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위해 미국 찬성, 피봇투아시아와 일본 자위권 강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의 결정문을 의결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지속적으로 유지해 오던 평화헌법에 대한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탈바꿈하게 됐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최소한의 방위 외에 전쟁과 무력행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헌법 9조를 유지해왔다. 아베 신조 총리는 1차 집권 때도 이 평화헌법을 개헌하려는 시도를 했고, 2차 집권 초반에는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개헌을 시도했다.   

1일(현지시간) 외신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행정부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우리나라의 국무회의에 해당되는 임시 각의를 통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문을 의결했다. 

일본 아베 행정부는 이날 각의 결정문을 통해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 자유, 행복 추구 권리가 위험해지는 위험이 있는 경우, 배제할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을 때, 최소한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위 조치로 헌법상 허용된다는 판단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드디어’ 자신의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다음 목표를 헌법 해석 수정이라는 외피적 체제 변화가 아니라 개헌이라는 내피적 체제 변화라고 보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일본을 점령했던 연합군총사령부가 주도해 만든 현재의 평화헌법 체제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요구와 이해에 따라 전쟁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반적인 국가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입장에서는 2차 세계대전과 피폭에 대한 피해주의에서 벗어나 강한 일본을 건설하기 위한 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본이 침략했던 한국과 중국 등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사과와 보상이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1차 집권 때 개헌을 추진하다 지지율 하락으로 1년 만에 물러난 전례가 있다. 2012년 말에는 2차 집권에 성공하고, 개헌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당시 아베 총리는 개헌 발의요건을 국회의원 3분의2로 정한 헌법 96조를 개헌하려고 시도했다. 평화헌법 개헌 발의를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2가 찬성해야 하는데 이 현실적 벽이 너무 높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 벽을 낮추는 시도를 먼저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개헌 발의요건을 과반수 찬성으로 수정하려고 했지만, 자민당 일부 의원들과 연립 정당인 공명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7월 1일 평화헌법 9조에 대한 해석을 수정하면서 행정부의 해석에 따라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베의 꿈이 헌법 해석 수정에서 그치지 않고 개헌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베 행정부는 각의 결정문을 통해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태 발생시 자위대 출동 절차를 신속히 하도록 검토한다”,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후방지역과 비전투지역으로 구분하지 않고 다른 국가 군대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헌법 해석 수정과 관련해 후속 법적 조치 등을 취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헌법 해석 수정이 일회성 국내 정치용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 속에서 일본의 먼 미래를 내다보고 놓은 큰 그림을 위한 ‘한 수’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견제 위해 미국 찬성, 피봇투아시아와 일본 자위권 강화

아베 신조 총리가 개헌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우리의 우방이기도 한 미국이 힘을 실어주는 오묘한 형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1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일본의 새로운 집단자위권 정책을 환영한다”며 “미·일동맹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베 행정부의 집단자위권 의결은) 일본이 세계 및 지역 평화와 안정에 더 크게 기여하는데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다”며 “미·일 방위지침 개정을 통해 동맹을 현대화하는 지속적인 노력에도 힘을 보탤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본 정부와 UN 헌장에 따른 집단자위권 행사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논의를 해왔다”며 “집단자위권 행사 등 일본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아시아 회귀정책으로 미국 외교의 중심 틀을 아시아로 이동시킨 가운데 미국 국방예산이 줄어든 점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일본의 집단자위권 의결을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미국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G2로 부상한 중국인데, 일본의 군사대군화는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고 싶어하는 EU, 호주, 러시아 등도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편,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1~22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행정부의 지지율은 43%로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행정부의 지지율은 45%를 기록했고,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일본인은 절반을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1차 집권 때부터 지속적으로 개헌을 시도해온 일본 정통 보수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개헌 시도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개헌 논의와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미․일동맹 강화라는 명분 아래 국제사회에서 현실 정치적 측면의 당위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 손정호 기자 son50@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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