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아랫 사람들 탓만 할 일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있은 국가적 초대형 참사를 개탄하면서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과 공무원들의 안일한 근무기강 등에 대한 총체적 재정비를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다면서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도 했고,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고 대처에 무능력한 모습을 보인 정부를 향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대통령의 질타였던 셈이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정부 대처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부 부처와 공무원들에게 경고를 보낸 일은,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대통령으로서 응당 할 일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같은 질타를 접하면서 후련함보다는 공허함이 앞서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정작 대통령 자신의 잘못에 대한 성찰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책임을 아랫 사람들에게 돌리고 대통령 자신은 그 잘못의 대열에서 빠져나와 선긋기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국민에게 참회하는 정부의 모습은 아직 찾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아랫 사람들을 질책하면서 철저하게 3자적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제3자적 위치에서 평론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다. 마치 정부와는 별개의 존재인 듯, 아랫 사람들의 책임은 엄하게 묻겠다면서 정부의 수반인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664항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임을 밝히고 있다. 헌법까지 들출 것 없이, 지금의 정부를 가리켜 우리는 박근혜 정부라고 부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라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 아래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의 최종적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은 정치를 모르는 아이들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 부처들과 관료들의 잘못은 곧 대통령 자신의 잘못인 셈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 삼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리고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안전한 한국사회를 만들겠다며 안전정책들을 추진해왔다. 박 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행정안전부의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꿨고 국민안전종합대책까지 내놓았으며 안전정책조정회의도 만들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심의 위기대응 시스템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이번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참사 앞에서 속수무책의 상황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오히려 현실과는 동떨어진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를 탓해야 할 것인가. 박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했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그리고 자기 아래에 있는 정부 부처들과 공무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데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먼저 말하는 것이 순서 아니었을까. 청와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대통령은 구조작업이 다 끝나고 난 이후에 사과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번 일이 어디 그럴 일인가. 정부가, 아니 대통령이 수없이 자기 탓을 하고 머리를 숙여도 모자란 일이다  

그까짓 사과 한마디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자기 탓을 한다고 어린 생명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겠는가. 그조차도 허망할 뿐이다. 그러나 구조에도 무능력했던 정부,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정부여당 인사들의 잇따른 모습을 보면서, 아랫 사람 야단치기에 앞서 자신의 탓부터 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남아서이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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