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벗어나는 데에도 정치적 기술 필요, 원인 분석하고 대책 모색해야”

이종훈 정치평론가 (사진=이은재 기자)
▲ 이종훈 정치평론가 (사진=이은재 기자)
이종훈 정치평론가가 갑의 정치학과 관련해 “갑은 자신에 대한 장악력, 고독에 대한 내성, 공포에 대한 저항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인생은 정치다>라는 책을 출간한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3일 서울시 양평동 본지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임원 이상 CEO까지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 상당히 정치력이 있다”며 “갑이 됐을 때에는 타인에 대한 것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장악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CEO가 되거나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독에 대한 내성이 필요하다”며 “고독을 이기지 못하면 측근들에게 과도하게 의지하는 현상이 생기고, 측근에 완전히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갑은) 공포에 대한 저항력도 있어야 한다”며 “본인이 두려워지면 역으로 공포 정치를 하게 되는데, 내가 두려우니까 주변 사람들이 적으로 느껴지고, 과민반응을 하게 되면 공포 정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생활정치로써 왕따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내 아이가 학교 내 권력 변수 중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진다”며 “그런 극한 상황을 극복하게 하는 것도 정치적인 기술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 본인이 정치적 기술을 활용할 수 있거나, 부모가 정치적 기술을 조금만 활용할 수 있으면 왕따를 벗어날 수 있다”며 “본인이 왕따를 당하는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왕따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학교에도 권력관계가 있다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학교 생활을 분석했다. 

‘학교에 무슨 권력관계가 있냐’고 생각하기 쉽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왕따가 존재하고 빵셔틀이 있고, 그것을 시키는 일짱들이 있다. 확실히 권력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구분된다. 또 일등이 있고 꼴등이 있다. ‘일등이라는 성적이 권력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성적과 학력은 엄청난 권력이다. 공부를 잘하면 선생님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 우등생들은 사고를 쳐도 적당히 넘어가 준다. 징계를 받을 것도 훈계로 그친다. 과거에는 공부를 잘하면 반장까지 했다. 선생님들이 반장까지 지정했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학교 내 권력이 다변화됐다. 예전에는 주로 공부 잘하는 교권이 있고, 싸움을 잘하는 짱권이라는 두 개의 권력이 있었다. 요즘에는 예능 쪽 재능이 있다든지, 운동을 굉장히 잘해서 반장이 되는 친구들도 생기는데 이것을 예권이라고 표현한다.        

부모들의 경제력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빵이라도 하나 더 사주는 친구가 학교 안에서 인기가 있다. 경제력도 영향을 미친다. 비주얼 시대이기 때문에 잘생긴 것도 권력이 된다. 미권이라고 표현했다. 잘 생기면 호감과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영향력도 더 많이 갖게 된다. 과거와 달라진 현상들이다.

내 아이가 학교 내 권력 변수 중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진다. 부모도 그것을 알게 되면 마음이 괴롭다. 왕따는 심각한 문제이다. 왕따로 자살하는 아이들도 생긴다. 그런 극한 상황으로 몰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도 정치적인 기술이다. 아이 본인이 정치적 기술을 활용할 수 있거나, 부모가 정치적 기술을 조금만 활용할 수 있으면 왕따를 벗어날 수 있다. 본인이 왕따를 당하는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왕따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여러 가지 권력 분야가 있다. 공부는 못하지만 예능이나 스포츠 중 어느 한쪽에 재능이 있다면 그쪽으로 집중해서 학교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것을 좋아하는 팬들이 생기면 왕따 가해자들도 조심하게 된다. 

동료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면 친구의 형이나 누나 등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학교에서 2학년인데 내 친구 형이 3학년에 있다면, 그 형이 가끔 반에 와서 아는 척을 해주기만 해도 괴롭히던 친구들이 주춤한다. 그 형이 음악을 잘한다든지 무엇을 잘해서 학교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잘 나가는 형이라면 괴롭히던 짱들도 흠칫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형의 싸인을 받아달라고 하는 등 태도가 바뀔 수 있다. 살이 쪄서 외모 문제로 왕따를 당하고 있다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옷이라고 깔끔하게 잘 입고 다른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왕따를 시키는 주동자가 있고, 어쩔 수 없이 쫓아서 하는 부류들이 있다. 그렇게 소극적으로 동참하는 부류 중 얘기가 통할 만한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읍소 전략을 구사한다면 도움이 된다. 부모 입장에서는 학교 선생님에게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관심을 갖도록 말씀을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선생님이 왕따 가해자에게 한두마디만 해줘도 왕따 압박이 상당히 줄어든다. 

반장 선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95% 이상의 학부모들이 내심 자기 자식이 반장이 되길 바란다. 반장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는 부모들도 잘 몰라서 아이들에게 맡긴다. 부모 입장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헬리콥터맘들처럼 아이들을 불러서 밥을 사먹이는 등 실제 선거판이라면 불법적일 행위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준비 과정에서 연설문을 쓸 때 도와주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면 설령 반장선거에 나가서 떨어지더라도 그 경험이 밑바탕이 된다. 

