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박 안전관리 제대로 했다면 불상사 재연되지 않았을 것”

정균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SBS
▲ 정균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SBS
“그때나 지금이나 사고 양상은 비슷한데, 당시에는 어른들이 죽었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어서 파급이 더 크다. 지금은 ‘내 애가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국민의 울분이 더하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학부형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 없는 사람인데도 저에게 전화를 걸어서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런 나라에서 살 수 있겠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마음 놓고 키우기 불안하다’는 것이다.”

정균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를 떠올리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서해훼리호가 침몰했던 지난 1993년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정 최고위원은 국회 상임위에서 해당 사고 관련 조사단장을 맡아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에 나선 바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의 재판 같다”고 밝힐 정도로 두 사고의 원인과 사고대응 양상은 비슷한 점이 많다.

서해훼리호 사고 원인으로 지적된 ▲운항 미숙(인적 요인) ▲선박 구조적 문제(선박 요인) ▲악천후 상황에서의 무리한 출항(자연 요인) ▲뒤늦었고 부실한 해난구조, 위기대응 컨트롤 타워 부재(행정 요인) 등은 이번 세월호 사고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서해훼리호 사고와 관련해 “정부측은 사고가 나자 몇 명이 탔는지 실종됐는지도 몰랐고 갈팡질팡 했다”고 밝힌 대목은 지금도 반복되는 문제다.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20여 년만에 비슷한 사고가 터진 원인을 두고 “안전관리 차원에서 ‘말로만 안전하게 운영을 하겠다’고 하고 끝낼뿐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정부가 (선박 안전) 관리만 제대로 했다면 이런 불상사가 재연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이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인재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국가가 관리를 잘못한 것이다.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이라며 정부쪽에 “안전관리에 대해 그렇게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18일 정 최고위원과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 정 최고위원은 1993년 의원 시절 국회 소관 상임위와 국정감사에서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관련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 그때와 똑같다.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의 재판 같다. 그때 조사단장으로 현장을 확인하는 일을 하면서 참으로 기가 막혔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서해훼리호는 승객 인원을 초과해 태웠다. 서해훼리호는 최대 탑재인원이 221명이었는데 300명 넘게 태웠다. 엄청나게 태워서 무게를 견디지 못했고 292명이나 죽었다.

몇 명을 태운지도 몰랐다. 규정상 서해훼리호 출항 전에 공무원들이 와서 체크를 하도록 돼 있는데, 전혀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 시내버스도 표를 확인하는데 서해훼리호는 그런 것도 없이 갔다. 그런 과정이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도 없었던 같다. 정부측은 사고가 나자 몇 명이 탔는지 실종됐는지도 몰랐고 갈팡질팡 했다.  

서해훼리호는 선박 구조상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세월호는 일본에서 10여년 간 운항한 (퇴역) 여객선을 증축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런 식으로 되지 않게 조심하고 관리책임자들이 체크만 잘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참 안타깝다. 그래서 이것은 인재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 학생들을 죽게 만든 기가 막힌 일이다.

▶ 서해훼리호 사고가 벌어졌을 때 사회 분위기는 지금과 비교할 때 어땠나.
 
- 그때나 지금이나 사고 양상은 비슷한데, 당시에는 어른들이 죽었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어서 파급이 더 크다. 지금은 ‘내 애가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국민의 울분이 더하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학부형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 없는 사람인데도 저에게 전화를 걸어서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런 나라에서 살 수 있겠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마음 놓고 키우기 불안하다’는 것이다.

▶ 서해훼리호 당시에는 사망자가 어른들이었는데 이번에는 학생들이다. 이번이 더 심각한 것 아닌가?

- 이번이 훨씬 심각하다. 어린 꿈나무들을 뱃속에서 질식사 시킨 것이다.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정부가 관리만 제대로 했다면 이런 불상사가 재연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 20여 년만에 이런 대형 참사가 왜 재발됐다고 보나?

- 더 깊이 조사를 한 결과를 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안전관리 차원에서 ‘말로만 안전하게 운영을 하겠다’고 하고 끝낼뿐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발된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이다. 안전관리에 대해 그렇게 소홀히 한 책임이라고 본다.

▶ 서해훼리호 조사단장을 맡았던 입장에서 볼 때 향후 세월호 사고의 진상규명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 지금은 이것저것 원인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것보다도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는 게 먼저다. 지금은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외의 내용에 대해 밝히는데 신중한 입장이다.

▶ 선박 사고의 경우 철저한 진상규명이 안 되고 덮히게 될 우려가 있다.

- 서해훼리호 당시에 (정부쪽에서) 덮으려고 했다. 그래서 제가 직접 확인하고 전라북도에 가서 대책회의도 하면서 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인재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국가가 관리를 잘못한 것이다.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이다. 이런 일이 21세기에 벌어진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데 역점을 두고 재발방지 대책, 안전불감증에 걸린 관계자들이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사실을 확인하고 재발장치 대책도 세우고 우리 어려움을 당한 분들을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 향후 대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실종자 가족 등 피해자들이다. 서해훼리호 조사단장을 맡았고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로서 이들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말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텔레비전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그분들이 애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내 가족이 그런 일을 당한 것 같아 눈물이 난다. 지금은 여야가 없고 전국민이 하나가 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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