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결국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맡겼다. 무공천 고수에 대한 당 안팎의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심각한 내부 분열이 빚어지는 가운데 내려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전체가 승복할 수 있는 재론의 과정이 있어야 논란이 매듭지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시종일관 무공천 방침을 고수했던 두 대표, 특히 무공천을 선도했던 안철수 대표에게는 상처를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자신이 그토록 강조했던 약속이행의 정치에 제동이 걸리고 원점에서 재론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안 대표는 자신의 무공천 소신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지만 일단 한발 뒤로 물러선 모습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서는 "안 대표가 너무 기존 민주당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토로되기도 한다고 한다. 아마도 안 대표 자신이나 그 주변에서는 번번이 구 민주당 사람들과의 씨름에서 번번이 뒤로 밀리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을 법하다. 어디 무공천 문제 뿐이겠는가. 말이 통합 신당이지 내부를 들여다보면 온통 민주당 사람들 일색으로 당이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양측의 인적 자원 자체가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것은 도리없는 일이고, 이미 예견되었던 바이다. 이러다가 새정치연합이 도로 민주당이 되는 것은 아닌가, 안철수는 그 속에서 자신의 새정치 브랜드를 상실하고 파묻혀버리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 측과의 차별화 보다는 동질성 확인이 우선되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물론 통합 이전에 민주당과는 다른 독자 신당을 만들어 경쟁하려 할 때는 당연히 민주당과 차별화하며 민주당을 넘어서려는 접근법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졌고 그 변화된 환경에 대처하는 논리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 안 대표에게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현재까지 안철수 리더십은 제1야당 내부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말은 공동대표이지만 사실 그 위치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 대표가 그 자리에 오른 이유는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지지율이 유일한 기반인 리더십이야말로 취약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래 위의 성과도 같은 대표 자리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안 대표가 민주당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사람들의 상당 수가 안 대표에 대한 신뢰를 유보한채 아직 지켜보거나 혹은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단지 민주당 중심의 기득권적 발상으로만 매도할 일은 아니다. 그만큼 안 대표 자신이 제1야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데서 원인을 찾는 성찰적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안 대표의 입장에서야 무공천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확산된 상황 자체가 불만이겠지만, 어찌되었든 무공천 논란의 와중에서 국정원 문제도, 증거조작 문제도, 남북한 간의 위기 재연도 다 덮여져 버렸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정국대응 능력에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있고,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이 안 대표 자신에게 있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민주당과는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제1야당 대표로서 당원과 지지층들의 마음을 제대로 껴안고 가고 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직 리더십이 땅에 발을 딛지조차 못한 상태에서는 차이를 드러내려 하기 보다는,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읽어 마음을 얻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안철수 대표 측은 신당 창당 선언 직후에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간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눕혀 호랑이 굴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 할 것이다. 주먹 말고라도 호랑이의 무릎을 끓게할만한 뛰어난 경륜이나 능력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 경우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이 호랑이의 친구라는 것을 알림으로써 마음을 얻어 호랑이가 자신을 등에 태우고 달리도록 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길이 될 것이다. 맨손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간 사람이 살아남으려 한다면, 아니 호랑이 굴의 주인이 되려한다면 호랑이와 대결할 것이 아니라 호랑이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호랑이에게 ‘낯선 사슴’ 취급을 당하다가 끝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