국회의원 90% 이상이 반장 출신이다. 권력의 맛, 권력이 갖는 의미를 잘 안다. 반장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거기에 있다. 반장을 해보거나,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면 선생님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안다. 반장을 하면 심부름도 해야 하고 많은 노고를 치러야 하지만 반대급부로 얻어지는 것도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고 있는 사람은 다르다. 현실 정치판의 국회의원들은 사회의 질서를 만들고 장악하는 사람들이다. 해본 사람과 안해본 사람은 차이가 크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 ‘서열은 학기 초에 형성된다’고 썼다. 

반이 바뀌면 권력 이동이 있다. 다른 반 출신들이 모이다 보니까 그렇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갈 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 때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각자의 배경이나 소문에 대해 잘 모른다. 이 친구가 짱인지 1등인지 모른다. 그때가 권력 약자 입장에서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 굉장히 좋은 기회이다. 초등학교 때 왕따였다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변신해봐야겠다고 한다면 겨울방학 동안 노력해서 외모도 바꾸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도 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반장 선거에 도전하는 등 과거 밑 단계 학교에서 있었던 자신의 이미지를 탈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내 아들도 그렇게 했다. 초등학교 때 살이 쪄서 왕따를 당했고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그랬다. 중학교 고학년 때부터 체중을 줄여서 슬림해지고 서서히 왕따를 벗어나고 자신감을 얻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반장 선거에 나가서 결국 반장을 했다. 이런 과정들은 정치력을 통해 문제를 극복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한번 극복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영역에서도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 직장생활 속 정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직장에서도 왕따가 벌어지는 일이 많다. 학교보다 훨씬 상황이 다양하다. 왕따 말고도 실적 가로채기, 아이디어 가로채기, 인사철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으로 누락시키는 일 등이 있다. 사내정치, 오피스 폴리틱스가 굉장히 횡횡한 것이 현실이다. 사내정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썼다. 사내정치와 관련해 2010년 사례별로 분류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사내정치의 기술>이라는 책을 썼다. 이번 책에서는 조금 더 진전시켜서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썼다. 입사할 때 어떻게 하면 나를 더 돋보이게 해서 뽑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전술도 있고, 입사 후 승진의 정치학도 있다. 어떻게 하면 승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고 남보다 앞서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갑의 정치학, 을의 정치학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기업에서 활동하거나 거래를 할 때 을이다. 을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는 게 나에게 유리한가. 갑은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임원 이상 CEO까지 올라간 사람들을 보면 상당히 정치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이 됐을 때 경계해야 할 것들이 있다. 갑이 됐을 때에는 타인에 대한 것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장악력이 더 필요하다. CEO가 되거나 대통령이 되면 고독해진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고독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기 때문에 고독에 대한 내성이 필요하다. 이것을 내고독력이라고 표현했다. 고독에 대한 내성이라는 말이다. 고독을 이기지 못하면 측근 정치를 하기 쉽다. 측근들에게 과도하게 의지하는 현상이 생기고, 측근에 완전히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공포에 대한 저항력도 있어야 한다. 잘못된 한번의 결정으로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라면 잘못하면 전쟁으로 갈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도 있다. 두려운 것이다. 본인이 두려워지면 역으로 공포 정치를 하게 된다. 내가 두려우니까 주변 사람들이 적으로 느껴지고, 그 사람들에 대해 과민반응을 하게 되면 공포 정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주나 CEO들 중 회사 내에서 굉장히 공포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가 하면 본인이 공포에 대한 내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을의 정치학에서 주로 얘기했던 것은 을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상황, 가장 좋은 구조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보통 갑 1명이 있고 을이 여러 명 있어서 을들이 무한경쟁을 한다.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여차하면 팽을 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술력이든 로비력이든 역량을 갖고 있는 을이 1명이고 나를 찾는 갑은 여러 명인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얘기들도 포함돼 있다. 

-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무엇인가.

정치에 대해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는 나쁜 것이다’, ‘정치는 나와 상관이 없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런 오해를 하다보면 정치를 멀리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결과적으로 사회생활에서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당하게 되어 있다. 적어도 당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나쁜 정치 말고 좋은 정치를 통해 남들에게 영향력을 더 많이 행사할 수 있다면 내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정에서도 자녀나, 배우자에 대해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좋은 정치를 하면 가정이 행복해진다.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면 나도 똑같이 누군가를 왕따 시키는 가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아이를 치유하는 방향에서 좋은 의미의 사내정치를 한다면 내 아이도 살리고 결국 나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맺음말 타이틀이 ‘정치를 홀대하면 나만 당한다’이다. 최소한 당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 손정호 기자 son50@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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