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 되살리지 않는다면 영원히 재난상태서 벗어나지 못할 것”

한국작가회의가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우리 사회를 본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21일 ‘참담한 심정으로 호소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에 최선을 다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입시와 경쟁에서 벗어난 잠깐의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고 어린 생명들이 스러졌다”며 “기대에 부푼 학생들이, 모처럼의 여행을 떠난 이웃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은 가족들이, 혹은 매일의 고단한 업무를 묵묵히 지켜왔던 사람들이, 뱃전에서 소란스러웠을 그 나날의 삶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곤두박질쳤다”고 적었다. 이어 “위기에 처한 이웃을 구하지 못하는 공동체는 더 이상 공동체가 아니며,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는 어른들은 어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사고 이후 보여지는 온갖 행태들에 우리의 경황없는 슬픔은 들끓는 분노로 바뀌었다”며 “사고가 난 배는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어떤 개선도 없이 수백 명의 승객을 싣고 위험한 바다를 오갔다”고 꼬집었다. 이어 “배가 침몰하기 전 두 시간여 동안 국가의 재난구조 시스템은 전혀 작동되지 못했다”며 “대책본부는 정확한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헤매느라 안타까운 시간들을 다 흘려보냈다”고 전했다. 
 
작가회의는 “세월호 침몰의 현장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사라진 우리 사회를 본다”며 “선박회사의 이윤을 위해 노후한 배의 운항을 연장하는 법이 통과됐고, 객실 수를 늘리기 위한 증축이 허용됐다”고 성찰했다. 이어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의 대부분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이었다”며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선전하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데는 무능했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승객이 승선권 개수로 환원되거나 화물이 물량으로 계산되는 곳에서 인간의 생명이 보일 리가 없다”며 “권한과 책임을 가지지 못한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행정 편의와 정부 부처 간 역할 나눔의 논리로는 위기상황에 빠진 생명의 급박함을 보지 못한다”며 “자본의 논리 속에서 이기적 욕망을 합리화해 온 우리 사회의 천박함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낳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세월호 참사를 뼈저리게 느끼며 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문학의 정신을 다시 생각한다”며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를 다그쳤던 우리들의 조급함이 이같은 참사를 불러 온 건 아닌지 돌아보며 마지막까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고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되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재난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며 “안타깝게 스러져간 분들의 평안과 명복을 빈다. 참담함 이루 말할 수 없으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애도와 사랑을 담아 절한다”고 전했다.

한편, 24일 세월호 탑승자 476명 중 사망자는 159명, 실종자는 143명, 구조자는 174명이다. / 손정호 기자 son50@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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