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정권 차원 문제 아냐, 대통령은 사회 방향 놓고 근본적 논의해야”

6.4 지방선거 대구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김부겸 민주당 대구수성갑 지역위원장./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ejlee@polinews.co.kr
▲ 6.4 지방선거 대구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김부겸 민주당 대구수성갑 지역위원장./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ejlee@polinews.co.kr
6.4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조용하다. 최근에는 오전, 오후 정기적으로 이뤄져 왔던 여야 대변인 브리핑도 없고, 새누리당은 아침 지도부 회의도 취소하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 정치인 보는 것이 힘들 정도가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최고위원은 24일 통화에서 “지금 특별히 세월호에 대해 할 얘기가 없다. 정국을 주시하고 있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한 원로 정치인은 “한동안 자숙하고 지내겠다”고 말했다.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 참사 현실, 세월호 참사 실종자를 구조 중인 상황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참사 발생 이후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여론의 잇단 뭇매 등으로 정치인들이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내달 15일 후보 등록을 앞두고 선거 일정이 빠듯하지만, 정치권에선 “‘선거’의 ‘선’자만 꺼내도 욕 먹는다”며 여론 추이에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일각에서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 무능론’을 들고 나올 것이며 정부‧여당은 ‘사퇴 카드’로 반전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피해자들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셈법’에 골몰하거나 정쟁에 빠질 우려가 고조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시장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수성갑 지역위원장인 김부겸(56) 전 의원은 “(내각 총사퇴는) 섣부르다”며 “‘정말 현재 찢어진 (국민의) 마음을 달랠까’ 하는 게 먼저 돼야 한다”며 소신 발언을 하고 나섰다.

김 전 의원은 24일 오후 <폴리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용기를 내고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보여주는 것은 대통령 외에 누가 있나”며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길 원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 수사도 하고 (대책도 세우면서) 그렇게 해달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국민들은 (지금 내각 총사퇴 같은) 정치적인 것으로 해달라는 게 아니다. 정말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는 것인지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국민의 민심을 수습하는 성명을 내셔서 국민들한테 ‘아픔을 딛고 심기일전하자’는 메시지를 주시고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정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의 성격에 대해 “(세월호 참사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두꺼운 기득권 구조, 타성, 거기서 오는 안일함이 전부 드러난 것”이라며 “(대통령이) 선거에 관계없이 정치 지도자, 사회자 지도자들을 초청해 ‘정말 어떻게 하면 좋겠나,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면 좋겠나’는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정말로 근본적인 것이 돼야 한다. 그렇게 (논의를) 해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못 그리면 희망이 없다. 이에 대해서 대통령이 절감해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 세월호 참사로 나라 전체가 슬픔에 빠진 상황이다. 드러난 문제를 보면 총체적 난국 상황인데 어떻게 보고 있나?

- 국민의 마음이 착잡한데 이에 대해 (언론에) 말을 하는 자체가 국민에게 예의가 아니다.

▶ 지금 국회에서는 대변인 브리핑조차 없을 정도로 정치인들이 입을 닫았다. 그러나 결국 정치권이 이 사태의 원인규명,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지 않나.

- 지금은 국민들 마음이 풀어져야 한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결국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것은 대통령과 정치지도자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께서 국민의 민심을 수습하는 성명을 내셔서 국민들한테 ‘아픔을 딛고 심기일전하자’는 메시지를 주시고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정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럴 때 대통령께서 정말 우리 현실을 냉혹하게 봐야 한다. 관료조직이 국민의 삶과 국민의 생명과 동떨어져 있는 것을 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두꺼운 기득권 구조, 타성, 거기서 오는 안일함이 전부 드러났다. 우리 스스로가 뭔가 (대책을) 이야기할 때 구두선으로만 얘기하고 실질적으로 (참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책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통령께서 적절하게 국민을 달래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선거에 관계없이 정치 지도자, 사회자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정말 어떻게 하면 좋겠나,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면 좋겠나’는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종교적으로 말하자면 (사회 전반의) ‘대각성 운동’일 것이다. 권력은 국민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용기를 내고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보여주는 것은 대통령 외에 누가 있나.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길 원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 수사도 하고 (대책도 세우면서) 그렇게 해달라.

정말로 근본적인 것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못 그리면 희망이 없다. 이에 대해서 대통령이 절감해주시길 바란다.

▶ ‘내각 총사퇴’ 가능성이 거론된다.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총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는데.

- 그것도 섣부르다. 국민들은 정치적인 것으로 해달라는 게 아니다. 정말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는 것인지를 쳐다보고 있다. 근본적인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총사퇴)보다는 정말 현재 찢어진 (국민의) 마음을 달랠까’ 하는 게 먼저 돼야 한다. 그 이후에 원인, 대책을 봐도 된다. 정말이지 부모된 입장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 김 위원장은 당내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대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을 고민 중인가?

- 그것(을 얘기하는 것)조차도 죄스럽다. 그것조차도 국민들에게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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