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줄세우기, 금권선거,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구태 만연

사진제공: 새누리당
▲ 사진제공: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당의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대안으로 도입한 ‘상향식 공천’이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상향식 공천은 그동안 기초단위 지방선거에서 지역 국회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후보공천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공천장사’나 ‘밀실공천’이라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을 방지하고, 국민에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우선 당은 ‘하향식’ 공천을 주도했던 ‘공천심사위원회’의 명칭을 ‘공천관리위원회’로 변경, 당이 할 일은 ‘공천심사’가 아닌 ‘공천관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공천관리위 구성에도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참여 비율을 3분의 1 이하로 정해 그 영향력을 제한하려고 했다. 

또한 원칙적으로 당원과 지역 유권자가 50%씩 참여하는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를 실시하도록 했고, 지역사정에 따라 이를 여론조사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해 중앙당과 몇몇 유력 정치인의 뜻이 아닌 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려고 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러한 내용들을 발표하면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면서도 현실에 맞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당협위원장들 미움사면 경선은커녕 복당도 못해

그러나 막상 상향식 공천이 본격 실시된 결과 지난 14일까지 당의 기초선거 경선과정에 불만을 갖고 탈당 혹은 탈당 의사를 밝히거나 단식투쟁 등을 벌이는 현역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은 20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예비후보 자격심사 기간인 3월 16일부터 4월 14일까지 중앙당 공천위에 접수된 이의신청도 과거 ‘하향식’ 때와 비교해 갑절이 늘어난 200여건을 넘어섰다. 

14일 <폴리뉴스>가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 근처에서 만난 후보자들은 시도당 공천위가 본 경선 전에 1차적으로 후보들의 컷오프(후보압축)를 실시하다보니 그것을 주도하는 지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입김이 당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강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초여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당사 앞에서 3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마이크를 붙들고 항의 시위를 하던 홍건표 전 부천시장은 “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팽(烹)만 당했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홍 전 시장은 “9급 공무원 출신으로 시민들만 바라보고 공직생활을 했고, 시민들도 18대와 19대 부천시장으로 뽑아주며 지지를 보내줬다”며 “그러나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입김으로 지금은 후보경선 참여는커녕 복당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2012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던 홍 전 시장은 “무소속 출마 경력이 문제라면 다른 사람들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한다”며 “지난 대선에서 다른 무소속 출마 경력이 있는 인사들과 힘을 합쳐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고, 복당 약속도 받았지만 나만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배후로 현 부천지역 새누리당 당협위원장들의 자신에 대한 비토정서를 지적했다. 그는 “나는 중앙당이나 지역 정치인들과 연줄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시민들만 바라보고 시정을 했다”며 “그 과정에서 미움을 산 것들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0년 홍 전 시장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에 도전했을 당시 한 지역구 의원은 정몽준 중앙선대위원장과 당원들이 모인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홍 시장은 키가 작고 조금 못생겼다고 해서 표가 안 간다는 얘기가 있다”, “정치인이 아니라서 겉돈다는 얘기가 있다”, “조직이 없어서 표를 엮어내지 못한다고 한다”, “‘홍틀러’이고 무슨 일을 하면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주변의 말을 듣지 않고 한번 시작하면 밀어붙인다고 한다”는 등 축사로 보기 힘든 발언들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했다.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시도당 공천위 컷오프룰 악용 의혹

또한 다른 탈락자는 지역 시도당 공천위가 지역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공천룰과 컷오프 룰을 사실상 특정후보 밀어주기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산시장에 도전했다가 컷오프에서 탈락한 양진영 변호사의 경우 “경기도당 공천위는 애초 전과나 비리 연루자를 사전정리하고 경선후보를 정하는 방침을 세웠지만 갑자기 지난 9일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며 “그 여론조사도 한 사람이 세 번씩 전화를 받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 변호사는 김명연 도당 공천위 부위원장을 지목해 “김 의원이 권한을 남용해 본인의 지역구인 안산시장 경선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양 변호사는 “당 공천위 여론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김 의원은 여론조사를 공정하게 관리하여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선후보자에 선정된 조빈주 후보를 지지하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며 “또한 자신과 절친한 홍장표 전 국회의원의 휴대전화를 통해 조빈주 후보를 지지하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매우 불공정한 처사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지역과 후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고무줄 기준

시도당 공천위가 후보 컷 오프의 기준의 하나로 적용하는 전과기록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후보들을 탈락시키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는 후보들임에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나왔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지난 3일 현역인 김홍섭 중구청장과 유천호 강화군수의 범죄 경력을 문제 삼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지만, 두 후보와 지지자들이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는 거센 항의에 결국 14일 경선에 참가시키기로 결정했다. 

반면 경북 포항에서는 폭력·사기·뺑소니·음주운전 등의 경력이 있는 후보들이 컷오프를 통과했지만, 전과기록도 없고 의정활동 평가도 좋은 현역 여성후보들이 여론조사도 거치지 못하고 탈락했다.

금품제공, 여론조사 조작 통한 여론 왜곡 의혹도

시도당 공천위가 주도하는 컷오프 뿐만 실제 경선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다분하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후보자를 확정하기 위한 경선방식으로 지역 상황에 맞게 100% 여론조사 혹은 당원 투표50%와 여론조사 50%를 혼합한 방식들을 혼용하고 있지만, 두 방식 모두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김재원 중앙당 공천위 부위원장은 15일 “지난 5일 경선에서 강동구청장 후보로 당선된 임동규 후보자의 자격을 즉시 박탈하고 차점자인 최용호 후보를 공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임 후보의 선거운동원인 이모씨를 선거운동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하고 임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돈을 받은 계좌가 발견된 것뿐만 아니라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사업을 진행할 때 주민 설득을 위해 일당을 주고 동원하는 ‘OS(아웃소싱) 요원’ 조직을 피라미드식으로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여기에다 모성은 새누리당 포항시장 예비후보는 배우자와 형수, 선거사무장 등의 명의로 단기전화 170여대를 개설해 도당의 여론조사를 왜곡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모 예비후보는 신규 개설한 단기전화를 선거사무소와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한 뒤 응답률이 낮아 가중치가 높은 20∼30대로 연령을 허위 표시해 여론조작을 시도했고 실제 일차 컷오프에서 살아남았다. 

이후 이를 파악한 중앙당에서 모 예비후보의 자격을 박탈했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전화여론조사가 여론을 왜곡·조작해 부정경선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상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에 상향식 공천이 도입돼 ‘돈 경선’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 사무총장에 따르면 선관위는 상향식 공천을 위한 경선 과정에서 돈이 오고 간 사례를 일부 포착해 증거를 확보했으며, 전화 착신 전환 서비스를 이용한 여론조사 왜곡·조작, 당원 명부 유출 등에 대해서도 혐의점을 잡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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