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수사’ 이은 ‘논란 덮기’ 행보...야권 ‘면죄부 수사’ 반발, 특검 요구

출처 청와대
▲ 출처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10시 무렵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비슷한 시간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도 국정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박 대통령과 남 원장이 이날 서로 입을 맞춘 듯이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기조의 내용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개운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국정책임자와 정보수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베여 있다기보다는 전날의 ‘면죄부 검찰수사 발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담긴 것으로 보여 더 하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관리체계의 허점’이 대국민 사과대상으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남재준 국정원장을 재신임하면서 ‘잘못된 관행과 관리 허점’을 고쳐나가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사과에는 직접적인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잘못된 관행과 관리허점’으로 인해 ‘간첩’으로 낙인찍힌 유우성 씨에 대해 비록 판결은 아직 남아있다지만 잘못된 법 집행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언급은 있었어야하나 없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곱씹어보면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허점을 국민들에게 노출시킨 것 자체가 ‘심려 대상’이 됐기 때문에 사과하는 것으로 읽혀질 지경이다.

남재준 원장의 사과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증거서류 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지만 국정원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해서는 모른 체 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환골탈태해서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정원장으로서 책임지겠다”고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이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 원장 역시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관행’이란 말을 사용하며 모든 책임을 ‘관행’에다 돌렸다. 그러면서도 북한 무인기 침투 등 북한의 위협으로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로 국가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흔들리고 있는 데 대해 ‘비통한 마음’이라는 뜻도 밝혔다. 전날 서천호 제2차장의 사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이지만 ‘안보’를 빌미로 어딘지 ‘면피’할 구멍을 찾는 듯한 인상만 줬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해 반북정서의 보수층 여론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서 차장이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한 이상 대북-대공 정보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되고 특히 국정원 대공수사권에 정치권의 대한 공격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정치적 신호이기도 하다.

야권, “면죄부 수사로 ‘국가정보원’의 ‘국가조작원’ 오명 벗기 어려워졌다” 반발

그러나 박 대통령과 남 원장 사과의 근본배경이 되는 검찰의 ‘면죄부 수사’에 대한 논란이 꺼지지 않는 가운데 이 같은 행보는 ‘남재준 구하기, 논란 덮기용’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날 검찰의 ‘면죄부 수사발표’ 직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일어났던 청와대와 검찰, 국정원의 일련의 행보들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모 대공수사처장(3급) 불구속 기소 외 더 이상의 ‘윗선’은 없었고 검찰이 증거위조를 방조하지 않았다는 수사발표가 야기할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정황이 역력하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증거위조 사실을 알고서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공판 검사들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면서 “혼선을 초래하고 국민께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국정원 또한 마찬가지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직서 제출한다”는 차장의 사의표명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어 청와대가 나서 수사결과 발표에 따라 이에 대한 문책 차원에서 서 차장의 사표를 수리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박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 석상에서 남 원장은 국정원 기자회견을 국민들에게 사과하면서 마지막 행보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남 원장이 이러한 일련의 행보로 간첩조작 사건의 파문을 넘어가겠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검찰의 ‘면죄부 수사’ 자체에 대한 의혹이 여전한 만큼 논란 수습의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야당의 특검 요구와 국정원 책임자인 남 원장의 사퇴요구가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석상에서 “검찰은 국정원 간첩증거조작사건의 윗선이 없다고 면죄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며 “검찰이 결국 국정원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했다. 몸통은 손도 못 대고 깃털만 뽑았다. 검찰은 검찰 스스로에게도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더 이상 특검을 미룰 수 없게 됐다. 특검만이 답”이라며 “아무리 막장드라마라 할지라도 결말은 권선징악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잇따른 자살시도와 기억상실까지 전개된 국정원 간첩증거조작사건은 특검을 통해서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그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특검을 촉구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우선 국정원장을 문책인사하고, 특검을 수용함으로써 국정원에 대한 개혁의지를 국민께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과 남 원장의 ‘뼈를 깎는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도 “아직도 깍을 뼈가 남아있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남 원장은 더 이상 자신과 국정원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하며 “박 대통령도 남 국정원장을 싸안고 도는 것이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남 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3급 직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으로 이 중대한 사건을 종결지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국정원의 협력자인 김 씨가 말한 것처럼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국가조작원’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길이 없다”고 질타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결국 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검찰의 ‘면죄부 수사’에 대한 강한 불신을 해소하지 않는 한 박 대통령과 남 원장이 아무리 사과를 하고 국정원 개혁을 강조해도 이를 인정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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