손을 잡으면서 이러한 청와대 그림이 진가를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의 명단 발표에 이어 임종석 의원도 3일 뒤인 25일 연달아 발표했다. 지지 의원들은 강봉균, 강성종, 강창일, 김교흥, 김낙순, 김선미, 김영주, 김재윤, 노영민, 노웅래, 서갑원. 송영길, 안민석, 양형일, 염동연, 우상호, 우윤근, 윤원호, 이기우, 이목희, 이상민, 이영호, 이인영, 이화영, 정성호, 정의용, 조경태, 주승용, 최재성, 최재천, 한광원, 한병도 의원이다.

이들은 "우리는 통합의 대의에 앞장 선 임종석 의원과 함께 새롭고 강한 열린우리당,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정권재창출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열린우리당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선 이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임종석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염동연 의원을 포함, 양형일, 우윤근, 이영호, 주승용, 한병도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고 이인영, 노영민 의원 등 김근태계 인사들도 눈에 들어온다.

또한 25일 임종석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32명의 우리당 의원 가운데 강봉균, 서갑원, 이화영 의원 등 의정연구센터 의원들을 포함한 18명 가량이 김혁규 의원에 대해서도 직간접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지난 1.21 '정동영-임종석-김혁규'의 산성결의의 '후속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특정후보와 연대는 없다'고 했지만 이 지지의원 겹치기는 바로 연대의 증표이기도 하다.

지난 4.2 전대와는 달리 각 후보자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30명 이상의 동료 의원 명단을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있어 전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근태-김두관-김부겸, 착실하게 TK공략

'정-임-김'의 화려한 연대에 비해 김근태-김두관-김부겸의 '3김 연대'는 아직 눈에 띄는 활동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김근태 후보측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근태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추월했다'는 소식에 고무되기도 했지만, 곧 이것이 정동영 후보측이 자체 세력을 결속시키기 위해 유포한 '역소문'이라는 식의 냉정한 현실 판단속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3김 연대'를 통한 당권 장악을 기획하고 있다.

김근태 후보측 캠프 관계자는 “정치적 노선 등을 고려할 때 연대 가능성이 높은 쪽은 김두관 후보”라고 밝혀, '정-임-김 연대'에 맞서는 '김근태-김두관-김부겸 연대의 조기화' 즉 호남파에 맞서는 '영남 주축군'의 형성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을 뒷받침했다.

김근태 후보측의 이같은 영남 주축군 형성론은 김 후보가 지난 21~23일 3일간의 모든 일정을 대구·경북 방문에 할애함으로써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고문은 이 지역이 열린우리당의 취약지역임을 감안, 다른 지역에 비해 더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김근태 측에서는 "영남에서 김 고문 지지가 상당히 오르고 있다"고 매우 고무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1위표는 정동영 후보측에 뒤지지만 2위표는 앞선다는 즉 '정동영을 선택한 사람은 김근태도 선택할수 있지만 김근태를 선택한 사람이 정동영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분석하에 '1인2표'의 치밀한 표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김 연대의 한 축인 김두관 전 특보 역시 21일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돌며 기간당원대회에 참석한 뒤 22일에는 대구·경북 지역 공략에 나섰다.

이와 함께 김부겸 의원의 후원자를 자처한 이강철 청와대 전 시민사회 수석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전대를 전후해 청와대 인근에 횟집을 열어 소위 '횟집 정치'를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돌고있는 이 전 수석은 지난 4.2 전대에서 장영달 의원을 지원해 3위에 입성시킨 바 있다.

중립을 표방하는 한 초선 의원은 “ 이번 선거는 1인2표제이기 때문에 조직의 요구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직표를 가진 의원들과 인사들이 공략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강철 전 수석이 TK지역에 가진 조직표는 1인 2표제 하에서 공식지지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 외에 김근태 후보측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40대 후보군의 통합도 관심거리

지금까지 김근태후보나 정동영후보측과 연대의사를 밝히지 않은 40대 후보군들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출마한 후보군은 김영춘, 임종석, 이종걸, 김두관, 조배숙, 김부겸 의원 등 여섯 사람인데, 이중 조배숙 의원은 여성 당연직으로 이미 무혈입성하게 되어 5명간의 단일화 경쟁이다.
40대 후보중 임종석, 김두관, 김부겸은 '연대파' 다. 임종석 의원은 염동연 의원의 주선으로 정동영 후보와 연대를 성사했고, 김두관 특보는 김근태 후보와 연대했으며 무계파 성향인 김부겸 의원은 이강철 전 수석의 지지 속에 친노그룹으로 탈바꿈하면서 김근태 후보와의 연대를 모색중이다.

따라서 연대파인 임종석, 김두관, 김부겸을 제외한 나머지 김영춘 이종걸 의원 두사람은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40대 후보를 단일화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김영춘, 이종걸 의원과 무혈입성하게 된 조배숙의원은 모두 '반 유시민' 서명파이면서 동시에 정동영계이기 때문에 정동영파인 임종석 의원으로 후보단일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전대 후보중 가장 강력한 발언을 하고있는 김영춘 의원은 4.2전대 당시 유시민 의원의 '정동영 적대발언' 당시 '싸가지 발언'이라며 역공을 펼치기도 한 장본인이다.
이에 임종석 의원은 자신있게 2일 예선이 끝나고 본선에서는 지지율 높은 후보로 단일화될 것이며 단일화에는 '유시민파' 김두관 특보만 제외된다고 선을 그엇다.

