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세월호 수습, 무위로 끝난 ‘국정원 개혁’ 재판(再版) 가능성 커

세월호 침몰사고는 ‘진실’이 자리를 못 잡은 ‘대한민국 사회’의 신뢰위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이에 세계 언론은 이번 사고를 두고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건의 발생 자체가 후진적인 데다 정부의 무능한 대응, 여기에 정부가 자기 잘못을 감추려는 행태, 국민들의 정부의 불신 팽배 등은 후진국 사회가 보여 온 전형적인 패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지닌 ‘진실’과 ‘신뢰’의 기반이 얼마나 허술하고 허약한 지를 바라보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는 상황이다.

‘진실’과 ‘신뢰’의 기반구축 없이 경제성장 만능주의에 입각해 무역규모 1조 달러 대 무역입국과 국민총생산 3만 달러 달성 이상 등의 지표를 통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허상’임을 여실이 보여줬다. 나아가 지금 당장 ‘진실’과 ‘신뢰’ 구축 없이는 그나마 지난 시기 국가적 성과마저도 온전히 유지할 수 없다는 ‘진실’ 앞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신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정부의 발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이미 예고돼 왔다. 대표적인 사건이 ‘천안함 침몰’이다. 당시에도 세월호 사건 당시와 똑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로 당시 국방부의 무능한 대응 및 여러 다른 논란들을 묻어버렸다.

구체적인 물증을 제대로 찾아내 이를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에게 설명하면서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높이는데 실패하고 ‘북한 소행’으로 결론냈다. 그 결과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 때문에 ‘천안함 침몰의 진실’은 훼손되고 ‘합리적 의심’이 고개를 들면서 진영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정부의 신뢰도가 하락할 경우 나타나는 지표가 ‘합리적 의심’의 확산이다.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합리적 의심’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군의 부실 경계와 허위보고가 심각해 국민들의 군 수뇌부 문책 요구가 높았다. 이에 감사원은 2010년 6월 군 지휘부 등 25명에 대한 징계를 군에 요구했으나 이는 국민 비판여론을 희석하기 위한 ‘보여주기’에 불과했다.

실제 이후 김동식 전 해군 2함대사령관 등 해군지휘부 소속 간부는 보직을 새로 받거나 영전하기조차 했다. 당시 천안함 함장과 해군 전대장도 징계유예 정도에 그쳤다. 북한의 공격에 46명의 장병이 수몰한 사건임에도 해군 지휘부는 문책에서 피해나갔다. 모두가 ‘북한 소행’이라는 정치적 피난처에 숨어든 것이다.

그러면서 이후 ‘천안함 침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왜 정부의 공식발표를 믿지 못하느냐”며 ‘종북’의 색깔론을 펼쳤다. 그것이 ‘전가의 보도’가 됐고 정치적 방패막이 됐다. 천안함 사건 이후 펼쳐진 여러 정치적 사건들은 이와 같은 전철을 밟았다. 언제나 ‘진실’은 애매하게 희석되고 ‘꼬리 자르기’가 일반화됐다.

세월호 침몰 사건 직전 경기도 파주 등지에서 발견된 3대의 무인항공기 논란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판박이처럼 흐른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부 중앙합동조사단이 지난 4월 11일 발견된 무인기 3대가 ‘북한제’로 발표했지만 ‘북한제’라는 구체적인 물증은 제시하지 못하고 정황 증거만 내세웠다.

정부의 부실한 결론에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팟캐스트에 출연해 정부발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조선일보> 등 언론에 보도된 정보를 토대로 무인기들이 ‘북한제’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고 이는 곧바로 ‘종북’ 논란으로 번졌다. ‘진실’은 훼손되고 정치적 진영 싸움으로 만든 것이다.

사실규명은 사라지고 ‘북한을 옹호하는 종북 세력’이란 정치적 공세만 남기면서 ‘이념적 진영 대립의 장’에서 ‘누구 편이냐’를 두고 막장 싸움을 벌이는 형국을 조성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국방부는 영공 침탈과 부실한 조사와 대응 등으로 인한 ‘책임문제’에서 벗어났다. 진실을 훼손해 자신의 안위를 꾀했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게 한 것이다.

박근혜정부 세월호 수습, 무위로 끝난 ‘국정원 개혁’ 재판(再版)될 가능성 커

이러한 사건 전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6년 동안 여러 정치사회적 사건에서 반복돼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당연히 추락했다. 이에 반비례해 사건과 사고가 터지면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심지어는 ‘음모론’이나 ‘조작설’과 같은 유언비어까지 나오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유언비어가 나도는 데 대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불순한 의도”라며 정부를 불신하는 사회와 국민을 탓하며 ‘엄벌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국민이 정부 발표를 못 믿게 만들고 유언비어가 돌 수 있는 토양을 만든 책임은 정부 자신에게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 또한 정부의 지금까지의 관행을 비춰볼 때 ‘희생양’을 찾아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도로 ‘없었던 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천안함’이나 ‘북한 무인기’처럼 ‘북한의 소행’이라는 모든 것을 묻을 수 있는 ‘전가가 보도’ 대신 선사인 ‘청해진 해운’과 책임을 방기한 ‘선장과 승무원’에게 모든 사회윤리적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은 또 다른 ‘국정원 개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신뢰’를 높여 나가는 방향이 아닌 한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지난 대선 불법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8월 박 대통령과 남재준 원장은 국정원 불법에 대한 실체규명과 반성과 문책 없이 뼈를 깎는 ‘국정원 개혁’을 약속했다. 하지만 모두가 ‘거짓’으로 드러나는 데는 불과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사건 바로 전날인 4월15일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남재준 원장은 또 한 번 잘못된 관행을 언급하면서 “뼈를 깎는 개혁”을 재차 약속했다. 이는 지난해 한 강도 높은 개혁 약속은 ‘거짓’이고 국면을 회피하기 위한 ‘보여주기’ 이상이 아님을 드러낸 것에 불과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도 비슷한 흐름이다. 전날인 21일 사고 발생 이후 무능의 본산이던 청와대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8개 항목의 재난 조치사항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당연히 해야할 일상 범주를 넘어선 것이 아니었다. 이는 달리 사고 이후 일주일 동안 청와대는 이 조차도 하지 않고 무얼 했는지 의심만 들게 할 뿐이다.

또 박 대통령은 재난관리 매뉴얼을 현장에서 재점검해서 철저하게 보완하라고 했지만 이 또한 당연한 지시일 뿐이라 허무해 보인다. 정부의 ‘재난 관리체계’도 국정원 개혁처럼 ‘뼈’를 깎으란 주문과 비슷하다. 가장 먼저 선행해야 할 무너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한 대책은 없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을 중벌에 처하고 청해진해운과 이 회사의 오너에게 책임을 물으면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국민이 패닉에 빠진 것은 이 사건으로 드러난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와대와 정부는 드러난 자신의 ‘무능’을 공개하고 이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박 대통령이나 정부가 이번 사고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 수준이 ‘과거 정부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정상’으로 치부하면서 넘어가려 할 경우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위기관리 수준이 참여정부 수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이미 나오고 있다. 나아가 국민의 비난 목소리를 ‘유언비어’로 몰아가선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지금 국민들은 지난 6년 동안 무너져 내린 정부의 신뢰에 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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