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부실보고 받은 靑, 이후 정부 업무혼선에 공동책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대책을 지시했지만 이후에도 정부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대책을 지시했지만 이후에도 정부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정부 공무원과 세월호 선장, 선장, 그리고 선사, 나아가 정치권에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처리 지연 등에 대해 강도 높게 질책하면서 정작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 위기관리기능과 업무문제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사고와 정부의 무능한 대응으로 국민들이 충격으로 ‘패닉’에 빠진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번 사건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선장, 선원들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게 질책했다. 특히 선장과 승무원의 행위에 대해 “용납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단호한 엄벌의지도 나타냈다. 선사의 노후선박 구입과 구조변경 여기에 해운업협회의 비상식적인 관행 등을 지적하며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일벌백계도 다짐했다.

이번 사고와 직접적 책임이 있는 선장, 일부 승무원, 선사와 해운업계의 비상식적 관행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질타는 당연하지만 정작 이번에 비판의 대상이 됐던 정부의 구멍난 재난관리시스템에 대해선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과 초동 대처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의 안전정책, 점검, 위기대응능력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비용과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기존의 제도와 방식을 고쳐서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당부에 그쳤다.

이어 “저는 지난 4월 7일 회의 때 정부에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 내용을 잘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매뉴얼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을 들면서 “그런데 이번 사고를 보면 이 지시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정부의 대한 불신이 팽배한 원인을 ‘눈치만 보는 공무원’ 때문으로 돌렸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접한 것과 관련해 “국민들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이들 무사안일 공무원은 퇴출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재난관리 업무혼선이 사고 5일째까지 이어진 것에 비춰볼 때 아직도 현실과는 괴리된 느낌이다. 처음 꾸려진 안전행정부 중심의 재해대책본부가 제기능을 못하고 비난의 화살을 받고 국무총리가 관장하는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가 구성되는 등 정부의 혼선상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고 3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인명 피해 통계가 비로소 잡히는 이 기상천외한 상황을 두고 ‘반성’의 문제로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무사안일’처럼 비쳐질 지경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무능 시비가 다름 아닌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고 이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청와대, 허점투성이 보고 받아...정부 난맥상 드러나도 손 놔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사고를 대하는 정부의 최종 책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혼선은 다름 아닌 청와대의 혼선이고 청와대의 무능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선장에 대해 ‘살인’ 죄목을 붙일 정도의 강도 높은 질책 이상의 질책이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한 당일 오전 9시30분 무렵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고 보고를 받고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 또 인근의 모든 구조선박까지 신속하게 총동원해서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며 “여객선의 선실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9시30분 무렵이면 세월호와 진주관제센터와 긴박한 교신이 마지막으로 이뤄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사고와 구조현황 파악 등 필요조치를 취하고 있던 김장수 실장의 당시 보고내용을 추정해보면 심각한 인명피해를 예상하지 않은 정황이 묻어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로부터 ‘안일한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보고’마저도 ‘허점투성이’였던 셈이다.

또 박 대통령은 해양경찰청장에게 모든 인력과 장비, 구조선박 총동원을 지시했지만 이 또한 사고 당일이 아닌 18일 무렵에서야 겨우 틀을 잡아갔다. 대통령은 명령했지만 일선은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명령’은 있지만 ‘실행’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17일 저녁 박 대통령에게 하소연한 ‘핵심’도 바로 이 부분에 있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차라리 현장을 지켜야 공무원들이 움직일 것이 아니냔 하소연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이는 정부를 이끌어나가야 할 청와대가 정부부처에 대해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부처간 업무의 벽이 존재한다손 하더라도 청와대가 나서 이를 신속하게 없애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상식인데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움직였다는 정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16일 오전 청와대가 해당부처로부터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도 않은 채 성급하게 박 대통령의 발언 브리핑이 나간 것도 문제였고 이후 상황 점검과정에서도 정부의 혼선을 막아나가야 할 책임은 청와대에 있었음에도 손을 놓고 있은 것도 청와대였다. 사실상 지금 정부가 받는 비난의 절반 이상은 청와대가 받아야 할 몫임에도 이를 ‘눈치만 보는 공무원’ 탓으로 돌리는 상황이다.

구조를 위해 해군이 동원된 것도 18일 무렵부터다. 안전행정부 차원에서 업무협조를 넣어 진행한 일인지 아니면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처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 책임은 국정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가 제 기능을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중요한 컨트롤 타워 기능보다는 박 대통령의 현장 방문 일정 등 재난 행보 쪽에 치우친 업무에 더 매달린 것처럼 보인 것도 비정상이었다.

국민 패닉은 ‘정부 불신’ 때문, ‘정부 불신’의 정점에 청와대 있어

국민들이 ‘패닉’에 빠진 근본 이유는 사고 자체에 대한 충격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국민 안전의 마지막 보루인 정부를 믿을 수가 없다는 절망감이 ‘패닉’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불신의 정점에는 다름 아닌 정부를 관장해야 할 책임이 있는 ‘청와대’가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국정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에 대한 질책이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부의 심각한 업무혼선에 대해 ‘반성’만 주문했을 뿐이다. 이는 사고의 모든 책임을 선장, 일부 승무원, 선사에 돌리고 이와 관련한 해운업계의 ‘비정상의 정상화’만 추진하면 된다는 인식의 일단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정치권의 비협조에 대한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현재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과 선박안전 관련 상당수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선장의 승객들 유기 관련 책임 법안도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다”며 “이런 것들이야말로 민생법안이고, 국민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정부와 국회,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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