이들은 4.2 전대가 '정동영' '김근태'의 대리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고 독자 목소리를 내겠다고 주장하며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장 지도부 입성이 기정사실화 된 '정동영, 김근태' '여성 한몫'을 제외한 나머지 '2자리'를 놓고 서로 내부 경쟁을 벌여야할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임종석 의원은 이들 40대들의 통합을 물밑에서 모색하고 있는데, 만약 임 의원이 40대 후보 통합에 성공한다면 이는 곧 정동영 후보에 힘이 실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김부겸 의원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지금은 각자 의지가 너무 강해 후보단일화를 거론하기 어렵다. 예비선거 이후에 논의되지 않을까 한다"면서도 "그러나 민주당과의 통합 등에서 각자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 단일화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원내대표 경선에선 일단 정동영 대세론 - 유시민 손발 묶여 김근태계 어려움 가중

한편, 24일 치뤄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이같은 치열한 세 대결에서 일단 정동영계가 표면적으로 승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동영계 김한길 의원이 김근태계가 밀고 있는 배기선 의원과의 대결에서 예상을 깨고 39표차로 압승했기 때문이다.

압승 요인은 당내 최대계파인 정동영 고문계가 당초 김의원의 출마에 소극적이었다가 선거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섰던 반면, 중도파인 배의원을 선택했던 김근태 고문계와 중진그룹은 지지 외연을 거의 넓히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여기엔 지방선거를 앞둔 일련의 ‘전시상황’에서 전략가로서 '지장형'의 김한길 의원이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는 '덕장형'의 배기선 의원에 비해 경쟁력의 우위를 보인 것도 낙승의 요인으로 지목되긴 하지만 결국 세력대결이란 경선의 한계상 정동영계가 승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김한길 의원의 넉넉한 승리는 ‘정동영-다수파’, ‘김근태-소수파’라는 당내 구도를 재확인해주었다.

정동영 후보측은 일각의 견제론에 대해 여유있는 분위기다. 전대에서의 대의원 표심이 ‘의장-원내대표’를 같은 색깔로 채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견제론의 논리이지만 실력차가 극명한 마당에 ‘견제론’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면, 김근태계의 우원식 의원은 “전당대회는 지방선거에서 누가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승리요인”이라며 “원내대표 선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김고문측의 표 결집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의원들의 표심을 그대로 대의원들의 선택으로까지 연결하는 것도 무리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김근태계가 현재 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열악한 영남 지역기반 가꾸기 자체도 버거운 판에 선거운동 판을 누비고 다닐 발까지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김 고문의 핵심 일꾼 유시민 의원의 손발이 다 묶인 상황이다.

김근태 계를 엮고 있는 이강철 전 수석이나 장관 입각을 한 유시민 의원은 우선 '당'에서는 한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의원을 모으는데 현실적 한계가 있었던 점에서 원내대표는 정동영계에 완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당내에서 유시민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강한데다가 '입각으로 당을 떠났으면서 당에 개입하느냐'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유 의원이 쉽게 대의원을 만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러한 당내 정서를 인식한 듯 유 의원은 입각과 동시 '참정연에 작별인사'(1월13일)까지 고하며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특히 전당대회 한가운데서 지난 1월8일 터진 '관악구 봉천동 유령당원'은 정당개혁의 모델인 기간당원제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기간당원제는 다름아닌 유시민 의원의 '정당개혁' 작품이다.

문제는 유령당원 문제가 터진 이 관악구 봉천동은 유기홍 의원 지역구이고 유 의원은 유시민 의원과 함께 참정연을 만들어 함께 해온 인물이라는데 있다. 또 이해찬 총리는 옆 지역구인 관악을이다. 알려지다시피 유시민 의원은 이 총리의 보좌관 출신이며 이번 입각 등 이해찬 총리의 힘이 컸다.
때문에 '유령당원' 폭로사건은 '유시민에 대한 정치보복'이 아니냐는 '음모적 시각'이 한편으로 있다. 유시민 의원은 지난 경북영천과 대구동을 재선거에서 기간당원 모집에 전력 투구를 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지금 현재 형국으로 볼 때 '유시민'이라는 김근태 후보의 왼팔이 잘린 셈이다.
정동영 호남파는 염동연 의원과 정동영, 임종석, 김혁규 등 후보군들이 모두 전면 나설 수 있는 조건인 반면, 김근태계는 의원도, 후보도 아닌 전직 수석과 인사청문회를 대기하고 있는 어정쩡한 상황에 있는 장관 내정자로서는 전면적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들기 어려운 형편이다. 때문에 현재 김근태계에서 뛰고 있는 사람은 이강철 전 수석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뒷심이 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전당대회가 약 한달 남아있기 때문에 판세를 쉽게 예단키는 어렵다. 각 계파는 조직을 동원한 세몰이와 후보간 합종연횡과 연대에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더욱 급피치를 올릴 것이다.

'영-호남' 지역 전면전, '정동영-김근태' 후보 전면전, '염동연-이강철, 유시민' 측근 전면전으로 치닫는 2.18 전대는 그 과정의 처절한 만큼 전대 이후 후유증 또한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분당은 이미 2.18 전대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